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1:16

 야구 속설에 ‘병살타 3개를 치는 팀은, 그 경기를 이기기 힘들다’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였을까? 30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팀 간 시범경기 2차전은 병살타 2개를 친 이글스가 3개를 친 타이거즈를 1-0으로 물리쳤다. 타이거즈로서는 전날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득점 경기였다.

 문동환(이글스)과 에서튼(타이거즈)을 선발 등판 시킨 양 팀은 초반에 대량 득점 기회를 잡으며 상대 선발 투수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글스는 1회초 에서튼의 난조를 틈타 선취점을 뽑고 난 뒤 계속해서 찬스를 이어갔으나 후속타 불발에 그쳤고, 타이거즈도 2회말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으나 역시 찬스를 무산시켰다. 이후 양 팀 선발 투수는 초반 위기를 넘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예정된 투구를 마칠 수 있었다. 결국, 이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은 1회초에 나온 김태균의 우익수 희생 뜬공 때 나온 점수가 전부였다.


■ 이야기 1.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팬 없는 프로 스포츠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 만큼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30일 경기는 그 답을 보여준 경기였다.

 1회말 김원섭의 2루타 성 타구를 넘어지며 잡아내 더블 아웃을 시켰던 이글스 1루수 김태균, 2회말 이용규의 파울이 예상되는 타구를 전력 질주를 통해 카페트와 같은 뜨거운 인조 잔디 위에서 슬라이딩하며 잡아낸 이글스 좌익수 크루즈, 5회초 중전 안타가 예상된 김민재의 타구를 마운드 위에서 점프를 통해 땅볼 아웃으로 만든 타이거즈 투수 에서튼. 이들은 모두 최선을 다한 플레이로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선수가 또 한명 있다. 주인공은 이현곤을 대신해 선발 3루수로 출장했던 한규식. 상황은 2회초 2사 1, 3루에서 나온 첫 타석이었다. 그는 초구 파울볼과 2구 볼 이후 무려 6개의 공을 연속으로 파울볼로 만들며 상대 투수 문동환을 괴롭혔다. 이내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흥미롭다는 듯 투수와 타자의 승부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후 유인구에도 말려들지 않고, 12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1루에 출루했다. 그러자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함성과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승부를 펼친 댓가였다.

 한규식의 볼넷을 통해, 팬들이 원하는 건 안타나 홈런 그리고 호수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프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면 팬들은 언제든지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즌 개막을 앞둔 2007 프로야구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2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던 한규식의 2회말 첫번째 타석 모습. (사진 = 공짜)


■ 이야기 2. 기아 타이거즈, 또 한명의 강속구 투수 탄생

 지난해 미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최고의 화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젊은 투수진이었다. 저스틴 벌랜더(24), 제레미 본더먼(24), 조엘 주마야(22), 네이트 로버트슨(30), 페르난도 로드니(30) 등. 이들은 모두 강속구를 뿌릴 줄 아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벌랜더와 주마야는 그 중심에 있었다. 이들은 100마일(161km)을 밥 먹듯 쉽게 찍어댔다. 심지어 주마야의 경우는 103마일(166km)까지 찍어내며, 국내 검색 순위에 오르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어느 팀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비슷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을까?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타이거즈를 사용하는 기아 타이거즈 투수진으로 보인다. 미 프로야구처럼 160km까지의 빠르기는 아니지만, 기아 타이거즈의 젊은 투수진도 제법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다. 에이스 김진우를 비롯해 한기주, 윤석민, 이동현, 전병두, 이범석 등등.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이 멤버에 새로운 한명을 추가해야 할 듯싶다. 그 주인공은 곽정철(21). 186cm, 92kg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그는 30일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 경기에 8회초 등판, 나오자마자 150㎞를 기록하더니 이내 152km를 전광판에 찍어냈다. 전혀 뜻밖의 선수가 강속구를 뿌리자 잠잠했던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그가 공을 던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의 공 빠르기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그는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사실 곽정철은 이날 경기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것 같지만, 아마 시절부터 명성이 있던 선수였다. 그는 야구 명문 광주일고 에이스 출신으로 김성계(3학년), 나승현(1학년)과 함께 투수 트리오 중 한명이었고, 이런 명성에 힘입어 지난 2005년 기아 타이거즈 1차 지명(계약금 1억 3천)을 받았다.

 하지만 신인이었던 2005년, 수술 후 재활로 시즌 자체를 거르면서 그의 존재를 알릴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는 2군 무대에서 서서히 몸을 만들어 가면서 선발 수업을 했지만, 2군 리그 종료를 앞둔 9월경 또 다시 부상이 찾아오면서 1군 무대를 밟을 기회가 사라지고 해외 전지훈련 참가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이렇다보니 지난 2년 동안 1군 기록이 없는건 물론이고, 팬들조차 곽정철이라는 선수가 팀에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가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강속구를 뿌리며 화제를 모은 곽정철의 8회초 투구 모습.             (사진 = 공짜)

 그의 강속구는 오래전부터 주무기였다. 고교 시절 이미 140㎞ 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리기 시작한 그는, 부상에서 회복하고 참가했던 지난해 해외전훈에서 150㎞가 넘는 강속구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점에서 이번 시범 경기를 통한 주목은 세 번째 주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보다는 실질적으로 프로야구 팬들 앞에서 첫 등판과 함께 직접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곽정철’이라는 이름 석자를 인상 깊게 남겼다.

 하지만 아직 강속구 이외에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런 장면은 여실히 드러났다. 강속구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변화구와 그 제구력이 문제였다. 첫 타자 김인철을 강속구 3개로 간단하게 3구 삼진을 잡은 그는, 다음 타자 연경흠에게 변화구 구사를 해봤지만 결과는 스트레이트 볼넷. 이후에도 강속구는 위력이 있었지만 제구력, 특히 변화구를 던질 때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이렇다보니 강속구 투수들에게 흔히 보이는 문제인 투구수(1이닝 24개)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 이글스 4번 김태균을 상대하는 곽정철의 투구 모습과 유격수 홍세완의 아쉬운 수비 장면. (촬영 = 공짜)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어느새 찾아온 봄'. 30일 무등 야구장 주변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사진 = 공짜)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