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7. 17:36
[기아 vs 삼성,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 팀간 1차전]


박한이 선수의 빨랫줄 같은 송구 하나가 여러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승리를 거둔 삼성의 선수들과 팬들은 기쁨의 웃음을 지었고, 패배를 당한 기아 선수들과 팬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너무나도 일방적인 결과로 인해, 올 시즌에도 그 결과가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첫 맞대결을 가졌다. 28일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2006 삼성 PAVV 프로야구 경기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부의 향방을 점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가 2회초 진갑용 선수의 희생플라이 1득점을 끝까지 지켜, 기아 타이거즈를 1-0으로 간신히 물리쳤다. 이로서 삼성은 3연승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지켰고, 기아는 연패에 빠지며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가 5위로 떨어졌다.

이날 경기는 최종 스코어에서 보듯이 마지막 9회말까지 승부를 점칠 수가 없었다. 특히 9회말 마지막 장면은 야구 경기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

1-0으로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지키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는 9회말 그들의 마무리 오승환 선수를 마운드로 올려 보냈다. 하지만, 오승환 선수는 이미 이틀 동안 모두 3이닝을 던진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려는 바로 마운드에서 드러났다.

선두 타자 심재학 선수에게 좌측 파울 기둥을 살짝 비켜가는 파울 홈런을 허용한 후, 기어이 우측에 2루타를 내주고 만다. 기아로서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확실한 득점 찬스를 잡았고, 곧바로 발 빠른 이현곤 선수를 2루에 대주자로 내 보낸다. 우선 동점을 만들기 위해 송산 선수에게 번트를 지시하고, 그는 착실히 번트를 성공시켜 주자를 3루까지 보낸다. 외야에 뜬공 하나만 나오거나 깊숙한 땅볼만 나와도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타석에는 9번 김종국 선수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2S-1B에서 높게 들어온 4구를 힘껏 받아쳤다. 타구는 중견수 박한이 선수에게로 날아갔다. 너무 짧지도, 멀지도 않은 지점에서 박한이 선수는 공을 잡았다. 이와 동시에 3루주자 이현곤 선수는 홈을 향해 출발을 했다. 박한이 선수도 홈을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한번 바운드가 된 공은 포수 진갑용 선수 미트로 들어갔고, 그 때 그 앞을 지나던 이현곤 선수는 태그가 되었다. 구심 임채섭씨는 진갑용 선수가 공을 미트에 안전하게 들고 있는지 확인한 후 오른손을 움직여 아웃이라는 신호를 내렸다. 1아웃에서 순간적으로 더블 플레이가 되면서 3아웃이 되었다. 그리고 경기는 끝났다.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삼성 라이온즈가 승리를 가져갔다.

구원 실패가 될 줄 알았던 오승환 선수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면서 승리를 확인했고, 초조하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선발 임동규 선수는 고향땅에서 승리 투수가 되었다. 반면, 중견수쪽으로 타구가 날아갈 때만해도 모두들 동점일거라는 확신을 가졌던 기아 선수들과 홈팀 관중들은 믿기지 않는 아웃을 보며 허탈에 빠졌다.

지난해 양 팀간의 첫 경기에서도 승리가 눈앞에 보인 기아 타이거즈가 막판 3실점을 하며, 역전패를 당한 이후 시즌 내내 삼성과의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되며 첫 만남부터 패배를 당했다.


한편, 이 날 양팀의 유일한 득점은 경기 초반인 2회초 나왔다. 선두 김대익 선수가 우전 안타를 치고, 김한수 선수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이후 야선 선택으로 1사 주자 1-3루의 기회를 삼성이 잡았다. 그리고 8번 진갑용 선수가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치며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1득점이 이날 유일한 점수로 기록되었다.


비록 이날 양팀을 통해 1점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추가 점수가 나와야 했던 경기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1회부터 9회까지 매회 주자를 출루시켰다. 그러나 병살타 2개와 주루사 2번, 도루 실패 1번 등 잔 실수가 겹치며, 무려 11개의 잔루를 남겨 1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6회초 1사 만루, 7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무산 시킨것이 뼈 아펐다.

