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3. 01:52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들에게 숟가락은 너무 너무 중요한 도구다. 최근에는 다양한  먹거리의 등장으로 예전보다 쌀 소비가 줄긴했지만, 여전히 숟가락을 멀리하게 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한 물건이다.

 이렇게 밥을 먹는데 꼭 필요한 숟가락. 그런데 이 숟가락이 먹는 용도 말고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22일 기아 타이거즈와 우리 히어로즈의 시즌 첫 맞대결이 열린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숟가락의 또 다른 용도가 확인되었다.

 양 팀이 2-2로 맞선 7회말 기아 타이거즈의 공격. 타석에는 선두 김종국이 들어섰고, 2볼까지 이뤄진 상황. 그런데 갑자기 심판과 포수가 뒤를 돌아보더니 경기가 중단되었다. 이 때 경기장 뒤편에서 진행을 돕는 소년이 뭔가를 들고 마운드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가 오기 때문에 공의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로진백’을 들고 나가는 것으로 보였지만, 정답은 따로 있었다.

 소년이 들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숟가락. 아니 웬 야구장, 그것도 한창 경기 중에 숟가락을?(혹시 개미 퍼먹어??) 그 이유는 투수 신발에 잔뜩 묻어있는 흙을 긁어내기 위해서였다.

 당시 상황을 KBS N 스포츠 권성욱 캐스터(이하 권)의 현장 중계 멘트로 확인해보자.
 권 : 나무 막대기로는 도저히 안 될 거 같으니까 숟가락으로 의지하는군요...
 권 : 참, 숟가락이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는군요.
 권 : (진짜 웃기다는 듯 계속해서)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이렇게 야구 경기 도중 숟가락이 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소년에게 받아든 숟가락으로 마운드에서 흙을 긁어내던 송신영(우리 히어로즈 투수)의 모습은 캐스터를 비롯해 그 장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재미있는 건 ‘숟가락’은 두 번째 도구라는 사실. 첫 번째 도구는 앞선 6회말 정명원 투수 코치가 심판을 통해 전해준 부러진 나무 방망이 조각이었다. 이것을 통해 임시적으로 해결을 하려했으나 워낙 많은 흙이 묻어나는 바람에 여의치 않아, 더 확실한 제거를 위해 숟가락까지 투입되었던 것이다.

 우스꽝스러웠던 이 두 장면. 씁쓸한 한국 야구 현장의 모습이었다. 이미 메이저리그 경기를 많이 본 야구팬들에게 이럴 땐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바로 머릿속에 떠올린다. 마운드 뒤쪽에 흙을 긁어내기 위해 놓아둔 바로 그 도구. 예전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선발 경기 보면서 익숙한 장면일 것이다.

 분명 이 장면은 3루 쪽 방문 팀 덕아웃에서 이순철 우리 히어로즈 수석코치가 모두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지난해 방송 해설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앞에 언급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러한 도구가 필요함을 수차례 제기 한 바 있다. 흙을 털어낼 수 있는 도구를 마운드 뒤쪽에 갖다 놓기만 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이후 한화 이글스 홈인 대전 야구장만이 비치를 하고, 다른 곳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자신이 지적했던 내용이 아직도 그대로인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 숟가락! 재발견 현장(사진 출처 : 네이버 라이브센터를 통한 KBS N 스포츠 중계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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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판 오퐈~ 저기 좀 보세요" 7회말 선두 김종국 타석에서 2볼 이후 갑자기 경기가 중단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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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손에 그거~ 있다." 경기가 중단되고 갑자기 뛰어 나오는 도움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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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 받으세요..." 그렇게 마운드로 뛰어간 도움 소년은 투수 송신영에게 뭔가를 공손히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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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숟가락으로 흙을 퍼내다." 송신영이 건네받은 것은 다름아닌 숟가락. 신발에 잔뜩 묻은 흙을 긁어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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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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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중에 야구 박물관 생기면 이 숟가락도 함께.." 역사에 길이 남을 숟가락이다




        ◆ 한편............. 앞선 6회말에 등장했던 방망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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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타자가 친 방망이 조각을 줍고 있는 장면이 아닙니다." 6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등장한 부러진 야구 망망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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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휴 시원해..." 저 방망이 조각 역시 흙을 긁어내기 위한 도구였던 것. 다양한 재활용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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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들거나 또는 수입하기가 힘들다면, 꽃꽃이 할 때 사용하는 침봉이라도 갖다 놓던가~!!!!(그렇다고 진짜 침봉을 갖다 놓는다면..;;;)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