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1:25


 대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2007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1약으로 떨어진 기아 타이거즈가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19일 한화 이글스와 첫 경기를 가졌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만을 보여준 끝에 또다시 패하고 말았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기아 구단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굵직굵직한 소식을 연달아 쏟아내면서 팀 분위기를 바꾸려는 작업을 시도했다. 1탄은 18일 이뤄진 조범현 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영입. 지난해까지 감독 생활을 해왔던 인사라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는 김지훈 코치를 대신해 1군 배터리 코치의 임무가 주어졌다. 역대 배터리 코치 가운데 최고 거물급 인사다.

 조범현 전 감독의 영입으로 2탄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1·2군 코칭 스태프간의 전면적인 교체작업이 그것이다. 2군 남부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태프가 대부분 올라왔다. 차영화 2군 감독을 비롯해 김종모, 구천서, 이강철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반면, 김봉근 투수코치를 제외한 기존 코치들은 모두 2군으로 내려갔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는 김종모, 조범현 코치의 합류가 늦어지면서 박승호, 김지훈 코치가 그 임무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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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대적인 자리 이동으로 이날 새롭게 3루 작전 코치가 된 차영화 2군 감독   (사진 = 공짜)

 3탄은 19일 경기를 앞두고 나왔다. 주장 이종범의 2군 강등.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타격이 문제였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1할8푼3리의 타율이 이를 말해준다. 사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진작 2군행이었지만 한국 야구 최고 스타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팀 내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 등으로 그 동안 1군에 남는 게 팀을 위해 좋다는 판단이었으나, 이날 전격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따라 타이거즈는 제 몫을 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간 선수가 김종국, 조경환, 이상화, 전병두 등에 이어 한명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은 불과 만 하루사이에 이뤄졌고,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충격 요법들이었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 비해 이날 경기의 내용과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나 경기 내외적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었고,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 상대 선발 배터리의 갑작스런 교체
 우선 타이거즈 내부를 들여다보기에 앞서, 이날 상대팀 전력을 들여다봐도 타이거즈가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그것은 이날 이글스 선발 투, 포수를 통해서였다.

 우선 이글스 선발 투수는 올 시즌 신인이자 데뷔 첫 선발 등판을 하게 된 김혁민. 그는 소위 ‘땜빵’용 등판이었다. 정상적인 등판 간격이라면 문동환이 나와야 했지만, 그가 지난 6일 현대전에서 고관절 부상을 당하며 지금은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김혁민이 첫 선발 등판을 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타이거즈 선발은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았어도 제몫을 다하고 있는 스코비. 선발 투수 무게만 놓고 보면 타이거즈의 압도적인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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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데뷔 첫 선발 등판을 하게 된 김혁민(한화 이글스)의 투구 모습   (사진 = 공짜)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1회말에 찬스를 잡으며 선취점을 낼 때까지는 좋았지만, 호수비가 나오며 더 이상의 점수를 내는데 실패했고, 김인식 이글스 감독도 불안한 마음에 1이닝만 던지게 하고 곧바로 최영필로 교체해버리며 더 이상의 만남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글스의 선택은 탁월했고, 타이거즈는 신인 투수가 있었을 때 더 이상의 점수를 뽑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또한 이날 선발 포수로 나온 신경현의 갑작스런 교체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1회말 수비에서 손지환의 파울 타구에 맞아 한 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어야 했던 그는 결국 3회말 수비를 앞두고 심광호로 교체가 되면서 경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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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회말 손지환의 파울 타구에 맞은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이글스 포수 신경현   (사진 = 공짜)


◆ 불길한 예감
 3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9번 고동진. 그는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보낸 뒤 2구에 기습 번트를 댔다. 포수 앞에 절묘하게 떨어지며 굴러간 타구는 평상시 같았으면 내야선을 지나 파울 지역으로 굴러갈 모양새. 더군다나 무등 야구장은 인조 잔디 구장이라 공의 흐름을 방해할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투, 포수도 대비가 늦었던 타구를 잡기보다는 흘러나가기를 기다리는 상황.

