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7. 17:35
[기아 vs SK,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 팀간 3차전]

 기아 타이거즈, 가랑비에 옷 젖었다.

 기아 타이거즈 팬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과연 이번에도?’라는 물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유독 타이거즈만 만나면 힘을 내는 SK 와이번스 김원형 선수가 이날 선발 투수로 예고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27일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간의 2006 삼성 PAVV 프로 야구에서 ‘타이거즈 천적’ 김원형 선수가 올 시즌 처음으로 기아와의 경기에 등판한 가운데 투타에서 모두 짜임새 있고, 안정감을 보인 SK 와이번스가 홈팀 기아 타이거즈를 6-1로 물리쳤다. 이로써 SK 와이번스는 8개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15경기만에 10승 고지에 오르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참고로 지난 23년간 시즌 첫 10승을 기록한 팀은 단 3번을 제외하고 모두 4강에 들어갔다. 한편 기아타이거즈는 전날 행운의 역전승 기세를 지키지 못한 가운데, 투타에서 모두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배를 당하며 주초 2위에서 4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올 시즌 전반적으로 모든 팀들의 전력이 평준화 된 가운데 그 중 투타의 안정이 돋보이는 SK 와이번스의 모습이 이날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타이거즈 천적’ 김원형 선수는 1회말 선두 이종범 선수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이용규 선수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상대 3번과 4번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실점 없이 무사히 이닝을 마치자, 타선이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선두 김재현 선수가 볼넷을 고르고 피커링, 박경완 선수가 연이어 삼진을 당하며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7번 타자 정경배 선수가 기아 선발 강철민 선수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기는 선제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 2-0 SK 선제점 >

‘천적’이라는 특수성에다 타선의 도움으로 어깨가 가벼워진 김원형 선수는 2회말에도 선수 타자 이재주 선수를 안타로 내보냈으나 삼진과 병살타로 이닝을 가볍게 마무리 했다. 이후 그에게는 거칠 것 없는 투구가 이어졌다. 4회부터 6회까지 연속해서 상대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좀처럼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엿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사이 SK 와이번스의 타선은 야금야금 달아나기 시작했다.

4회초 2사후 박경완, 정경배 선수가 2루타와 볼넷으로 출루하자, 이대수 선수의 깨끗한 중전 안타로 1점을 추가했다. < 3-0 SK 추가점Ⅰ>

6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온 5번 타자 피커링 선수가 우중간 담장을 넘어 공을 경기장 밖으로 날려버리는 1점 홈런으로 모처럼 그의 체구에 걸맞는 타격 솜씨를 선보였다. < 4-0 SK 추가점 Ⅱ>

이후 기아 타이거즈 서정환 감독은 타선이 ‘타이거즈 천적’ 김원형 선수로부터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자 7회부터 투타 모두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내주며, 이날 경기는 가능성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SK 타선은 차례대로 교체되어 나온 투수들을 상대로 야금야금 점수를 뽑는 능력을 멈추지 않고, 승리의 도장을 확실히 찍어나갔다.

7회초 선두 조동화 선수가 안타로 출루하자 시오타니, 이진영 선수가 두 개의 진루 땅볼로 가볍게 주자를 3루에 안착시켰다. 이때 기아의 바뀐 투수 이상화 선수의 폭투가 나오며 가볍게 한 점을 추가했다. < 5-0 SK 추가점 Ⅲ >

8회초에도 선두 김재현 선수가 볼넷으로 나가자, 땅볼과 도루로 또다시 주자가 3루까지 진루했다. 그리고 정경배 선수의 우전 적시타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그들의 승리를 위한 마지막 득점을 올렸다. 한편, 이 때 홈을 밟은 선수는 김재현 선수의 볼넷 때 대주자로 기용된 정근우 선수였다. 그는 전날 팀 패배를 불러일으킨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는데, 이날 기 살리기 차원에서 경기 후반 기용되며, 득점까지 성공했다. < 6-0 SK의 마지막 추가점 >

기아 타이거즈는 지난 4월 16일 현대와의 경기이후 시즌 두 번째 영패를 당할 위기에 몰렸으나, 9회말 볼넷으로 나간 이현곤 선수의 연속 도루 때, SK의 교체된 포수 최경철 선수의 3루 악송구로 홈을 밟아 간신히 영패를 모면했다. < 1-6 기아 영패 모면 >

