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7. 17:31

[기아 vs 현대, 수원 야구장, 시즌 3차전] - 2006년 4월 16일

 ‘서튼 효과’를 아세요?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본즈 효과’가 있다. 상대팀 투수들이 쳤다하면 홈런을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타자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볼넷이나 고의사구로 피해가기에 바쁘고, 대신 그의 앞과 뒤에 위치한 타자들을 상대로 승부를 펼치지만 오히려 불어난 주자들로 인해 대량 실점 등으로 연결되는 반사 효과를 말한다. 제프 켄트(LA)와 리치 오릴리아(신시내티)등이 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양준혁 효과(신인 시절 이승엽 선수)’와 ‘호세 효과(조경환 선수)’가 있었다. ‘서튼 효과’는 지난 시즌 홈런(35개), 타점(102타점), 장타율(0.592)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한 강타자 래리 서튼을 두고 한 말이다.

16일 수원 야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의 2006 삼성 PAVV 프로 야구 시즌 3차전 경기는 ‘서튼 효과’로 인해 루를 꽉 채운 상태에서, 정성훈 선수의 만루 홈런 한방으로 현대 유니콘스가 기아 타이거즈를 4-0으로 물리쳤다. 이로서 현대 유니콘스는 전날 시즌 첫 탈꼴찌 성공에 이어 시즌 첫 2연승을 거둬 공동 6위로 올라섰다. 반면, 기아 타이거즈는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대승한 이후 타선의 침묵으로 인해 2연패에 빠지며 꼴찌로 떨어졌다.

‘서튼 효과’는 1회말부터 기아 선발 투수 이동현 선수를 흔들었다. 시즌 첫 선발 등판한 기아 이동현 선수는 투아웃까지 잘 잡고 난 다음, 송지만 선수에게 좌측 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맞았다. 타석에는 문제의 래리 서튼 선수가 들어섰고, 그는 위협적인 헛스윙으로 1구를 보냈다. 그러자 이동현 선수는 연이어 볼 4개를 던져 그를 1루로 내보냈다. 경기 초반이고 투아웃 이후였기 때문에 충분히 정면 승부를 해도 됐지만 출루를 허용한 것이다. 상황은 이어 나온 이숭용 선수마저 볼넷으로 출루하며 어느새 2사 주자 만루로 악화되었다. 타석에는 정성훈 선수가 들어섰고, 그는 높게 들어온 이동현 선수의 4구를 받아쳤고, 이날 우측에서 좌측으로 강하게 분 바람의 영향에 편승해 날아간 공은 좌중간 담장을 넘어 만루 홈런이 되었다. 그리고 이 때 얻은 점수는 끝까지 지켜졌다. < 4-0 현대 유니콘스 선취점 이자 결승점 >

이후 경기는 양 팀 선발 투수의 호투가 이어졌다. 기분 좋은 4점을 등에 업은 현대 유니콘스 선발 투수 장원삼 선수는 보답이라도 하듯 호투를 선보였다. 대졸 신인 선수답지 않게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삼진 2개를 뽑아내며,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투구를 했다. 8회까지 115개의 공을 던지는 역투를 하며, 한 이닝에 두 명이상의 출루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아, 기아 선수들이 3루를 밟지 못하도록 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기아 선발 투수 이동현 선수도 1회말 불의의 만루홈런을 허용한 이후 7회말 교체될 때까지 2안타 무실점의 위력적인 투구를 했지만, 타선의 침체와 맞물려 결국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기아 타이거즈는 마지막 9회초 공격에서 투아웃 이후 연속 2안타로 1점을 얻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대타 김민철 선수가 헛스윙 삼진 아웃을 당하며 완봉패의 수모를 당했다. 신인 장원삼 선수는 지난 첫 등판에서 호투속에 패전투수가 되었지만, 이날 경기에서 또 다시 호투를 하며 프로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상대 전적 --- 123 456 789 - R H E BB HP
(1승 2패) 기아 000 000 000 | 0 _6 _0 _2 _0
(2승 1패) 현대 400 000 00x | 4 _6 _1 _2 _1

승리투수 = 장원삼(1승 1패, 1.17)
패전투수 = 이동현(1패, 5.68)

실책 = 현대 : 유격수 차화준(2회초 선두 타자 서브넥 선수의 정면 땅볼 타구 놓침.)