 하지만 공은 그런 배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술을 부리며 선 앞에서 딱 멈춰서 버렸다. 포수 김상훈이 이미 타구가 멈췄는데도 더 구르지 않을까 싶어 공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이미 심술보가 가득찬 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고동진의 포수 앞 내야안타. 이미 이 장면에서 경기의 승운은 한화 이글스를 향해 웃음 짓고 있었다.


◆ 더 많은 출루
 양 팀은 이날 14번의 똑같은 출루 기록을 보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이글스는 4점을 얻었으나, 타이거즈는 고작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더구나 안타수는 타이거즈가 12개로 10개의 이글스보다 더 많았음에도 받아든 결과물은 참담했다. 타이거즈가 이날 얼마나 활발한 출루를 했는지는 1~9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선두 타자 출루는 무려 5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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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도 많고 출루수를 더해봐도 상대보다 더 많음에도 뒤져있는 타이거즈의 점수판.   (사진 = 공짜)

◆ 찬스, 찬스, 찬스
 매회 주자를 내보낸 만큼 찬스도 많았다. 9이닝 가운데 무려 7이닝이나 득점권에 주자가 진루해있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 가운데 확실한 득점권인 3루까지 진출한 경우는 무려 4이닝. 하지만 작전 실패와 2번이나 나온 홈에서의 아웃 그리고 결정타 부족 등으로 이 찬스는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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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계 속설도 무위로 그친 이글스의 병살타 4개

 야구 경기에는 많은 속설들이 있다. 예를 들어 ‘바뀐 수비수에게 첫 타구가 날아간다’는 속설은 정확한 분석은 없지만 신기하게도 맞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한 경기에서 병살타 3개를 친 팀은 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앞의 속설과 달리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로 그 만큼 많은 기회를 무산 시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속설도 타이거즈 앞에서는 무위가 되고 말았다. 이날 이글스 타선이 친 병살타는 모두 4개. 2, 5, 6, 7회초 이렇게 4번이었다. 웬만해서는 상대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한 결과였지만, 타이거즈도 마음이 아팠던지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같이 슬픔을 나눴나 보다.

◆ 이글스의 기막힌 호수비 앞에서 좌절한 타이거즈
 모든 패배의 원인을 난조와 무기력으로 몰고 가기에는 타이거즈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다. 한 가지 정도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하나정도는 있어야 그들도 희망을 가지고 다음 경기에 대비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 변명 거리가 분명 있었다.

 이글스 내야진의 호수비. 이날 경기에서 딱 2번 나왔던 이 장면은 그 때마다 너무나도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고 말았다. 먼저 1회말 1사 1-2루 상황. 신인 김혁민을 상대로 1점을 선취한 타이거즈는 계속해서 기회를 이어갔고 타석에는 손지환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려 타구를 가운데 쪽으로 날렸으나, 거기에는 2루수 백재호가 있었고 살짝 몸을 날려 글러브 속으로 공을 받아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던 순간 힘이 빠진것은 당연한일. 특히 당사자인 손지환은 이 장면에서 충격이 컸을까? 이후 2번의 타석에서 모두 결정적 찬스가 있었지만 모두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3회말 1사 1-3루, 5회말 1사 1-3루.

 이 보다 더욱 결정적인 호수비는 4회말에 나왔다. 이번에는 유격수 김민재였다. 2사 2루 상황에서 이현곤이 친 안타성 타구를 옆으로 몸을 날리며 잡아낸 것이다. 앞선 수비보다 더욱 어려운 수비였고, 상황도 결정적이었다. 1대1 상황에서 2대1로 점수가 변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무등야구장의 인조잔디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멋진 수비였다. 한편 유격수 김민재는 비슷한 타구였던 9회말 선두타자 송산의 타구는 글러브 속에 공을 넣었지만 뒤로 흘려보내며, “더 어려웠던 타구는 잘 잡더니”라는 아쉬움까지 선사했다.

