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7. 17:39

1회가 두려운 사나이

 “2회부터 야구 시작하면 안 될까요?”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꺼낼만한 선수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기아 타이거즈의 5선발 이동현 선수다. 그는 10일 인천 문학 야구장에서 펼쳐진 SK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회초 이재주 선수의 선제 3점 홈런에 힘입어 가벼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1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2경기 연속(선발 등판시) 1회 강판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그는 올 시즌 선발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1회 징크스를 보여주었다.

▲ 첫 등판에서 1회 만루 홈런을 허용하다.
 그의 1회 수난사는 올 시즌 첫 등판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 4월 16일 현대 유니콘스와의 수원 경기에서 당시 프로 데뷔전을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신인 장원삼 선수와 대결했다. 그런데 상대를 너무 의식해서였을까? 아니면 시즌 첫 등판이라 긴장해서였을까?
 그는 1회말 2사후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를 허용한 뒤 정성훈 선수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4점은 그에게 통한의 점수가 되었다. 홈런 허용이후 7회말 강판 될 때까지 2안타와 몸에 맞는 볼 1개만 내주며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1회 4실점으로 그는 이날 경기 패전 투수가 되었다. 강판되고 난 뒤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 쥐었던 그의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 1회를 마치지 못한 두 번째 등판
 첫 등판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한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려 13일만인 4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광주 홈경기에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만원 관중이 들어찬 시즌 첫 홈경기 등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오랜만의 등판 때문이었을까?
 그는 이번에도 1회부터 난조를 보였다. 그리고 4안타와 1볼넷으로 2실점을 기록하고 1회초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만 했다. 후속 투수들의 호투와 타선의 도움으로 그는 다행히 패전투수로 기록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너무 적게 던진 탓인지 다음날 구원 투수로 1이닝을 던져야만 했다.

▲ 단 10개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다.
 이번에도 그에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리고 열흘만인 5월 10일 SK 와이번스와의 인천 경기에서 세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이전과는 달랐다. 전날경기에서 팀도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둬 분위기가 좋았고, 이날 경기에서도 1회초 이재주 선수의 3점 홈런으로 기분 좋게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는 첫 타자 박재홍 선수에게 3볼로 몰린 가운데 한가운데로 집어넣던 5구가 1점 홈런으로 연결되면서 또다시 1회에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어 2번타자 김형철 선수에게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벤치에서 김봉근 투수코치가 올라왔고, 이전 선발 등판 경기에서처럼 이날도 이상화 선수에게 공을 넘기며, 가차 없이 강판되었다.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불과 공 10개만 던지고, 2경기 연속 1회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강판되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현재로서 이런 그의 부진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등판 기회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투구 이닝이 많았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투구를 통해서 문제를 찾기가 힘들다. 문제가 있다면 딱 한 가지가 있다.

▲ 간격이 일정치 않았던 등판
 그는 현재 기아 타이거즈 5선발을 보장받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선발 등판 간격까지 보장받은것은 아니다. 앞에서 살펴봤지만, 그의 올 시즌 등판간격은 정상적인 선발 투수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5인 선발 체제를 가동하기 때문에 5일 만에 한번 등판해야 산술적으로 맞다. 하지만 비로인해 선발 등판이 취소가 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그는 현재 열흘에 한 번꼴로 등판하고 있다. 이동현 선수로서도 억울하다고 하소연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간 계투라도 한 번씩 등판했다면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겠지만, 쉽게 등판 결정이 힘든 선발 투수라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단국대 2학년을 마치고, 상무 입대 후 뒤늦게 투수 생활을 시작한 이동현 선수. 그 때문인지 실제 경기에서도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 것인가? 두 경기 연속 1회에 무너지는 부진한 모습을 보여, 이제는 다음번부터 선발 등판 한번 한번이 소중하게 되었다. 그에게 이제 선발진 탈락이냐 아니냐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선발 투수로서 잔류여부가 판가름 나게 될 다음 등판에서 ‘마의 1회’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 지 기대가 된다.


☆ 이동현 선수 선발 등판 일지
* 첫 번째 등판 : 4월 16일 對 현대, 수원 - 6.1이닝, 95투구, 4안타(1홈런), 3사사구, 4실점, (패)
* 두 번째 등판 : 4월 29일 對 삼성, 광주 - 0.2이닝, 21투구, 4안타, 1볼넷, 2실점
* 세 번째 등판 : 5월 10일 對 SK, 문학 - 0.0이닝, 10투구, 1안타(1홈런), 1볼넷, 2실점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