===================================================================================

[ 공짜의 되짚기 ] - 주말 3연전에서 드러난 ‘서튼 효과’


기아 타이거즈 투수들 특히, 선발 투수들에게 ‘서튼 효과’는 대단했다. 2006 시즌 들어 처음으로 맞 상대한 양 팀 선수들은 이번 주말 3연전 동안 서튼 선수 때문에 웃고 울었다.

● 4월 14일 금요일 - 4타석 3타수 2안타. 볼넷 1개, 1타점 2득점(상대 선발 투수 : 강철민 선수)
: 지난 시즌 타격 3관왕을 차지한 서튼 선수가 올해도 건재하다는 것을 첫 경기부터 보여주었다.
- 1회말 2사 1루 : 우전 안타
- 4회말 선두타자 : 볼넷, 후속 유한준 선수의 땅볼로 1득점
- 5회말 2사 1-3루 : 스트레이트 볼넷

이후 등판한 선수들에게도 좋은 모습은 이어졌다.
- 7회말 2사 1루 : 좌중간 2루타로 1타점, 후속 이숭용 선수의 2루타로 1득점(상대 투수 : 이상화 선수)
- 8회말 2사 1-2루 : 삼진(상대 투수 : 정원 선수)

이날 비록 팀은 대패를 당했지만, 서튼 선수는 나무랄데 없는 타격 컨디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인상깊게 남아있던 기아 선수들에게 남은 두 경기 동안 큰 영향을 미쳤다.


● 4월 15일 토요일 - 4타석 1타수 무안타. 볼넷 3개(상대 선발 투수 : 한기주 선수)
: ‘서튼 효과’는 토요일 경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선발 투수는 신인 한기주 선수. 전날, 장성호 선수 옆에 앉아 경기 내내 현대 유니콘스 타자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서튼 선수가 가장 위협적인 타자라고 결론 지었나보다. 이날 세 번 대결하는 동안 모두 볼넷으로 1루에 내보냈다.
- 1회말 1사 1루 : 위기 모면
- 3회말 2사 1루 : 이숭용 선수의 우측 2루타로 1실점
- 5회말 1사 1루 : 정성훈 선수의 좌측 2루타로 1실점
그가 이날 마운드에 있는 동안 허용한 실점은 모두 3점이었다. 그런데 그 중 2점이 서튼 선수와의 승부를 거르고 난 다음에 나왔다.


● 4월 16일 일요일 - 4타석 3타수 무안타. 볼넷 1개, 1득점(상대 선발 투수 : 이동현 선수)
: ‘서튼 효과’가 절정에 달했다. 결국 이 효과로 인해 승부가 결정되었다.
1회말 2사 1루 상황. 시즌 첫 등판이었던 이동현 선수의 첫 공에 서튼 선수는 헛스윙을 하였다. 그런데 이후 이동현 선수는 뭔가 위협을 느꼈는지 이후 연속적으로 볼을 4개 던지면서 그를 1루로 내보냈다. 이후 만루가 되고 결국, 정성훈 선수의 만루 홈런이 나와 점수는 단숨에 0-4가 되었다.
이 승부가 아쉬웠던 점은 경기 초반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웠다. 경기 후반 1점이 아쉬운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1루를 채우는 작전을 택했겠지만, 초반부터 상대를 피해갈 필요는 없었다. 과감하게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필요했다.