 이렇게 이글스 수비진이 멋진 수비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것과 대조적으로 타이거즈는 단 한 번의 어설픈 타구 처리로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6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이범호의 투수 앞 번트를 잡은 스코비가 이쪽 저쪽을 겨냥만 하다가 모두 살려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이 때 포수 김상훈은 스코비를 향해 3루쪽으로 손짓하며 콜 플레이를 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단어 선택이 문제였다. “쓰리, 쓰리, 쓰리”. 스코비는 속으로 “왓?”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후 결승점이 되었던 안타와 희생뜬공으로 2점을 헌납하며 경기는 역전이 되고 말았다.

◆ 하늘도 외면한 홈런
 극적인 장면도 나올 뻔 했다. 가정만 하면 어떤 드라마라도 쓸 수 있는 스포츠 현장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극적인 상황이 될 뻔했다.

 그리고 비운의 주인공은 김경진. 그는 8회말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4구째 들어온 공에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홈런 아니면 파울밖에 답이 없었다. 그리고 답은 장외 파울 홈런. 공이 날아가면 날아갈수록 급격히 휘어지며 좌측 폴대를 벗어난 것이다. 그 원인은 우측에서 좌측으로 강하게 불었던 바람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여기에서도 야구계 속설이 등장한다. ‘파울 홈런 타구 뒤에는 삼진’ 그리고 속설은 정확히 맞았다. 힘이 빠진 김경진은 헛스윙 삼진 아웃.

◆ 이용규 마저도....
 ‘설상가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인가? 안 그래도 부진한 선수들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는 타이거즈가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또 다른 병을 앓고 있다. 이미 개점휴업중인 강철민, 장문석, 심재학에 이어 이대진, 최희섭, 김원섭, 홍세완 등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날 또 다른 한명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주인공은 이용규. 3회말 이재주의 우전 안타 때 3루까지 서서 들어가다 베이스를 직접 밟은 뒤, 살짝 미끄러지며 발을 접지른 것이다. 바로 왼쪽 발목을 잡고 쓰러졌고, 잠시 뒤 다시 일어나 경기 출전 의지를 보였지만 상황은 좋지 못했다. 결국, 류재원으로 교체가 되었고, 인대가 늘어나 최소 2주의 결장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왔다. 안타까운 것은 슬라이딩을 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부상이라는 사실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팀 상황인데, 이런 부분에서도 불운이 겹치고 있는 타이거즈의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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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회말 주루 플레이 도중 발목을 접질려 고통스러워하며 교체되고 있는 이용규   (사진 = 공짜)

◆ 갈수록 불쌍해지는 스코비
 이날도 스코비는 역투를 펼쳤다. 한국 무대 진출 이후 가장 많은 이닝(8이닝)과 투구수(118개)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도 승리의 미소는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불운해지고 있다.

 그가 이날까지 선발로 등판한 경기는 모두 6경기. 그리고 기록을 보면 왜 불쌍한지 알 수 있다.
☞ 6경기 모두 6이닝 이상 투구
☞ 6경기 모두 3실점 이하 퀄리티 스타트(놀랍게도 이날 경기가 가장 많은 3실점이었고, 나머지 경기는 1실점 2번과 2실점 3번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고작 1승(2패). 윤석민 못지 않은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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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전 국민의례에서 글러브를 내려놓고 간절한 모습을 보여준 스코비(윗 사진)와 남편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이날도 경기장을 찾은 부인 린지 스코비(아래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빨간옷) (사진=공짜)


 결국 이날 경기는 한화 이글스의 4-1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결과물 또한 화려하다. 이글스는 상대전적 5연승과 함께 최근 경기 2연패를 끊고 3번째로 시즌 30승(2무27패) 고지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반면, 타이거즈는 그 제물이 됨과 동시에 상대전적 5연패와 시즌 4번째 4연패를 경험해야 했다. 또한, 시즌 37패(24승1무)를 당하며 승과 패의 적자폭이 올 시즌 최대인 -13으로 늘어나며 앞으로가 더욱 힘겨워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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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경기 최종 스코어. 안타도 더 많은데 점수는 대체 왜?   (사진 = 공짜)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타이거즈여~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