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7. 15:44

[기아 vs 두산, 서울 잠실야구경기장] - 2004년 7월 9일


 기아, 효과적인 계투작전으로 선두 두산 물리침

광주에서 올라온 원정팀 기아 타이거즈와 마산에서 올라온 홈팀 두산 베이스. 하지만 두 팀의 서울 상경길은 달랐다.
먼저 기아는 홈에서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승 2패의 부진을 보였다. 반면 두산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이기고 선두를 지키며 올라왔다. 특히 전날 더블헤더와 연장전을 통해 힘을 쏟은 상황이었기에 피곤함은 더했음에도 팀 분위기는 두산이 더 좋은 상황이었다.

또한 팀 분위기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은 두산의 우세를 점쳤다. 왜냐하면 예고된 선발이 다승 공동 1위 레스와 신인 이동현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레스는 기아전에서 2승 무패를 거두고, 방어율은 0.64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코칭 스태프의 배려로 롯데와의 경기를 거르고 9일째만에 등판하는 배려까지 얻었기에 레스의 컨디션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결국 기아 선발 이동현 선수가 어떤 투구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승패를 점쳐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동현 선수도 두산과의 경기에는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그것은 프로 데뷔 첫 선발 경기(5월 16일)를 두산과 펼쳐 첫 패전 기록했으며, 그 이후 감격스런 데뷔 첫 승리(5월 29일)도 두산 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산이 이길 것이라는 예상은 경기 시작을 알리는 구심의 손짓이후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두산 타선은 어제의 피로 때문인지 첫 번째 타석을 돌때까지 상대에게 퍼펙트를 당했다. 하지만 기아 타선도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한 두산 타선이 먼저 기선을 제압한다.
4회말 공격에서 선두 전상열 선수가 볼넷을 얻어 퍼펙트를 깨고, 장원진의 안타로 노히트마저 깨버린다. 그리고 신인 이동현 선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최경환 선수가 2루땅볼로 진루타를 쳐 1사 주자 2-3루를 만들고 홍성흔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선취했다.
하지만 후속 안경현 선수가 플라이 아웃이 되면서 추가 득점이 가능한 상황을 아쉽게 마무리 짓고 이것으로 두산은 홈을 밟지 못한다.

운동장 정리 시간을 끝내고 맞이한 6회초 기아 공격.
두산이 그랬던 것처럼 기아도 선두 손지환 선수가 중전 안타로 진루를 하고 최근 부진한 이종범 선수가 과감한(?) 번트를 성공시켜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투수전으로 펼쳐지는 경기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실책이 두산에게 뼈아프게 작용을 했다. 김종국 선수가 친 땅볼이 투수 레스 앞으로 흘러가고 3루로 뛰던 손지환을 잠깐 바라본 레스 선수가 멈칫하면서 1루로 송구한 볼이 부정확하게 송구되면서 김종국 선수마저 1루에서 세이프가 되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장성호 선수의 땅볼을 1루수 장원진 선수가 놓치면서 3루주자가 홈인, 동점이 되었다. 3루에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무리한 숏 바운드 처리를 하려던 장원진 선수의 실책이었다.
하지만 기아도 후속 타자들의 범타로 추가 득점 기회를 무산시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긴 마찬가지였다.

레스 선수에게 철저히 막히던 기아 타선은 오랜만에 보는 시원한 타구 하나로 역전을 시켰다.
그 시작은 볼넷이었다. 레스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호투를 보였으나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모습을 몇 차례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은 지난주 현대와의 경기에서도 있었는데 오늘은 그 모습이 자주 노출되었다. 특히 오늘 김낙기 구심의 판정이 떨어지는 볼보다는 높은 볼에 후한 판정을 내린 것을 볼 때 떨어지는 볼과 꽉 찬 낮은쪽에 스트라이크를 형성하는 레스에게는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
아무튼 8회 2아웃까지 잘 잡은 레스 선수는 홍세완 선수의 타석 때 2차례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 볼넷을 내주고 만다. 그리고 이재주 선수가 우중간으로 밀어친 타구가 펜스를 원 바운드로 맡으면서 홍세완 선수가 홈을 밟고 기아가 2대1로 역전을 하게 되었다.
뒤늦게 구심의 볼 판정을 알아차린 레스 선수는 후속 박재홍 선수에게 볼로 보이는 높은쪽 볼을 구사 삼진을 잡아냈지만 이미 역전이 되고 난 뒤였다.