기아 타이거즈의 타격 침체는 너무나도 심각했다. 1번부터 9번까지 펄펄 나는 선수는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거의 매회 주자를 내보내며 득점 기회를 엿봤으나, 9회 찬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찬스를 2아웃 이후 만들어 간 것이 아쉬웠다. 특히, 선발 임동규 선수가 내려가고 난 다음 7회말 1사 1-2루에서 점수를 뽑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공교롭게도 광주 동성고(옛 광주상고) 출신 선후배끼리 맞붙은 이날 선발 대결에서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두 선수가 모두 호투를 펼쳤다. 100Km 전후의 느린 변화구와 130Km 후반대의 직구를 절묘하게 섞어가며, 기아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임동규 선수는 불과 3안타만을 허용하며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용납하지 않는 호투를 선보였다.

반면, 빠른 강속구가 주무기인 신인 한기주 선수는 비록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이전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까지 선보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3․4회초 상대 중심 타자인 양준혁, 김한수 선수를 병살타로 처리한 것과 6․7회초 대량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장면이 돋보였다.


이제 2차전 경기는 과연 작년처럼 기아 타이거즈가 맥없이 물러 날것인지, 아니면 올해는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승리를 따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은 좌완 전병호 선수를, 기아는 우완 이동현 선수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전적 ---- 123 456 789 -- R H E BB HP 잔루
(1승) 삼성 010 000 000 | 1 _8 _1 _6 _ 1 _ 11
(1패) 기아 000 000 000 | 0 _7 _1 _1 _ 2 _ 7

승리투수 = 임동규(2승, 1.99)
홀 드 = 오상민(2홀드, 0.00)
홀 드 = 박석진(1승 1홀드, 0.00)
홀 드 = 안지만(1홀드, 9.00)
홀 드 = 권오준(2승 6홀드, 2.08)
세 이 브 = 오승환(8세이브, 0.64)
패전투수 = 한기주(1승 3패, 4.22)

- 희생타 = 삼성 : 진갑용(2회초 1사 1-3루 희생플라이, 5회초 무사 1루 희생번트), 기아 : 송산(9회말 1사 1루 희생번트)

- 실책 = 삼성 : 2루수 박종호 (5회말 2사 1-2루, 9번 김종국 선수의 땅볼 타구를 2루에 토스하려다 놓침), 기아 : 2루수 손지환 (6회초 1사 1-2루, 6번 김한수 선수의 병살성 타구 성급하게 2루로 던지려다 놓친 후, 뒤늦게 1루에 던졌으나 타자 주자도 세이프)

Posted by 공짜
2007. 9. 7. 17:35
[기아 vs SK,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 팀간 3차전]

 기아 타이거즈, 가랑비에 옷 젖었다.

 기아 타이거즈 팬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과연 이번에도?’라는 물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유독 타이거즈만 만나면 힘을 내는 SK 와이번스 김원형 선수가 이날 선발 투수로 예고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27일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간의 2006 삼성 PAVV 프로 야구에서 ‘타이거즈 천적’ 김원형 선수가 올 시즌 처음으로 기아와의 경기에 등판한 가운데 투타에서 모두 짜임새 있고, 안정감을 보인 SK 와이번스가 홈팀 기아 타이거즈를 6-1로 물리쳤다. 이로써 SK 와이번스는 8개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15경기만에 10승 고지에 오르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참고로 지난 23년간 시즌 첫 10승을 기록한 팀은 단 3번을 제외하고 모두 4강에 들어갔다. 한편 기아타이거즈는 전날 행운의 역전승 기세를 지키지 못한 가운데, 투타에서 모두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배를 당하며 주초 2위에서 4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올 시즌 전반적으로 모든 팀들의 전력이 평준화 된 가운데 그 중 투타의 안정이 돋보이는 SK 와이번스의 모습이 이날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타이거즈 천적’ 김원형 선수는 1회말 선두 이종범 선수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이용규 선수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상대 3번과 4번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실점 없이 무사히 이닝을 마치자, 타선이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선두 김재현 선수가 볼넷을 고르고 피커링, 박경완 선수가 연이어 삼진을 당하며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7번 타자 정경배 선수가 기아 선발 강철민 선수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기는 선제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 2-0 SK 선제점 >

‘천적’이라는 특수성에다 타선의 도움으로 어깨가 가벼워진 김원형 선수는 2회말에도 선수 타자 이재주 선수를 안타로 내보냈으나 삼진과 병살타로 이닝을 가볍게 마무리 했다. 이후 그에게는 거칠 것 없는 투구가 이어졌다. 4회부터 6회까지 연속해서 상대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좀처럼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엿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사이 SK 와이번스의 타선은 야금야금 달아나기 시작했다.

