2007. 10.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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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회말 대주자 출장(↔ 김상훈) ● 9회초 수비 투입(2루수)  ● 9회초 도중 위치 교체(3루수)


                          ☞   프로 데뷔 첫 2루수 출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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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사 후 1루에 주자가 나간 뒤 수비 위치 변경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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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루수로 위치를 바꾼 다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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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이 1993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2루수가 되어 경기에 출장했다.

 이종범(기아 타이거즈)은 5일 무등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 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8회말 대주자로 모습을 보인 뒤 9회초 수비에서 2루수가 되어 경기에 투입되었다. 이는 올 시즌은 물론이고, 지난 1993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 있는 일.

 그 동안 이종범은 데뷔 이후 줄곧 유격수를 맡아오다, 일본 진출 이후 2001년 복귀한 다음부터는 3루수에 이어 주로 외야수로만 활동해 왔다. 이 경기 전까지 그의 마지막 내야 경험도 지난 2005년 5월 28일 수원 현대전에서 3루수로 출장했으니 무려 2년 2개월만의 내야수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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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지고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2루수 출장이었다. 경기 내내 벤치를 지키다 8회말 안타를 치고 나간 김상훈의 대주자로 경기에 나와 후속타자의 안타 때 홈을 밟은 그는, 유일한 내야수였던 2루수 김연훈이 앞선 공격에서 교체되고 더 이상 투입할 선수는 없던 상황에서 9회초 2루수가 되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오래 지킬 수는 없었다. 1사후 1루에 주자가 출루하자 벤치의 지시로 불과 6분만에 3루수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수비 위치를 바꾸자마자 박기혁(롯데)이 초구를 2루쪽으로 쳐냈고, 이 타구가 김종국(2B)-이현곤(SS)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며 경기는 8-7로 아무 일 없이 타이거즈의 승리로 끝이 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종범의 내야 나들이 역시 공 한번 만져보지 못한 가운데 아무 일 없이 막을 내렸다.

 사실 이종범의 2루수 출장은 전부터 줄곧 나온 이야기라 전혀 낯선 소식이 아니다. 지난 5월 최희섭의 영입이 확정된 이후 일부 포지션의 수비 위치 변경 때 나온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습 시간에 2루수 위치에서 수비연습을 하며 2루수 출장이 구체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2루수는 물론이고 내야로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2군에 머물던 기간에도 외야수로만 경기에 나선 그였다.

Posted by 공짜
2007. 10. 5. 11:25


 대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2007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1약으로 떨어진 기아 타이거즈가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19일 한화 이글스와 첫 경기를 가졌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만을 보여준 끝에 또다시 패하고 말았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기아 구단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굵직굵직한 소식을 연달아 쏟아내면서 팀 분위기를 바꾸려는 작업을 시도했다. 1탄은 18일 이뤄진 조범현 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영입. 지난해까지 감독 생활을 해왔던 인사라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는 김지훈 코치를 대신해 1군 배터리 코치의 임무가 주어졌다. 역대 배터리 코치 가운데 최고 거물급 인사다.

 조범현 전 감독의 영입으로 2탄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1·2군 코칭 스태프간의 전면적인 교체작업이 그것이다. 2군 남부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태프가 대부분 올라왔다. 차영화 2군 감독을 비롯해 김종모, 구천서, 이강철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반면, 김봉근 투수코치를 제외한 기존 코치들은 모두 2군으로 내려갔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는 김종모, 조범현 코치의 합류가 늦어지면서 박승호, 김지훈 코치가 그 임무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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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대적인 자리 이동으로 이날 새롭게 3루 작전 코치가 된 차영화 2군 감독   (사진 = 공짜)

 3탄은 19일 경기를 앞두고 나왔다. 주장 이종범의 2군 강등.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타격이 문제였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1할8푼3리의 타율이 이를 말해준다. 사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진작 2군행이었지만 한국 야구 최고 스타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팀 내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 등으로 그 동안 1군에 남는 게 팀을 위해 좋다는 판단이었으나, 이날 전격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따라 타이거즈는 제 몫을 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간 선수가 김종국, 조경환, 이상화, 전병두 등에 이어 한명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은 불과 만 하루사이에 이뤄졌고,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충격 요법들이었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 비해 이날 경기의 내용과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나 경기 내외적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었고,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 상대 선발 배터리의 갑작스런 교체
 우선 타이거즈 내부를 들여다보기에 앞서, 이날 상대팀 전력을 들여다봐도 타이거즈가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그것은 이날 이글스 선발 투, 포수를 통해서였다.

