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00:56
2004년 7월 21일

SBS 스포츠 채널의 아쉬운 중계 방송 편성


기아와 LG 경기는 전통적으로 많은 야구 전문가와 팬들이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손꼽는 놓치질 말아야 할 경기로 통한다. 특히 후반기 첫 시리즈 경기로 잡아놓은 KBO의 전략에서도 알 수 있다.

21일 기아와 LG의 경기 중계는 스포츠 전문 CATV겸 위성 채널인 'SBS 스포츠 채널'에서 담당했다. 하지만 경기는 저녁 9시가 넘어 녹화 중계 방송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12시가 넘어 방송이 끝났다. 이유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팀 친선 경기를 위해 뒤로 늦춰진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을 야구 중계에 힘을 쏟고 있는 'SBS 스포츠 채널'이 가끔씩 다른 종목인 축구 경기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중계 편성이 적절했는지 살펴본다면 잘못된 것이었다.

과거 스포츠 전문 채널이 나오기 이전에는 지상파로 경기가 진행이 되다 편성의 문제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항의는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전문 채널이 생겨나자 등장한 것이 양 채널 동시 중계였다. 지상파에서 중계방송을 더 이상 못하더라도 계속 방송을 이어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일종의 백업 시스템인 것이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지상파가 갑작스런 방송으로 해야한다거나, 경기시간이 애초부터 정해져 있지 않은 야구나 테니스, 배구와 같은 종목을 중계방송 할 때에는 아주 유용한 시스템이다.

잘 알다시피 SBS 스포츠 채널은 지상파인 SBS의 자회사다. 결국 오늘 중계는 양 채널에서 동시에 생중계로 진행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첫째, 한·일전 축구 경기는 경기 시간이 지상파 방송에 지장을 줄만큼, 예측할 수 없는 경기가 아니었다.
승부를 반드시 가려야 하거나 상금이 걸려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단지 양 팀의 실력을 확인하고 우위를 다지는 평가전 겸 정기 친선 경기였다. 전·후반 90분의 경기만이 예정되어 있고 각각의 인저리 타임이 길어야 5분 내외로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업시스템을 가동한 것은 무슨 경우인가?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나와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예정에 없는 식전행사로 인해 시간이 길어진다면 몰라도 천재지변이 아니고 서야 지상파 방송에 지장을 줄만한 문제는 없었다.

두 번째, CATV나 위성의 가입율이 지상파를 앞선 것도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전파를 이용해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 동시 중계는 자원의 낭비다. 케이블이나 위성의 가입자가 훨씬 많아 어쩔 수 없이 방송을 해야 한다면 몰라도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지상파만의 중계방송을 한다고 해서 방송사에 항의를 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케이블이나 위성의 가입자들일지언정... 다만, 스포츠 채널을 통해 재방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항의가 들어올 수는 있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결국 지상파만의 중계는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 양쪽 동시 중계로 자원의 낭비가 되었다.

세 번째, CATV나 위성만의 독특한 중계방송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인가?
SBS 스포츠 채널로 전달된 화면은 SBS 지상파에서 나오는 화면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를 보여주는 화면과 진행하는 캐스터와 해설자. 다른점은 시차의 문제로 인해 지상파에 비해서 2∼3초정도 늦게 전달이 되는 것 뿐이었다. 조금전 화면을 손쉽게 리플레이(?)로 볼 수 있는 장점(?)은 있었다.
결국 스포츠 채널은 SBS 지상파의 꼭두각시 중계 노릇밖에 되지 못했다. 지상파에서 다루지 못하는 전문적인 내용과 경기 내용 분석 이런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만약, 같은 경기라도 다른 중계 시스템을 보여주었다면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연구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미디어 연구학자'와 '스포츠업 관련 종사자'들은 차이점 비교에 대한 글들을 적을 수 있고, '스포츠 팬 또는 매니어'들은 다양한 중계를 볼 수 있어서 좋아할 것이다. 실례로 MBC-ESPN의 경우 국내 선수들의 경기가 있을 때 화면은 같을 지언정 지상파와 케이블은 다른 방송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시청자 자신에게 알맞은 방송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이런 것이 아니라면 납득이 갈 수 없는 방송 시스템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축구 경기 재방송은 예정되어 있었다.
12시가 넘어 끝난 야구 경기 다음 프로그램으로 한·일전 축구 경기가 다시 방송되었다.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차피 축구 경기 재방송이 예정되어 있었다면 생중계로 진행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야구 경기를 기다렸던 시청자도 아우르고, 축구 경기도 못 본 시청자도 아우를 수 있는 편성의 묘가 아쉽다.


결국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방송사들의 주 수익원인 광고 수입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기 위한 이유일 것이다. 아무래도 녹화중계보다는 생중계일 때 더 높은 단가의 수입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현상은 상업방송인 SBS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보이고 있는 현상이다. 다음에도 펼쳐지는 전통의 라이벌전 보다는 한·일 정상회담과 아테네 올림픽 앞두고 맞물려 벌어지는 친선경기가 야구 경기보다는 훨씬 더 그 관심도가 높은 경기임에는 틀림없었다. 결국 이는 광고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방송사 입장에서는 훨씬 구미가 당겼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가지는 과거 보다 많이 떨어진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그대로 반영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이용이 되다가도 정작 중요할 때는 뒷전으로 밀린 꼴이 된것이다. 야구인들이나 야구팬들도 야구 인기와 위상 상승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제기한 문제는 특정 방송사나 종목에 대해서 불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21일 SBS 스포츠 채널이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유연한 편성 정책이 시급하다. 다양한 기호를 가지고 있는 있는 시청자들을 모두 아우를수 있는 편성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아니라면 스포츠 전문 채널다운 전문화된 개성이 넘치는 방송 제작을 해달라는 것도 부탁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최고의 라이벌전이라 여겨지는 경기가 이처럼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대부분이 비어있었던 경기장 좌석을 보고 있노라니 SBS 스포츠 채널이 중계를 외면한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긴했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