4회초 2사후 박경완, 정경배 선수가 2루타와 볼넷으로 출루하자, 이대수 선수의 깨끗한 중전 안타로 1점을 추가했다. < 3-0 SK 추가점Ⅰ>

6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온 5번 타자 피커링 선수가 우중간 담장을 넘어 공을 경기장 밖으로 날려버리는 1점 홈런으로 모처럼 그의 체구에 걸맞는 타격 솜씨를 선보였다. < 4-0 SK 추가점 Ⅱ>

이후 기아 타이거즈 서정환 감독은 타선이 ‘타이거즈 천적’ 김원형 선수로부터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자 7회부터 투타 모두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내주며, 이날 경기는 가능성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SK 타선은 차례대로 교체되어 나온 투수들을 상대로 야금야금 점수를 뽑는 능력을 멈추지 않고, 승리의 도장을 확실히 찍어나갔다.

7회초 선두 조동화 선수가 안타로 출루하자 시오타니, 이진영 선수가 두 개의 진루 땅볼로 가볍게 주자를 3루에 안착시켰다. 이때 기아의 바뀐 투수 이상화 선수의 폭투가 나오며 가볍게 한 점을 추가했다. < 5-0 SK 추가점 Ⅲ >

8회초에도 선두 김재현 선수가 볼넷으로 나가자, 땅볼과 도루로 또다시 주자가 3루까지 진루했다. 그리고 정경배 선수의 우전 적시타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그들의 승리를 위한 마지막 득점을 올렸다. 한편, 이 때 홈을 밟은 선수는 김재현 선수의 볼넷 때 대주자로 기용된 정근우 선수였다. 그는 전날 팀 패배를 불러일으킨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는데, 이날 기 살리기 차원에서 경기 후반 기용되며, 득점까지 성공했다. < 6-0 SK의 마지막 추가점 >

기아 타이거즈는 지난 4월 16일 현대와의 경기이후 시즌 두 번째 영패를 당할 위기에 몰렸으나, 9회말 볼넷으로 나간 이현곤 선수의 연속 도루 때, SK의 교체된 포수 최경철 선수의 3루 악송구로 홈을 밟아 간신히 영패를 모면했다. < 1-6 기아 영패 모면 >

이날 SK 와이번스는 ‘타이거즈 천적’ 김원형 선수의 마운드에서 믿음직한 경기 운영과 끝날때까지 계속해서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는 추가점을 뽑아내는 등 투타에서 모두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기아 타이거즈는 투타에서 모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스코어 그대로 완패를 당했다. 특히 이재주 선수를 제외하고는 중심 타선에서 하위타선으로 이어지는 타선이 좀처럼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한게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날 ‘타이거즈 천적’인 김원형 선수에게 철저하게 당한 기아 타이거즈로서는 또 다른 천적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작년 시즌 고비에서 무너지며 시즌 성적 3승 15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인 삼성 라이온즈가 넘어서야 할 천적이다. 기아 타이거즈가 창단 첫 꼴지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 팀을 상대로 올해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 결과가 기대된다.


 상대 전적 --- 123 456 789 - R H E BB HP 잔루
(2승 1패) S K 020 101 110 | 6 _8 _1 _3 _ 0 _ 4
(1승 2패) 기아 000 000 001 | 1 _5 _0 _3 _ 0 _ 5

승리투수 = 김원형(3승, 2.84)
패전투수 = 강철민(1승 1패, 2.60)

실책 = SK : 포수 최경철(9회말 1사 2루, 6번 대타 김민철 선수 타석 때 타자는 삼진 아웃이 되고, 2루에서 3루로 도루를 시도하던 주자 이현곤 선수를 잡기위해 던진 공이 3루수 옆으로 벗어나 뒤로 빠짐. 이 사이 주자는 홈까지 들어옴. 투수에게는 비자책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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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구 스트라이크는 투수의 기본 ]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대투수가 되기 위해 가져야할 자세로 몸쪽공 구사 능력과 초구를 스트라이크부터 잡고 들어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는 공격적이고 투수에게 유리한 투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날 강철민 선수의 투구는 이 능력이 떨어졌다. 초구에는 계속해서 볼이 들어왔으며, 자꾸 볼카운트가 몰리다 보니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투구가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이날 그는 마운드에 있는 동안 모두 26타자를 상대했다. 그리고 무려 14명의 타자에게 초구를 볼로 던졌다. 실점이 나왔던 2, 4, 6회에는 그 비율이 더욱 높았다. 특히, 기선을 제압당하는 선제점을 내주었던 2회에는 6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모두에게 초구를 볼로 던졌다.