 우선 이글스 선발 투수는 올 시즌 신인이자 데뷔 첫 선발 등판을 하게 된 김혁민. 그는 소위 ‘땜빵’용 등판이었다. 정상적인 등판 간격이라면 문동환이 나와야 했지만, 그가 지난 6일 현대전에서 고관절 부상을 당하며 지금은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김혁민이 첫 선발 등판을 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타이거즈 선발은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았어도 제몫을 다하고 있는 스코비. 선발 투수 무게만 놓고 보면 타이거즈의 압도적인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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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데뷔 첫 선발 등판을 하게 된 김혁민(한화 이글스)의 투구 모습   (사진 = 공짜)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1회말에 찬스를 잡으며 선취점을 낼 때까지는 좋았지만, 호수비가 나오며 더 이상의 점수를 내는데 실패했고, 김인식 이글스 감독도 불안한 마음에 1이닝만 던지게 하고 곧바로 최영필로 교체해버리며 더 이상의 만남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글스의 선택은 탁월했고, 타이거즈는 신인 투수가 있었을 때 더 이상의 점수를 뽑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또한 이날 선발 포수로 나온 신경현의 갑작스런 교체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1회말 수비에서 손지환의 파울 타구에 맞아 한 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어야 했던 그는 결국 3회말 수비를 앞두고 심광호로 교체가 되면서 경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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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회말 손지환의 파울 타구에 맞은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이글스 포수 신경현   (사진 = 공짜)


◆ 불길한 예감
 3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9번 고동진. 그는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보낸 뒤 2구에 기습 번트를 댔다. 포수 앞에 절묘하게 떨어지며 굴러간 타구는 평상시 같았으면 내야선을 지나 파울 지역으로 굴러갈 모양새. 더군다나 무등 야구장은 인조 잔디 구장이라 공의 흐름을 방해할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투, 포수도 대비가 늦었던 타구를 잡기보다는 흘러나가기를 기다리는 상황.

 하지만 공은 그런 배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술을 부리며 선 앞에서 딱 멈춰서 버렸다. 포수 김상훈이 이미 타구가 멈췄는데도 더 구르지 않을까 싶어 공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이미 심술보가 가득찬 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고동진의 포수 앞 내야안타. 이미 이 장면에서 경기의 승운은 한화 이글스를 향해 웃음 짓고 있었다.


◆ 더 많은 출루
 양 팀은 이날 14번의 똑같은 출루 기록을 보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이글스는 4점을 얻었으나, 타이거즈는 고작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더구나 안타수는 타이거즈가 12개로 10개의 이글스보다 더 많았음에도 받아든 결과물은 참담했다. 타이거즈가 이날 얼마나 활발한 출루를 했는지는 1~9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선두 타자 출루는 무려 5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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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도 많고 출루수를 더해봐도 상대보다 더 많음에도 뒤져있는 타이거즈의 점수판.   (사진 = 공짜)

◆ 찬스, 찬스, 찬스
 매회 주자를 내보낸 만큼 찬스도 많았다. 9이닝 가운데 무려 7이닝이나 득점권에 주자가 진루해있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 가운데 확실한 득점권인 3루까지 진출한 경우는 무려 4이닝. 하지만 작전 실패와 2번이나 나온 홈에서의 아웃 그리고 결정타 부족 등으로 이 찬스는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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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계 속설도 무위로 그친 이글스의 병살타 4개

 야구 경기에는 많은 속설들이 있다. 예를 들어 ‘바뀐 수비수에게 첫 타구가 날아간다’는 속설은 정확한 분석은 없지만 신기하게도 맞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한 경기에서 병살타 3개를 친 팀은 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앞의 속설과 달리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로 그 만큼 많은 기회를 무산 시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속설도 타이거즈 앞에서는 무위가 되고 말았다. 이날 이글스 타선이 친 병살타는 모두 4개. 2, 5, 6, 7회초 이렇게 4번이었다. 웬만해서는 상대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한 결과였지만, 타이거즈도 마음이 아팠던지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같이 슬픔을 나눴나 보다.

