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00:55
2004년 7월 13일

[MLB 였다면....]


경기를 보면서 미국 프로야구와 몇 가지 비교할 부분이 생각이 났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도 대단하지만 미국 프로야구를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을 접목해 보고 발전을 꾀해 보자는 의도다.


상황 1.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1회 수상자 송진우 선수

미국 MLB에서 골드 글러브 수상자 선정 기준은 말 그대로 글러브를 이용한 기록으로 따진다. 결국 수비를 어떻게 했는지가 절대적인 기준이다. MLB에서는 투수 부문에 있어서 '컨트롤의 마법사' 그렉 매덕스(시카고 컵스)가 대표적인 선수이다. 그는 지난 2002년까지 13년 연속 내셔널리그 골드 글러브 투수 부문 타이틀을 독식했다. 그만큼 그의 수비는 견고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골든 글러브는 주라 할 수 있는 수비는 뒷전이 된지 오래다. 타자는 타격, 투수는 다승과 방어률과 같은 기록이 우선이다. 다만 해당 포지션에서 얼마나 뛰었는지가 수비를 체크하기 위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송진우 선수를 보면서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의 투구를 오늘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이처럼 수비를 잘했는지는 몰랐었다.
[2회 : 투수 병살(1) /4회 : 땅볼, 직선(2) /5회 : 번트(1) /6회 : 땅볼(1) /7회 : 땅볼(1) /8회 땅볼(1)]
모두 25개의 아웃 카운트 중에서 무려 7개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다.
투수 앞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투구 내용도 대단하지만 그러한 타구를 당황하지 않고 노련하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수비의 교과서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다. 특히 2회말 수비에서 김상훈 선수의 땅볼을 잡아 2루에 송구하는 모습은 마치 발레를 하는 듯한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부러진 배트를 한손으로 치우고, 한손으로 공을 잡아 아웃 시키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그런 수비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2002년 수많은 도전 끝에 감격적으로 생애 첫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던 그가 MLB의 기준이었다면 그 시상식 무대에서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상황 2. 21세기 구장이었다면

지난 7월 2일(한국시간) 영원한 라이벌 뉴욕 양키즈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벌전이 펼쳐진 양키 스테디움. 이 경기는 올해 최고의 경기로 손꼽힐 만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데릭 지터(뉴욕 양키즈 유격수)의 수비가 있었다. 12회초 2사 2, 3루에서 트롯 닉슨이 때린 빗맞은 타구는 좌측 선상을 향했고, 이 때 지터가 전력으로 질주하여 타구를 잡아냈고, 스피드를 제어하지 못한 그는 그대로 관중석으로 몸을 내던졌다. 당시 수비에 대해서 말들이 많긴 하지만 그의 수비는 분명히 호수비 감에는 틀림없었다.

그런 수비가 오늘 경기에서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나올 수가 없다. 지터처럼 몸을 날렸다가는 펜스에 머리를 부딪혀 선수 생명이 끊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5회초 수비에서 임수민 선수가 때린 타구가 3루 펜스 부근으로 날아갔고 3루수 손지환 선수는 전력 질주를 했지만 미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앞에는 펜스가 가로막고 있어서 자연스레 속도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구장 현실이다.


상황 3. 기립 박수는 이럴 때…

필자는 조진호(SK 와이번스) 선수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했던 그 때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새벽에 잠을 설치면서 TV를 통해 시청했었는데, 상대는 시카고 화이트 삭스였고 첫 선발답지 않게 호투를 했다. 아쉽게 마이크 카메론(현 뉴욕 메츠)선수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6회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보스턴 팬들은 얼굴도 낯선 동양인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소위 기립박수를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벤치로 들어갈 때 까지....
필자는 기아팬인데, 오늘 경기에서 상대팀 송진우 선수는 그런 대접을 받을만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먼저 송진우 선수 소속팀이 원정팀이었다. 아직은 뛰어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음으로 TV가 보내주는 화면에 문제가 있다. MLB 중계팀은 선수의 등을 배경으로 관중석을 비춰 자연스러운 화면을 보여주지만 우리의 중계팀은 선수의 정면 모습에 집착한다. 결국 관중석이 비춰지지 않게 되고 이러한 박수 문화가 TV로 전달이 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문제점은 이렇게 관중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관중수가 너무 적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박수를 쳐주면서 팬과 선수들이 서로 호흡할 수 있는 야구장을 기대해 본다.


모든 상황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23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프로야구가 100년이 넘는 미국 프로야구와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나씩 하나씩 바꾸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