주목할 점은 선제점으로 연결된 정경배 선수의 2점 홈런이 이 초구 볼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강철민 선수는 선두 김재현 선수를 볼넷으로 내주었지만, 연속 두 타자를 삼진아웃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그러나 초구 볼은 여전했다. 그리고 정경배 선수에게도 역시 초구가 볼로 들어왔다. 노련한 그는 2구가 스트라이크로 들어올 것임을 예감한 듯 방망이를 가볍게 돌렸다. 한가운데로 몰린 직구였다. 공은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갔다.

이날 강철민 선수가 보여준 투구는 이런 식이었다. 초구에 볼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불리한 카운트로 몰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했고, 이 점을 정경배 선수에게 간파 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점수는 바로 결승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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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범현 감독의 선수 기 살리기]


이날 8회초 SK 와이번스 공격 때, 기아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선수가 등장했다. 전날 소위 ‘만세’를 부르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좌익수 정근우 선수가 이날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가 8회초 대주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연예인 야구 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실책을, 그것도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 나온 뼈아픈 실책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가 2군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SK 와이번스 조범현 감독은 달랐다. 비록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그에게 기를 살리는 차원에서 8회초 대주자로 경기에 기용하며 그에게 다시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정근우 선수는 감독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병살타로 연결 될 뻔한 피커링 선수의 유격수 땅볼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질주해서 2루에서 세이프가 되고, 이어 도루까지 성공시켜 단숨에 3루까지 진루했다. 그리고 정경배 선수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으면서, 승부와는 관계가 없었지만 귀중한 1득점을 기록했다. 이 득점이 전날 승부에 대한 빚을 갚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한 행동으로, 앞으로 그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감독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던져주었다.

정근우 선수는 원래 내야수 출신이라 지금은 외야자리에 적응을 하는 단계이다. 그것을 감독이 모를 리가 없다. 감독의 이날 출장 지시는 그가 언젠가는 오른쪽에 위치한 국민 우익수처럼, 멋있는 수비를 펼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윽박지르기 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며 계속해서 신뢰를 보낸 것이다. 조범현 감독의 이런 모습이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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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
2007. 9. 7. 17:33
[공짜] - [기아 vs SK,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 팀간 1차전]

 기아 타이거즈, 아직은 불안하다.


시즌 첫 맞대결을 1, 2위팀으로 만난것 때문인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의지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라놨다.

25일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의 2006 삼성 PAVV 프로 야구에서 SK 와이번스가 기아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의 호투에 눌리다, 그의 뒤를 받쳐 등판한 구원 투수들을 공략하는데 성공, 3-2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SK와이번스는 양 팀간 시즌 첫 대결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따냄과 동시에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반면에 이날 승리를 기록했다면 시즌 첫 1위로 등극할 수 있었던 기아 타이거즈는 다 잡은 승리를 역전패하며 최근 4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수요일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뉴스를 본 것일까? 이날 조범현 감독이 보여준 SK 와이번스 투수진 운용은 마치 토너먼트 대회를 치르는 고교팀 감독 같았다. 선발 투수로 신승현 선수를 기용하고 이어 선발급인 채병용 선수를 투입한데 이어, 셋업맨 정우람과 SK가 자랑하는 마무리 투수인 조웅천, 정대현 선수를 모두 기용하는 초강수를 폈다. 이러한 승리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을까? SK 와이번스는 결국 경기 후반 그 의지의 결과를 역전승으로 이끌어 냈다.

1-2로 뒤지고 있던 8회초 SK 와이번스의 공격. 여전히 기아 마운드는 호투를 하고 있던 선발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가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선두 타자로 나온 박재홍 선수를 삼진으로 잡으며, 승리를 위한 아웃카운트를 5개만 남겨두었다. 서정환 감독도 삼진을 잡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로 덕아웃에서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한계 투구수인 110개나 던진 상태였다. 구원 투수진을 믿고 마운드를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기아 구원 투수진은 선발 투수의 호투를 책임지지 못했다. 그의 뒤를 이은 좌완 전병두 선수는 첫 상대인 이진영 선수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함을 보이더니, 2사후 김재현 선수와 11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 장면이 이날 경기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그리고 파울볼 6개를 생산해 내며 끈질기게 승부를 펼친 김재현 선수의 승리였다. 감독의 승리에 대한 의지를 침묵하고 있던 타선이 뒤늦게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조 감독은 1루에 발빠른 정근우 선수를 대주자로 기용하며 더더욱 그 의지를 강화해 나갔다.