◆ 이글스의 기막힌 호수비 앞에서 좌절한 타이거즈
 모든 패배의 원인을 난조와 무기력으로 몰고 가기에는 타이거즈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다. 한 가지 정도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하나정도는 있어야 그들도 희망을 가지고 다음 경기에 대비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 변명 거리가 분명 있었다.

 이글스 내야진의 호수비. 이날 경기에서 딱 2번 나왔던 이 장면은 그 때마다 너무나도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고 말았다. 먼저 1회말 1사 1-2루 상황. 신인 김혁민을 상대로 1점을 선취한 타이거즈는 계속해서 기회를 이어갔고 타석에는 손지환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려 타구를 가운데 쪽으로 날렸으나, 거기에는 2루수 백재호가 있었고 살짝 몸을 날려 글러브 속으로 공을 받아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던 순간 힘이 빠진것은 당연한일. 특히 당사자인 손지환은 이 장면에서 충격이 컸을까? 이후 2번의 타석에서 모두 결정적 찬스가 있었지만 모두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3회말 1사 1-3루, 5회말 1사 1-3루.

 이 보다 더욱 결정적인 호수비는 4회말에 나왔다. 이번에는 유격수 김민재였다. 2사 2루 상황에서 이현곤이 친 안타성 타구를 옆으로 몸을 날리며 잡아낸 것이다. 앞선 수비보다 더욱 어려운 수비였고, 상황도 결정적이었다. 1대1 상황에서 2대1로 점수가 변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무등야구장의 인조잔디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멋진 수비였다. 한편 유격수 김민재는 비슷한 타구였던 9회말 선두타자 송산의 타구는 글러브 속에 공을 넣었지만 뒤로 흘려보내며, “더 어려웠던 타구는 잘 잡더니”라는 아쉬움까지 선사했다.

 이렇게 이글스 수비진이 멋진 수비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것과 대조적으로 타이거즈는 단 한 번의 어설픈 타구 처리로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6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이범호의 투수 앞 번트를 잡은 스코비가 이쪽 저쪽을 겨냥만 하다가 모두 살려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이 때 포수 김상훈은 스코비를 향해 3루쪽으로 손짓하며 콜 플레이를 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단어 선택이 문제였다. “쓰리, 쓰리, 쓰리”. 스코비는 속으로 “왓?”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후 결승점이 되었던 안타와 희생뜬공으로 2점을 헌납하며 경기는 역전이 되고 말았다.

◆ 하늘도 외면한 홈런
 극적인 장면도 나올 뻔 했다. 가정만 하면 어떤 드라마라도 쓸 수 있는 스포츠 현장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극적인 상황이 될 뻔했다.

 그리고 비운의 주인공은 김경진. 그는 8회말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4구째 들어온 공에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홈런 아니면 파울밖에 답이 없었다. 그리고 답은 장외 파울 홈런. 공이 날아가면 날아갈수록 급격히 휘어지며 좌측 폴대를 벗어난 것이다. 그 원인은 우측에서 좌측으로 강하게 불었던 바람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여기에서도 야구계 속설이 등장한다. ‘파울 홈런 타구 뒤에는 삼진’ 그리고 속설은 정확히 맞았다. 힘이 빠진 김경진은 헛스윙 삼진 아웃.

◆ 이용규 마저도....
 ‘설상가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인가? 안 그래도 부진한 선수들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는 타이거즈가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또 다른 병을 앓고 있다. 이미 개점휴업중인 강철민, 장문석, 심재학에 이어 이대진, 최희섭, 김원섭, 홍세완 등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날 또 다른 한명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주인공은 이용규. 3회말 이재주의 우전 안타 때 3루까지 서서 들어가다 베이스를 직접 밟은 뒤, 살짝 미끄러지며 발을 접지른 것이다. 바로 왼쪽 발목을 잡고 쓰러졌고, 잠시 뒤 다시 일어나 경기 출전 의지를 보였지만 상황은 좋지 못했다. 결국, 류재원으로 교체가 되었고, 인대가 늘어나 최소 2주의 결장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왔다. 안타까운 것은 슬라이딩을 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부상이라는 사실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팀 상황인데, 이런 부분에서도 불운이 겹치고 있는 타이거즈의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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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회말 주루 플레이 도중 발목을 접질려 고통스러워하며 교체되고 있는 이용규   (사진 = 공짜)

