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01:02
2005년 5월 31일

[ 화요일의 전설, 그리고 화요일에는 질 수 없다. ]


 운동 선수들에게는 징크스라는 게 있다. 어떤 행동을 통해서 승리를 기원한다든가, 또는 매번 같은 상황으로 인해서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 징크스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전 몸을 씻지 않고, 특정인의 속옷을 입으며, 특정인을 만나지 않아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등이 예일 것이다.

 최근 기아 타이거즈 팀 전체적으로 이런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걸린 모양이다. 그것은 꼴지 팀임에도 화요일만큼은 정규리그 1위 팀 못지 않은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기아는 4월 5일부터 5월 24일까지 화요일에 벌어진 7번의 경기에서 무려 6승 1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1번 패배한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시종 앞서고 있다 마지막에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에 전승을 거둘 수도 있었다.

 특히 이렇게 화요일에 강한 모습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홈에서 펼쳐진 5월 31일 LG 트윈스와의 경기과정을 보면 더욱 주목을 끈다. 기아는 꼴지팀으로서 4월과 5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팀이었다. 대등하게 나가더라도 허약한 중간과 마무리진이 승리를 날려버리기 일쑤였고, 모처럼 추격을 하는 경기에서도 한계를 보이고 무기력하게 패배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달랐다. 화요일이기 때문에 져서는 안 된다는 집념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올 시즌 볼 수 없었던 기아 타이거즈의 모습이었다. LG 트윈스가 점수를 얻어 달아나면 기아 선수들은 반드시 만회를 했고 기어이 경기 종반인 8회말 극적인 동점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연장전에서 클리어 선수에게 불의의 3점 홈런을 허용하고도 송산 선수의 믿어지지 않는 극적인 3점 동점 홈런으로 다시 한번 더 동점을 만들고 결국, 11회말 김경언 선수의 역전 2점 홈런으로 승리를 따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질 수 없다는 집념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1) 4월 5일(화) 승 원정 기아 6 : 4 SK 문학
2) 4월 12일(화) 패 홈 삼성 7 : 6 기아 광주
3) 4월 19일(화) 승 원정 기아 4 : 1 롯데 사직
4) 4월 26일(화) 승 홈 SK 3 : 4 기아 광주
5) 5월 3일(화) 승 원정 기아 5 : 4 현대 수원
6) 5월 10일(화) 승 홈 현대 2 : 4 기아 광주
7) 5월 17일(화) (우천 연기)
8) 5월 24일(화) 승 홈 두산 1 : 12 기아 광주
<< 7전 6승 1패 >>

9) 5월 31일(화) 승 홈 LG 9 : 11 기아 광주
<< 8전 7승 1패 >>

기아가 화요일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올해만 유독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작년에도 화요일에 무척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년 4월 6일부터 5월 25일까지 벌어진 화요일 8경기에서 6승 2패로 지금과 비슷한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작년의 경우 이어진 6월에 벌어진 화요일 경기에서 1승 3패의 부진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 전년도인 2003년, 6월로 접어들던 화요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기아 타이거즈를 악몽의 늪으로 이끌었던 '화요일의 대 공항'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5월 27일 화요일 수원구장, 기아는 현대 유니콘스와 경기가 있었고 상대는 당시 선발 연승 기록을 이어가던 에이스 정민태 선수였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초반에 대량 점수를 얻어 10대 1로 앞서갔다. 정민태 선수의 연승 기록을 기아 선수들이 저지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야금야금 점수를 허용하더니 결국 9회말 10대 9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마무리 진필중 선수가 심정수 선수에게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내줘 10대 12라는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보여준 9점차 역전패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큰 점수차 역전패로 기록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역전패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먼저, 이 패배 이후 팀은 7연패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그 이후 화요일 경기에서 홀린 듯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이다.

 그 다음주인 6월 3일 화요일 대구 시민 야구장. 삼성을 상대로 초반 8대 1까지 앞서 나간 기아. 하지만 1주전처럼 또 다시 점수를 허용, 결국엔 8대 11로 역전패를 당하는 믿기지 않는 경기를 2주 연속 보여주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시 그 다음주인 6월 10일 화요일 광주 무등경기장. 홈에서 한화를 맞이한 기아는 이날은 처음부터 점수를 허용하기 시작해서 홈런을 무려 6개나 허용해 17대 8의 대패를 당했다. 특히 당시 불펜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던 신용운 선수는 2개의 만루 홈런을 얻어맞아 생애 최악의 하루를 보낸 날로 기록되었다.


 2003년의 기억들이 1년 뒤인 2004년에도 기억에 남아 미쳤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작년의 기록은 6월로 접어들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도 비슷한 행보다. 그러나 2년 전의 악몽을 충분히 갚고도 남을 경기를 5월 31일 경기를 통해 보여줌으로서 앞으로 펼쳐질 화요일 경기에서도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징크스는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왜냐하면 부진에 빠지더라도 특정일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 타이거즈는 바로 지금이 그 때이다. 이날 경기는 부진에 빠져있던 기아가 다시 팀웍을 뭉쳐서 반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경기가 되었다. 다시 꼴찌에서 벗어났고 6월에는 순위를 계속 끌어올리는 한 달이 되었으면 한다. 화요일뿐만 아니라 다른 요일에도 승리의 징크스를 만들어 가는 기아타이거즈가 되길 바란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