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7. 17:36
[기아 vs 삼성,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 팀간 1차전]


박한이 선수의 빨랫줄 같은 송구 하나가 여러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승리를 거둔 삼성의 선수들과 팬들은 기쁨의 웃음을 지었고, 패배를 당한 기아 선수들과 팬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너무나도 일방적인 결과로 인해, 올 시즌에도 그 결과가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첫 맞대결을 가졌다. 28일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2006 삼성 PAVV 프로야구 경기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부의 향방을 점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가 2회초 진갑용 선수의 희생플라이 1득점을 끝까지 지켜, 기아 타이거즈를 1-0으로 간신히 물리쳤다. 이로서 삼성은 3연승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지켰고, 기아는 연패에 빠지며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가 5위로 떨어졌다.

이날 경기는 최종 스코어에서 보듯이 마지막 9회말까지 승부를 점칠 수가 없었다. 특히 9회말 마지막 장면은 야구 경기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

1-0으로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지키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는 9회말 그들의 마무리 오승환 선수를 마운드로 올려 보냈다. 하지만, 오승환 선수는 이미 이틀 동안 모두 3이닝을 던진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려는 바로 마운드에서 드러났다.

선두 타자 심재학 선수에게 좌측 파울 기둥을 살짝 비켜가는 파울 홈런을 허용한 후, 기어이 우측에 2루타를 내주고 만다. 기아로서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확실한 득점 찬스를 잡았고, 곧바로 발 빠른 이현곤 선수를 2루에 대주자로 내 보낸다. 우선 동점을 만들기 위해 송산 선수에게 번트를 지시하고, 그는 착실히 번트를 성공시켜 주자를 3루까지 보낸다. 외야에 뜬공 하나만 나오거나 깊숙한 땅볼만 나와도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타석에는 9번 김종국 선수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2S-1B에서 높게 들어온 4구를 힘껏 받아쳤다. 타구는 중견수 박한이 선수에게로 날아갔다. 너무 짧지도, 멀지도 않은 지점에서 박한이 선수는 공을 잡았다. 이와 동시에 3루주자 이현곤 선수는 홈을 향해 출발을 했다. 박한이 선수도 홈을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한번 바운드가 된 공은 포수 진갑용 선수 미트로 들어갔고, 그 때 그 앞을 지나던 이현곤 선수는 태그가 되었다. 구심 임채섭씨는 진갑용 선수가 공을 미트에 안전하게 들고 있는지 확인한 후 오른손을 움직여 아웃이라는 신호를 내렸다. 1아웃에서 순간적으로 더블 플레이가 되면서 3아웃이 되었다. 그리고 경기는 끝났다.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삼성 라이온즈가 승리를 가져갔다.

구원 실패가 될 줄 알았던 오승환 선수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면서 승리를 확인했고, 초조하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선발 임동규 선수는 고향땅에서 승리 투수가 되었다. 반면, 중견수쪽으로 타구가 날아갈 때만해도 모두들 동점일거라는 확신을 가졌던 기아 선수들과 홈팀 관중들은 믿기지 않는 아웃을 보며 허탈에 빠졌다.

지난해 양 팀간의 첫 경기에서도 승리가 눈앞에 보인 기아 타이거즈가 막판 3실점을 하며, 역전패를 당한 이후 시즌 내내 삼성과의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되며 첫 만남부터 패배를 당했다.


한편, 이 날 양팀의 유일한 득점은 경기 초반인 2회초 나왔다. 선두 김대익 선수가 우전 안타를 치고, 김한수 선수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이후 야선 선택으로 1사 주자 1-3루의 기회를 삼성이 잡았다. 그리고 8번 진갑용 선수가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치며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1득점이 이날 유일한 점수로 기록되었다.


비록 이날 양팀을 통해 1점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추가 점수가 나와야 했던 경기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1회부터 9회까지 매회 주자를 출루시켰다. 그러나 병살타 2개와 주루사 2번, 도루 실패 1번 등 잔 실수가 겹치며, 무려 11개의 잔루를 남겨 1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6회초 1사 만루, 7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무산 시킨것이 뼈 아펐다.

기아 타이거즈의 타격 침체는 너무나도 심각했다. 1번부터 9번까지 펄펄 나는 선수는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거의 매회 주자를 내보내며 득점 기회를 엿봤으나, 9회 찬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찬스를 2아웃 이후 만들어 간 것이 아쉬웠다. 특히, 선발 임동규 선수가 내려가고 난 다음 7회말 1사 1-2루에서 점수를 뽑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공교롭게도 광주 동성고(옛 광주상고) 출신 선후배끼리 맞붙은 이날 선발 대결에서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두 선수가 모두 호투를 펼쳤다. 100Km 전후의 느린 변화구와 130Km 후반대의 직구를 절묘하게 섞어가며, 기아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임동규 선수는 불과 3안타만을 허용하며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용납하지 않는 호투를 선보였다.

반면, 빠른 강속구가 주무기인 신인 한기주 선수는 비록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이전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까지 선보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3․4회초 상대 중심 타자인 양준혁, 김한수 선수를 병살타로 처리한 것과 6․7회초 대량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장면이 돋보였다.


이제 2차전 경기는 과연 작년처럼 기아 타이거즈가 맥없이 물러 날것인지, 아니면 올해는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승리를 따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은 좌완 전병호 선수를, 기아는 우완 이동현 선수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전적 ---- 123 456 789 -- R H E BB HP 잔루
(1승) 삼성 010 000 000 | 1 _8 _1 _6 _ 1 _ 11
(1패) 기아 000 000 000 | 0 _7 _1 _1 _ 2 _ 7

승리투수 = 임동규(2승, 1.99)
홀 드 = 오상민(2홀드, 0.00)
홀 드 = 박석진(1승 1홀드, 0.00)
홀 드 = 안지만(1홀드, 9.00)
홀 드 = 권오준(2승 6홀드, 2.08)
세 이 브 = 오승환(8세이브, 0.64)
패전투수 = 한기주(1승 3패, 4.22)

- 희생타 = 삼성 : 진갑용(2회초 1사 1-3루 희생플라이, 5회초 무사 1루 희생번트), 기아 : 송산(9회말 1사 1루 희생번트)

- 실책 = 삼성 : 2루수 박종호 (5회말 2사 1-2루, 9번 김종국 선수의 땅볼 타구를 2루에 토스하려다 놓침), 기아 : 2루수 손지환 (6회초 1사 1-2루, 6번 김한수 선수의 병살성 타구 성급하게 2루로 던지려다 놓친 후, 뒤늦게 1루에 던졌으나 타자 주자도 세이프)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