◆ 갈수록 불쌍해지는 스코비
 이날도 스코비는 역투를 펼쳤다. 한국 무대 진출 이후 가장 많은 이닝(8이닝)과 투구수(118개)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도 승리의 미소는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불운해지고 있다.

 그가 이날까지 선발로 등판한 경기는 모두 6경기. 그리고 기록을 보면 왜 불쌍한지 알 수 있다.
☞ 6경기 모두 6이닝 이상 투구
☞ 6경기 모두 3실점 이하 퀄리티 스타트(놀랍게도 이날 경기가 가장 많은 3실점이었고, 나머지 경기는 1실점 2번과 2실점 3번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고작 1승(2패). 윤석민 못지 않은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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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전 국민의례에서 글러브를 내려놓고 간절한 모습을 보여준 스코비(윗 사진)와 남편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이날도 경기장을 찾은 부인 린지 스코비(아래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빨간옷) (사진=공짜)


 결국 이날 경기는 한화 이글스의 4-1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결과물 또한 화려하다. 이글스는 상대전적 5연승과 함께 최근 경기 2연패를 끊고 3번째로 시즌 30승(2무27패) 고지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반면, 타이거즈는 그 제물이 됨과 동시에 상대전적 5연패와 시즌 4번째 4연패를 경험해야 했다. 또한, 시즌 37패(24승1무)를 당하며 승과 패의 적자폭이 올 시즌 최대인 -13으로 늘어나며 앞으로가 더욱 힘겨워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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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경기 최종 스코어. 안타도 더 많은데 점수는 대체 왜?   (사진 = 공짜)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타이거즈여~

Posted by 공짜
2007. 10. 5. 11:16

 야구 속설에 ‘병살타 3개를 치는 팀은, 그 경기를 이기기 힘들다’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였을까? 30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팀 간 시범경기 2차전은 병살타 2개를 친 이글스가 3개를 친 타이거즈를 1-0으로 물리쳤다. 타이거즈로서는 전날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득점 경기였다.

 문동환(이글스)과 에서튼(타이거즈)을 선발 등판 시킨 양 팀은 초반에 대량 득점 기회를 잡으며 상대 선발 투수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글스는 1회초 에서튼의 난조를 틈타 선취점을 뽑고 난 뒤 계속해서 찬스를 이어갔으나 후속타 불발에 그쳤고, 타이거즈도 2회말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으나 역시 찬스를 무산시켰다. 이후 양 팀 선발 투수는 초반 위기를 넘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예정된 투구를 마칠 수 있었다. 결국, 이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은 1회초에 나온 김태균의 우익수 희생 뜬공 때 나온 점수가 전부였다.


■ 이야기 1.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팬 없는 프로 스포츠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 만큼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30일 경기는 그 답을 보여준 경기였다.

 1회말 김원섭의 2루타 성 타구를 넘어지며 잡아내 더블 아웃을 시켰던 이글스 1루수 김태균, 2회말 이용규의 파울이 예상되는 타구를 전력 질주를 통해 카페트와 같은 뜨거운 인조 잔디 위에서 슬라이딩하며 잡아낸 이글스 좌익수 크루즈, 5회초 중전 안타가 예상된 김민재의 타구를 마운드 위에서 점프를 통해 땅볼 아웃으로 만든 타이거즈 투수 에서튼. 이들은 모두 최선을 다한 플레이로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선수가 또 한명 있다. 주인공은 이현곤을 대신해 선발 3루수로 출장했던 한규식. 상황은 2회초 2사 1, 3루에서 나온 첫 타석이었다. 그는 초구 파울볼과 2구 볼 이후 무려 6개의 공을 연속으로 파울볼로 만들며 상대 투수 문동환을 괴롭혔다. 이내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흥미롭다는 듯 투수와 타자의 승부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후 유인구에도 말려들지 않고, 12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1루에 출루했다. 그러자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함성과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승부를 펼친 댓가였다.

