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3. 01:58


 지난 여름 우리 지구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쁜 여름을 보냈다. 그것은 연초부터 요동치기 시작한 유가가 계속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온 세상을 들썩였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140달러 선에서 고점을 찍고 현재는 100달러 근처까지 내려왔지만, 당시에는 "200달러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3차 오일쇼크 직전의 위기 상황이었다.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우리의 경우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직접적 체감은 '주유소 기름값'이었다. 곳곳에서 "운전 못 해 먹겠다"는 아우성이 커져갔고, 대안으로 '대중교통 이용'과 '자동차 O부제 운행'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갔다. 또한 경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대체 수단으로 자전거가 급부상되었다. 자전거 출퇴근 모임이 활성화되었고, 각종 언론에서도 자전거 이용문화 확산을 위한 작업이 이뤄졌다. 고유가가 자전거를 다시 보게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앞서 자전거를 조명한 많은 언론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타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기본적으로 자전거를 자전거답게 탈 수가 없다.

 그 대표적인 현장을 지난주 이용했던 도로에서 찾아본다. 아래 언급되는 장소는 평상시 이용할 일이 없어, 정확하게 11개월만에 다시 찾은 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1년 가까이 지났건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선 이 길은 목포에서 시작해 이곳을 지나, 전주와 중부 지방을 거쳐 서울까지 이어지는 1번 국도. 번호가 말해주듯 그 빈번함은 따로 설명을 안해도 될 정도로 대형 덤프 트럭을 비롯해 많은 차량들이 매일 이용하는 사용도 높은 도로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 15조 2항)에서 정의하고 있 듯, 자전거가 인도를 통행하지 말아야 함에도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함께 사용하기에는 그 위험성이 너무나 커서, 불가피하게(?) 인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실제로 맘 편히 도로를 이용하고 싶어도 자전거가 다닐 만한 여유 공간은 전혀 없고, 차량의 속도는 자전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 목숨이라도 내놓을 각오가 아니면 쉽지가 않다. 또한, 이 길은 시내 버스 통과 구간이라 정류소 근처에서는 뒤쪽에서 밀고 들어오는 버스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

 이렇다 보니 현행법으로는 불법(?)이지만, 인도로 올라가는게 맘 편하다. 그러나 인도에서도 자전거는 환영받지 못한 불청객 일 뿐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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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전용 공간으로만 되어 있는게 흠이지만, 자전거 이용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모습. 모든 길이 이렇다면 문제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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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라고~!!" 1년전과 달리진게 없는 환경. 말로만 자전거 이용 활성화일 뿐, 실제 자전거를 위한 배려는 전혀없는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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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무리를 하기에 아쉬워 아껴둔 건가?" 저런 길이라면 차라리 그냥 속편히 걷는게 낫다.


 비단 이러한 모습은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닐것이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이 위 구간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본다. 도로에서는 차에 치이고, 인도에서는 사람에 치이고, 앞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수는 없고... 말로만 자전거 활성화를 부르짓고, 실제는 따로노는 이 비극적인 현실. 책상에 앉아서 볼펜만 굴릴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 나가 확인을 해 보면 진작에 해결되었을 '탁상 행정'의 전형.


 22일 '차 없는 거리의 날 행사'를 가졌던 한 도시에서는 단체장을 비롯해 많은 공무원들이 평상시 관심도 없이 창고에 쳐 박아둔 자전거를 끌고 나와 가식적인 포즈를 취하는데 바쁜 하루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행사의 순수한 의미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인프라 정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현실에서 과연 행사가 먼저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리고 여전히 자전거가 쇼를 위한 정치적인 도구에 그친다면,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천국의 꿈'은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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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차도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위 모습속에서 자전거는 그마나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