이날 SK 와이번스는 ‘타이거즈 천적’ 김원형 선수의 마운드에서 믿음직한 경기 운영과 끝날때까지 계속해서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는 추가점을 뽑아내는 등 투타에서 모두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기아 타이거즈는 투타에서 모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스코어 그대로 완패를 당했다. 특히 이재주 선수를 제외하고는 중심 타선에서 하위타선으로 이어지는 타선이 좀처럼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한게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날 ‘타이거즈 천적’인 김원형 선수에게 철저하게 당한 기아 타이거즈로서는 또 다른 천적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작년 시즌 고비에서 무너지며 시즌 성적 3승 15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인 삼성 라이온즈가 넘어서야 할 천적이다. 기아 타이거즈가 창단 첫 꼴지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 팀을 상대로 올해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 결과가 기대된다.


 상대 전적 --- 123 456 789 - R H E BB HP 잔루
(2승 1패) S K 020 101 110 | 6 _8 _1 _3 _ 0 _ 4
(1승 2패) 기아 000 000 001 | 1 _5 _0 _3 _ 0 _ 5

승리투수 = 김원형(3승, 2.84)
패전투수 = 강철민(1승 1패, 2.60)

실책 = SK : 포수 최경철(9회말 1사 2루, 6번 대타 김민철 선수 타석 때 타자는 삼진 아웃이 되고, 2루에서 3루로 도루를 시도하던 주자 이현곤 선수를 잡기위해 던진 공이 3루수 옆으로 벗어나 뒤로 빠짐. 이 사이 주자는 홈까지 들어옴. 투수에게는 비자책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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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구 스트라이크는 투수의 기본 ]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대투수가 되기 위해 가져야할 자세로 몸쪽공 구사 능력과 초구를 스트라이크부터 잡고 들어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는 공격적이고 투수에게 유리한 투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날 강철민 선수의 투구는 이 능력이 떨어졌다. 초구에는 계속해서 볼이 들어왔으며, 자꾸 볼카운트가 몰리다 보니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투구가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이날 그는 마운드에 있는 동안 모두 26타자를 상대했다. 그리고 무려 14명의 타자에게 초구를 볼로 던졌다. 실점이 나왔던 2, 4, 6회에는 그 비율이 더욱 높았다. 특히, 기선을 제압당하는 선제점을 내주었던 2회에는 6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모두에게 초구를 볼로 던졌다.

주목할 점은 선제점으로 연결된 정경배 선수의 2점 홈런이 이 초구 볼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강철민 선수는 선두 김재현 선수를 볼넷으로 내주었지만, 연속 두 타자를 삼진아웃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그러나 초구 볼은 여전했다. 그리고 정경배 선수에게도 역시 초구가 볼로 들어왔다. 노련한 그는 2구가 스트라이크로 들어올 것임을 예감한 듯 방망이를 가볍게 돌렸다. 한가운데로 몰린 직구였다. 공은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갔다.

이날 강철민 선수가 보여준 투구는 이런 식이었다. 초구에 볼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불리한 카운트로 몰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했고, 이 점을 정경배 선수에게 간파 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점수는 바로 결승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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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범현 감독의 선수 기 살리기]


이날 8회초 SK 와이번스 공격 때, 기아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선수가 등장했다. 전날 소위 ‘만세’를 부르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좌익수 정근우 선수가 이날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가 8회초 대주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연예인 야구 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실책을, 그것도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 나온 뼈아픈 실책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가 2군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SK 와이번스 조범현 감독은 달랐다. 비록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그에게 기를 살리는 차원에서 8회초 대주자로 경기에 기용하며 그에게 다시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정근우 선수는 감독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병살타로 연결 될 뻔한 피커링 선수의 유격수 땅볼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질주해서 2루에서 세이프가 되고, 이어 도루까지 성공시켜 단숨에 3루까지 진루했다. 그리고 정경배 선수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으면서, 승부와는 관계가 없었지만 귀중한 1득점을 기록했다. 이 득점이 전날 승부에 대한 빚을 갚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한 행동으로, 앞으로 그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감독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던져주었다.

정근우 선수는 원래 내야수 출신이라 지금은 외야자리에 적응을 하는 단계이다. 그것을 감독이 모를 리가 없다. 감독의 이날 출장 지시는 그가 언젠가는 오른쪽에 위치한 국민 우익수처럼, 멋있는 수비를 펼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윽박지르기 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며 계속해서 신뢰를 보낸 것이다. 조범현 감독의 이런 모습이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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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