 한규식의 볼넷을 통해, 팬들이 원하는 건 안타나 홈런 그리고 호수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프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면 팬들은 언제든지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즌 개막을 앞둔 2007 프로야구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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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던 한규식의 2회말 첫번째 타석 모습. (사진 = 공짜)


■ 이야기 2. 기아 타이거즈, 또 한명의 강속구 투수 탄생

 지난해 미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최고의 화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젊은 투수진이었다. 저스틴 벌랜더(24), 제레미 본더먼(24), 조엘 주마야(22), 네이트 로버트슨(30), 페르난도 로드니(30) 등. 이들은 모두 강속구를 뿌릴 줄 아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벌랜더와 주마야는 그 중심에 있었다. 이들은 100마일(161km)을 밥 먹듯 쉽게 찍어댔다. 심지어 주마야의 경우는 103마일(166km)까지 찍어내며, 국내 검색 순위에 오르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어느 팀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비슷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을까?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타이거즈를 사용하는 기아 타이거즈 투수진으로 보인다. 미 프로야구처럼 160km까지의 빠르기는 아니지만, 기아 타이거즈의 젊은 투수진도 제법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다. 에이스 김진우를 비롯해 한기주, 윤석민, 이동현, 전병두, 이범석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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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 멤버에 새로운 한명을 추가해야 할 듯싶다. 그 주인공은 곽정철(21). 186cm, 92kg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그는 30일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 경기에 8회초 등판, 나오자마자 150㎞를 기록하더니 이내 152km를 전광판에 찍어냈다. 전혀 뜻밖의 선수가 강속구를 뿌리자 잠잠했던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그가 공을 던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의 공 빠르기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그는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사실 곽정철은 이날 경기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것 같지만, 아마 시절부터 명성이 있던 선수였다. 그는 야구 명문 광주일고 에이스 출신으로 김성계(3학년), 나승현(1학년)과 함께 투수 트리오 중 한명이었고, 이런 명성에 힘입어 지난 2005년 기아 타이거즈 1차 지명(계약금 1억 3천)을 받았다.

 하지만 신인이었던 2005년, 수술 후 재활로 시즌 자체를 거르면서 그의 존재를 알릴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는 2군 무대에서 서서히 몸을 만들어 가면서 선발 수업을 했지만, 2군 리그 종료를 앞둔 9월경 또 다시 부상이 찾아오면서 1군 무대를 밟을 기회가 사라지고 해외 전지훈련 참가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이렇다보니 지난 2년 동안 1군 기록이 없는건 물론이고, 팬들조차 곽정철이라는 선수가 팀에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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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속구를 뿌리며 화제를 모은 곽정철의 8회초 투구 모습.             (사진 = 공짜)

 그의 강속구는 오래전부터 주무기였다. 고교 시절 이미 140㎞ 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리기 시작한 그는, 부상에서 회복하고 참가했던 지난해 해외전훈에서 150㎞가 넘는 강속구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점에서 이번 시범 경기를 통한 주목은 세 번째 주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보다는 실질적으로 프로야구 팬들 앞에서 첫 등판과 함께 직접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곽정철’이라는 이름 석자를 인상 깊게 남겼다.

 하지만 아직 강속구 이외에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런 장면은 여실히 드러났다. 강속구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변화구와 그 제구력이 문제였다. 첫 타자 김인철을 강속구 3개로 간단하게 3구 삼진을 잡은 그는, 다음 타자 연경흠에게 변화구 구사를 해봤지만 결과는 스트레이트 볼넷. 이후에도 강속구는 위력이 있었지만 제구력, 특히 변화구를 던질 때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이렇다보니 강속구 투수들에게 흔히 보이는 문제인 투구수(1이닝 24개)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 이글스 4번 김태균을 상대하는 곽정철의 투구 모습과 유격수 홍세완의 아쉬운 수비 장면. (촬영 =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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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새 찾아온 봄'. 30일 무등 야구장 주변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사진 = 공짜)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