두산은 마지막 9회에서 2사후 연속 2안타로 또 다시 곰의 뚝심을 발휘하는 듯 했지만 그것으로 경기 끝이었다. 이날 경기로 두산은 3연승을 마감했고, 기아는 다시 5할 승률(38승 38패)에 복귀를 했다.

한편, 기아 마무리 투수 신용운 선수는 공 1개로 세이브를 따내는 보기 드문 모습을 보여주었다.

123 456 789 ------ R H E B
기 아 000 001 010 | 2 6 0 4
두 산 000 100 000 | 1 5 2 2

승리투수 = 유동훈(5승1패3세이브)
세이브 = 신용운(3승1패11세이브)
패전투수 = 레스(9승3패)

※ 최경환 선수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 이어감, 9회말 우전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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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가 본 승리 - 기아, 0709 ]

1. 투수진의 효과적인 계투 작전
2. 선발 이동현 선수, 의외의 호투
3. 6회초 이종범 선수의 번트(벤치의 작전인지 본인의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성공)
4. 제 2의 홈구장 잠실 야구장의 기아팬

[ 공짜가 본 패배 - 두산, 0709 ]

1. 찬스를 놓친 타선, 4회 추가 득점 기회 무산-6회, 8회, 9회 득점 기회 무산
2. 실책 2개(레스, 장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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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 of the Game] 이동현, 이종범 外

- 이동현(UP) 5.2이닝 2안타 2볼넷 1실점
이동현 선수의 호투 내용은 앞에서 언급했던 내용이라 여기에서는 아쉬운 부분을 언급하겠다.

이번 경기를 치르면서 이동현 선수에게는 2가지 임무가 주어졌다.

첫 번째 임무, 2번째 만나는 선수에게 강해져라. 1, 2, 3회 각각 3명의 선수를 모두 아웃시켜 페펙트로 첫 번째 만남을 가진 이동현 선수. 하지만 두 번째 만남의 첫 번째 타자인 전상열 선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첫 번째 임무는 실패.
완전한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매번 새롭고 강한 모습을 보여 주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두 번째 임무, 동점이후 맞이한 이닝을 무사히 넘겨라.
투수전으로 펼쳐진 경기에서 1점을 뽑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6회초에서 공격진이 1점을 뽑아주기가 무섭게 6회말에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선두타자와의 승부에서 신중했어야 하나 안타를 맞으면서 위기를 맞고 자신은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 임무도 실패.
공격진을 힘 빠지게 만드는 투수가 되지 말아야 한다.

- 이종범(UP)
최근의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종범 선수. 아직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1안타와 볼넷 2개를 얻어내면서 타격감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6회 선두타자가 출루하자 번트를 댔던 장면이다. 이전 같았으면 강공을 통해서 공격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자신이 부진하고 팀의 성적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번트를 대는 것은 당연했지만 어려운 결정임에 틀림없었다. 벤치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있어서도... 결국 자신이 진루시킨 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에 성공했다.

- 손지환(UP)
최근 기아 타선에서 소리 없이 강한 선수가 있다. 약 2주간의 2군 생활을 하고 돌아온 손지환 선수.
복귀이후 9번 타순에 배치되어 17타수 8안타, 4타점, 2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성적만 놓고 볼 때 중심타선 부럽지 않은 활약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4타수 2안타 1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9번 타자가 상위타선으로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활약은 너무나 중요하다.

- 유동훈(UP)
오늘 경기 2.2이닝 3안타 2삼진으로 승리투수.
하지만 본인은 그보다 그가 오늘 경기에서 31개의 공을 던졌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과연 내일 경기에 나올것인지 그게 더 염려스럽다.
그는 최근 기아의 '믿을맨'으로서 2001년까지 선발 투수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짧게 던지는 역할 보다는 길게 던지는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가 끝난 후 맨 앞에서 웃으면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레스(UP)
레스가 기아와의 경기에 강하다는 사실은 앞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한국 야구 무대를 기아(전신 해태)에서 2001년 시작했다. 당시 '신사 산토끼' 산토스가 공격을 이끌 때, 시즌 도중 영입된 선수였다. 그때는 볼에 대한 컨트롤을 하지 못해 잦은 볼넷 남발로 경기를 그르쳤다. 그리고 1년 후 두산에서 다승왕을 차지하고 일본을 다녀온 후 국내로 다시 돌아온 지금의 레스를 오늘 다시 한번 유심히 지켜본 바로는 확실히 다른 투수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오늘 경기 패배가 볼넷이 원인이었다는 것은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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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