더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이후 서튼 선수와 이동현 선수의 승부를 보면 알 수 있다.
- 3회말 1사 2루 : 중견수 뜬공 아웃(초구)
- 6회말 선두타자 : 2루수 땅볼 아웃(2구)
첫 번째, 타석이후 나머지 타석에서 어렵지 않게 가볍게 서튼 선수를 아웃 시켰다. 특히, 두 번째 타석은 앞선 상황과 같은 장면이라 더욱 눈낄을 끄는데, 아웃을 시킨것을 보면 충분히 정면 승부를 펼쳐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동현 선수에 이어 나온 정원 선수도 8회말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서 서튼 선수를 만났지만 이제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 정면 승부를 펼쳤는데, 결과는 내야 땅볼이었고, 홈으로 뛰어들던 3루 주자를 잡아냈다.
- 8회말 1사 1-3루 : 1루 땅볼 야수 선택, 3루 주자 아웃(6구)


이번 3연전 동안 기아 투수진 그리고, 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김상훈 선수는 서튼 선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느낀 경기였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만날 그때는 과연 기아 투수들과 서튼 선수가 어떤 대결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 승부는 정확히 한 달 뒤인 5월 16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펼쳐진다.

===================================================================================

[Player of the Game] 김동수, 장원삼 外

- 김동수(UP) : 2타수 무안타. 몸에 맞는 볼 1개.
1990년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최고 유망주라는 찬사를 받으며 LG 트윈스에 입단한 김동수 선수가 올해로 벌써 17년째 프로생활을 하고 있다. 그와 같은 해 입단한 송구홍, 이호성, 공필성 선수 등이 이미 오래전 은퇴한 가운데 아직도 야구 위치 중에서 가장 힘들다는 포수 자리를 지키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가 아직도 늙지 않았다는 점을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14일 금요일 경기만 하더라도 그는 벤치를 지키며 후배 포수 이택근 선수가 안방을 지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무려 17안타를 허용하며, 12점이나 내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았다. 이 패배로 팀은 꼴찌로 내려앉았고, 안되겠다 싶었는지 김재박 감독은 다음날 그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김재박 감독은 그가 신인으로 입단할 당시, 이미 은퇴가 가까워 오던 노장 선수였다.
그리고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전준호, 장원삼 선수와 연 이어 호흡을 맞추면서 아직 녹슬지 않은 노련한 리드를 통해 불방망이를 자랑하던 기아 타선을 2실점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타석에서도 토요일에는 2안타를 쳐내고, 일요일에는 몸에 맞는 공으로 1루에 나가는 등 공수에 걸쳐서 빼어나지는 않지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중요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 장원삼(UP) : 승리투수, 8이닝 무실점 4피안타 2사사구 7삼진
프로 데뷔 첫 승리를 따냈다. 깨끗한 투구폼과 대학 시절 경험한 풍부한 경기 경험 등으로 인해 마운드위에서 전혀 신인 답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타자를 상대할 때 유난히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30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16명의 타자에게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졌고, 5명의 타자는 초구에 방망이가 나오도록 유도해 냈다. 나머지 9명의 타자에게만 볼을 던졌을 뿐이다. 타자와의 승부에 있어서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결과이다. 앞으로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초구에 무조건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거라고 예측을 하고 타석에 들어서기 바란다.

또한, 삼진을 7개나 만든 위력적인 모습 이외에도 땅볼과 뜬공의 비율도 관심을 끈다. 이 날 경기에서 24개의 아웃을 잡는 동안 7개의 삼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17개의 아웃을 처리한 결과를 보면 뜬공은 불과 5개밖에 되지 않고, 12개의 땅볼 아웃을 유도해 냈다. 결국, 안정된 변화구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면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나가게 되어, 나쁜 공에도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올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 가지고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르다. 대신, 지금같은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당분간은 무너진 현대의 선발 마운드를 지키면서 미래의 한 축으로 성장해 나갈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 서튼(UP) :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
‘서튼 효과’를 보여주었다.

===================================================================================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