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 04:30



 “기름값만 날렸어요.”

 지난 4월 중순 함평 전남야구장. 비록 2군 경기지만 관중석에는 1명의 관중이 이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 목포에서 왔다는 그는 지역에서 사회인 야구를 할 정도로 평상시 야구를 너무나 좋아하는 팬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목포에서는 접하기 힘든 프로야구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단히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 그의 얼굴은 이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2군 경기로 인해 속았던 기억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 사정은 이랬다. 앞주에도 2군 경기를 보기 위해 함평 전남야구장을 찾았지만, 야구장이 텅 비어 있더라는 것이다. 분명 구단 홈페이지(기아 타이거즈)를 통해 경기 장소가 이곳임을 확인하고 왔지만,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빈 운동장 뿐. 찜찜한 마음에 발길을 돌려 집에 와서 확인을 해보니, 실제 경기가 열렸던 곳은 황당하게도 광주.(실제로 기아 구단 홈페이지에는 광주에서 열렸던 그 경기를 아직도 함평에서 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언젠가는 오후 1시에 열린다고 나와 있는 정보를 믿고 찾아갔더니, 이미 경기는 종반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고, 분한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적도 있었다고 했다. 통상 3연전 가운데 마지막 경기는 방문팀의 이동 편의를 위해 오전 11시에 시작되는데, 2군 경기를 꾸준히 봐오지 않는 이상 미리 알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야구팬 이외에도 2군 경기로 인해 낭패를 보았던 야구팬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 지난해에도 또 다른 열성 야구팬을 통해 이러한 분통 터지는 경험담을 손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고 했던 것일까? 5월 1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2군 경기가 그런 경우였다. 이번에 팬을 속인 것은 경기 시각.

 일반 야구팬들이 2군 경기에 대한 장소와 시각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KBO, 홈팀, 방문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 세 곳에는 이날 경기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었고, 특히 경기 시각에 대해서는 모두 오후 1시라고 게시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평상시 다른 구단과 달리 2군 동정란을 따로 마련해서 더욱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해당 메뉴에서도 이날 경기 시작 시각을 오후 1시라고 친철히 안내하고 있었다. 어느 한곳이라도 다른 시각이 있었다면 모를까 모두 똑같이 알려주니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된 정보였다. 실제 경기가 시작된 시각은 오전 11시. 당초 알려진 정보대로 오후 1시에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이라면 앞서 속고 말았던 야구팬들과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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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O와 구단 홈페이지에 나온 오후 1시, 이미 경기는 6회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5월 1일 광주 무등야구장.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이러한 일이 1군 경기에서 발생했다면 엄청난 비난과 이미지 하락은 불을 보듯 뻔 한일이다. 하지만 2군 리그에서는 그런 일들이 너무나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나 각 구단들이 ‘2군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2군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KBO부터가 그렇다. 앞서 현장 상황과는 동떨어진 경기 장소와 시각 제공의 경우 현장에 전화 한 통화면 충분히 해결될 일이다. 어려운 일도 아니며, KBO가 마땅히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다. 올해부터 일정란에 보면 주의 문구를 삽입했는데, 그런 문구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또한 매일 매일 새로 갱신되어야 할 선수들의 기록 관리도 여전히 일주일에 한번 몰아서 정리되고 있는데, KBO가 2군 리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매일 벌어지는 2군 경기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겨우 점수 상황이나 일부 선수들의 기록만 간단히 요약해서 제공하고 있는데, 그런 내용으로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제공되는 내용이 신뢰가 가는 것도 아니다. 오타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공식 기록마저도 엉터리로 적어 놓는 경우까지 있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심각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실수를 시즌이 끝날 때까지 버젓이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공식 기록지를 그대로 공개해서 팬들 스스로 읽게 하는 게 나을 것이다.


 2군에 대한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2군 없는 1군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각 구단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한국 야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1군 못지않게 2군의 실력과 그 처지가 향상되어야 한다. KBO와 각 구단들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 2군과 관련되어 잘못 기록된 사례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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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
2008. 4. 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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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통산 89승에 빛나는 호세 리마가 한국 프로야구 2군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21일 2군으로 강등된 후 퇴출설에 휩싸이며 모습을 보이지 않던 호세 리마(타이거즈)는 29일 무등 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군 경기에 선발 투수로 모습을 드러내며, 6이닝 동안 3실점의 평범한 투구를 선보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잘한것도 아니고 못한것도 아닌 투구였다. 그렇지만 무게 중심은 못한 쪽에 가까우며, 1군 승격을 하기에는 한 차례 테스트가 더 필요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 이유는 역시 투구 내용 때문. 첫 타자 김수연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시작으로 6회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그가 허용한 안타는 무려 9개. 더욱이 모든 안타가 완벽하게 맞아나가는 타구였다. 그 가운데 좌타자에게 허용한 안타가 8개였고, 특히 1(김수연), 2(한윤섭), 3(김강)번과의 승부에서 고전(9타석 7타수 6안타 1BB 1희타)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많은 출루를 허용하다보니 6이닝 동안 삼자 범퇴는 단 한 번도 없었으며, 거의 매회 득점권에 주자를 놓고 힘겨운 투구가 이어졌다. 오히려 3실점에 그친 것이 용할 정도.  여기에는 수비수(3회초 1루수 이영수의 다이빙 캐치)의 도움과 상대의 주루 플레이 실수(5회초 김강의 1루에서 아웃)가 있어서 대량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6회초 무사 2-3루 위기 상황에서 삼진 2개와 내야 땅볼로 스스로 위기 상황을 넘긴 점과 2군으로 강등되었지만 의기소침해 있지 않고 아무도 호응해주는 사람이 없음에도 운동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들은 그의 의욕이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배터리를 이룬 신인 포수 백용환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사이로 이날 경기에서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자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방한 부분이었다.


 한편, 이날 경기는 당초 함평 전남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무등 야구장이 비어있는 관계로 경기 장소가 변경되어 치러졌다. 덕분에 호세 리마의 함평 방문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1군 승격이 미뤄지고 계속 2군에 남아있게 된다면, 돌아오는 일요일(5월 4일, LG 트윈스) 함평 경기 출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외국인 선수로 함평 전남 야구장을 경험한 선수는 2006년 서브넥이 유일하다.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1군과 2군을 오르락 했던 그는 이 곳에서 열린 1경기에 출전 3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이후 퇴출되었다. 호세 리마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면, 서브넥에 이어 사상 2번째 외국인 선수로 기록될 것이다.




★ [관련 글] - 지난 시범 경기 당시, 호세 리마 모습(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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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회말 대타로 나와 역전 2점 홈런을 친 유묭목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장면. 1루 코치석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차영화 감독(사진 맨 왼쪽)의 박수 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유용목의 역전 홈런으로 기아 타이거즈 2군이 한화 이글스 2군을 4-3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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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날렸던 호세 리마의 명성에 걸맞게 이날 경기에는 2군 경기에서 좀 처럼 보기드문 외국인 관중까지 찾아와 그의 투구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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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