이 의지를 차단하기 위해 기아 서정환 감독은 좌타자 피커링 선수가 나옴에도, 서둘러 불을 끄기 위해 마무리 장문석 선수를 일찍 마운드로 올려보냈다. 하지만 앞선 타석에서 두 번의 삼진을 당하며 무안타로 침묵한 외국인 선수에게도 감독의 승리에 대한 의지는 따로 통역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의미가 확실히 통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좌측 선상 부근에 떨어지는 절묘한 2루타로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2타점 역전타를 쳐냈다.

기아의 두 마무리 투수가 역전 주자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사이, 조웅천 정대현 이 두명의 SK 와이번스 신구 잠수함 투수는 1회부터 7회까지 매회 주자가 나간 상대 타선을 8회와 9회 함께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팀의 3-2 승리를 지켜냈다.

기아 타이거즈는 선발 투수의 호투를 지키지 못한 마무리 투수들의 난조도 패배의 한몫을 담당하긴 했지만, 타선에서도 기록된 점수 그 이상을 뽑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2회초 무사 1루에서 정경배 선수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먼저 1점을 내준 기아 타이거즈는 이후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의 호투로 SK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반면 기아 타이거즈 타선은 1회말부터 매회 주자가 나가며 득점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4회말 1사후 서브넥, 김경언 선수의 안타와 손지환 선수의 몸에 맞는 볼로 순식간에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이후 김상훈 선수가 삼진을 당하며,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지만, 김종국 선수가 친 타구가 좌익수 키를 넘어 원바운드로 담장밖으로 넘어간 2타점 ‘그라운드 룰 더블(무조건 2개의 진루권을 부여하는 규칙)’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안타는 김종국 선수의 올 시즌 첫 안타였다. 하지만 이어진 2사 2-3루 기회에서 이종범 선수가 유격수 뜬 공으로 물려나면서 더 이상의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기아에게 기회는 5회말에도 찾아왔다. SK는 선발 신승현 선수가 내려가고, 제구력이 좋은 채병용 선수가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왔다. 이번에도 역시 1사후 장성호 선수의 우전 안타와 대타 이재주 선수의 볼넷 그리고 서브넥 선수의 강습 타구를 3루수 시오타니 선수가 서둘다 실책을 저지르면서 4회에 이어 두 번째 만루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김경언, 손지환 선수가 차례대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승리를 확인 시켜줄 추가점이 무산되었다.

이후에도 기아 타이거즈는 7회까지 매회 주자가 출루하는 등 상대보다 많은 안타와 사사구를 얻었음에도 추가 점수에 실패하며, 득점 대신에 무려 10개의 잔루만 기록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추가점을 뽑지 못한 기아 타이거즈 타선의 무기력과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의 호투를 뒷받침하지 못한 구원 투수진들의 난조가 패배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SK와이번스는 경기 내내 뒤지고 있었음에도 막강한 계투 작전을 펼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 경기 막판 타선의 집중력과 맞물리면서 역전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날 비록 팀은 패배하긴 했지만 기아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의 호투는 아주 뛰어났다. 8회초 1아웃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28타자를 맞아 110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와 1개의 볼넷으로 1실점만 허용했다. 특히 실점을 허용한 2회초를 제외한 모든 이닝에서 삼진을 잡아내며,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위력적인 모습도 보여주었다.

전적 ---- 123 456 789 - R H E BB HP 잔루
(1승) S K 010 000 020 | 3 _7 _1 _3 _ 0 _ 7
(1패) 기아 000 200 000 | 2 _8 _0 _3 _ 1 _ 10

승리투수 = 조웅천(1승 1세이브 2홀드, 4.70)
세 이 브 = 정대현(2승 4세이브, 0.00)
패전투수 = 전병두(2패 1홀드, 9.53)
구원실패 = 장문석(3세이브 2실패, 2.70)

실책 = SK : 3루수 시오타니(5회말 1사 1-2루, 5번 서브넥 선수의 강습 타구를 옆으로 흘리고, 이어 오른손에 공을 들었음에도 급한 나머지 공이 없는 왼손으로 3루 베이스를 찍음. 결과는 모든 주자 세이프)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