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7. 17:33
[공짜] - [기아 vs SK,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 팀간 1차전]

 기아 타이거즈, 아직은 불안하다.


시즌 첫 맞대결을 1, 2위팀으로 만난것 때문인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의지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라놨다.

25일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의 2006 삼성 PAVV 프로 야구에서 SK 와이번스가 기아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의 호투에 눌리다, 그의 뒤를 받쳐 등판한 구원 투수들을 공략하는데 성공, 3-2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SK와이번스는 양 팀간 시즌 첫 대결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따냄과 동시에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반면에 이날 승리를 기록했다면 시즌 첫 1위로 등극할 수 있었던 기아 타이거즈는 다 잡은 승리를 역전패하며 최근 4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수요일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뉴스를 본 것일까? 이날 조범현 감독이 보여준 SK 와이번스 투수진 운용은 마치 토너먼트 대회를 치르는 고교팀 감독 같았다. 선발 투수로 신승현 선수를 기용하고 이어 선발급인 채병용 선수를 투입한데 이어, 셋업맨 정우람과 SK가 자랑하는 마무리 투수인 조웅천, 정대현 선수를 모두 기용하는 초강수를 폈다. 이러한 승리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을까? SK 와이번스는 결국 경기 후반 그 의지의 결과를 역전승으로 이끌어 냈다.

1-2로 뒤지고 있던 8회초 SK 와이번스의 공격. 여전히 기아 마운드는 호투를 하고 있던 선발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가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선두 타자로 나온 박재홍 선수를 삼진으로 잡으며, 승리를 위한 아웃카운트를 5개만 남겨두었다. 서정환 감독도 삼진을 잡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로 덕아웃에서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한계 투구수인 110개나 던진 상태였다. 구원 투수진을 믿고 마운드를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기아 구원 투수진은 선발 투수의 호투를 책임지지 못했다. 그의 뒤를 이은 좌완 전병두 선수는 첫 상대인 이진영 선수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함을 보이더니, 2사후 김재현 선수와 11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 장면이 이날 경기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그리고 파울볼 6개를 생산해 내며 끈질기게 승부를 펼친 김재현 선수의 승리였다. 감독의 승리에 대한 의지를 침묵하고 있던 타선이 뒤늦게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조 감독은 1루에 발빠른 정근우 선수를 대주자로 기용하며 더더욱 그 의지를 강화해 나갔다.

이 의지를 차단하기 위해 기아 서정환 감독은 좌타자 피커링 선수가 나옴에도, 서둘러 불을 끄기 위해 마무리 장문석 선수를 일찍 마운드로 올려보냈다. 하지만 앞선 타석에서 두 번의 삼진을 당하며 무안타로 침묵한 외국인 선수에게도 감독의 승리에 대한 의지는 따로 통역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의미가 확실히 통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좌측 선상 부근에 떨어지는 절묘한 2루타로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2타점 역전타를 쳐냈다.

기아의 두 마무리 투수가 역전 주자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사이, 조웅천 정대현 이 두명의 SK 와이번스 신구 잠수함 투수는 1회부터 7회까지 매회 주자가 나간 상대 타선을 8회와 9회 함께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팀의 3-2 승리를 지켜냈다.

기아 타이거즈는 선발 투수의 호투를 지키지 못한 마무리 투수들의 난조도 패배의 한몫을 담당하긴 했지만, 타선에서도 기록된 점수 그 이상을 뽑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2회초 무사 1루에서 정경배 선수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먼저 1점을 내준 기아 타이거즈는 이후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의 호투로 SK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반면 기아 타이거즈 타선은 1회말부터 매회 주자가 나가며 득점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4회말 1사후 서브넥, 김경언 선수의 안타와 손지환 선수의 몸에 맞는 볼로 순식간에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이후 김상훈 선수가 삼진을 당하며,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지만, 김종국 선수가 친 타구가 좌익수 키를 넘어 원바운드로 담장밖으로 넘어간 2타점 ‘그라운드 룰 더블(무조건 2개의 진루권을 부여하는 규칙)’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안타는 김종국 선수의 올 시즌 첫 안타였다. 하지만 이어진 2사 2-3루 기회에서 이종범 선수가 유격수 뜬 공으로 물려나면서 더 이상의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기아에게 기회는 5회말에도 찾아왔다. SK는 선발 신승현 선수가 내려가고, 제구력이 좋은 채병용 선수가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왔다. 이번에도 역시 1사후 장성호 선수의 우전 안타와 대타 이재주 선수의 볼넷 그리고 서브넥 선수의 강습 타구를 3루수 시오타니 선수가 서둘다 실책을 저지르면서 4회에 이어 두 번째 만루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김경언, 손지환 선수가 차례대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승리를 확인 시켜줄 추가점이 무산되었다.

이후에도 기아 타이거즈는 7회까지 매회 주자가 출루하는 등 상대보다 많은 안타와 사사구를 얻었음에도 추가 점수에 실패하며, 득점 대신에 무려 10개의 잔루만 기록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추가점을 뽑지 못한 기아 타이거즈 타선의 무기력과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의 호투를 뒷받침하지 못한 구원 투수진들의 난조가 패배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SK와이번스는 경기 내내 뒤지고 있었음에도 막강한 계투 작전을 펼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 경기 막판 타선의 집중력과 맞물리면서 역전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날 비록 팀은 패배하긴 했지만 기아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 선수의 호투는 아주 뛰어났다. 8회초 1아웃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28타자를 맞아 110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와 1개의 볼넷으로 1실점만 허용했다. 특히 실점을 허용한 2회초를 제외한 모든 이닝에서 삼진을 잡아내며,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위력적인 모습도 보여주었다.

전적 ---- 123 456 789 - R H E BB HP 잔루
(1승) S K 010 000 020 | 3 _7 _1 _3 _ 0 _ 7
(1패) 기아 000 200 000 | 2 _8 _0 _3 _ 1 _ 10

승리투수 = 조웅천(1승 1세이브 2홀드, 4.70)
세 이 브 = 정대현(2승 4세이브, 0.00)
패전투수 = 전병두(2패 1홀드, 9.53)
구원실패 = 장문석(3세이브 2실패, 2.70)

실책 = SK : 3루수 시오타니(5회말 1사 1-2루, 5번 서브넥 선수의 강습 타구를 옆으로 흘리고, 이어 오른손에 공을 들었음에도 급한 나머지 공이 없는 왼손으로 3루 베이스를 찍음. 결과는 모든 주자 세이프)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