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9. 00:55


 드디어 기아 타이거즈 성인 회원 모집이 마감되었다.


 최근 두 달 가까이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에서는 구단 회원 모집을 알리는 팝업창을 매일 볼 수 있었다. 회원 가입이 시작된 지난 2월 14일부터 이어진 일인데, 마침내 28일 기존 팝업 내용 가운데 어린이 회원 부분만 나오게 되면서 성인 회원 가입이 마감된 것이다.

 여타 구단과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이어온 구단 회원제 중 하나로 일정액의 가입비를 납부하면 선물과 함께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성인 회원제도는 올 시즌 와이번스와 히어로즈를 제외한 6개 구단(평생회원 포함)이 모집을 했거나 실시 중이다. 특히, 두산 베어스의 경우 지난 3월 17일 모집 6시간 만에 무려 2,000명 모집을 마감하면서 팬들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 지를 보여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다면 기아 타이거즈 구단의 성인 회원은? 가장 빠른 2월 14일부터 회원 모집을 시작했음에도, 500명 모집을 완료하기까지 무려 43일이나 걸렸다. 그 동안 홈페이지 팝업창은 물론이고, 시범 경기 기간 동안 전광판을 통해 틈날 때마다 광고를 했음에도 회원 모집이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이는 두텁기로 소문난 타이거즈 팬 층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전국 모든 구장을 다녀 봐도 타이거즈 팬들을 만날 수 있다”고 팬들 스스로 자부하는 내용이며, 야구 전문가들도 전국적인 인기 구단이라고 주저 없이 밝히는데도 불구하고, 최소 20만원 가까이 내야하는 연간 회원도 아니고, 부담이 적은 2만원 성인 회원을 팬들이 외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요금 할인은 남의 집 이야기

 다른 구단 성인 회원 제도도 그렇지만 가입을 통한 가장 큰 매력은 입장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6천원 일반석을 33%(2천원) 할인된 4천원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 문제는 이 혜택이 오직 광주 무등야구장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광주와 그 주변 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유명무실한 혜택인 것이다. 물론 다른 구단의 성인 회원 입장 할인도 홈구장에만 한정해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연고지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팀이 아닌 먼 지역에 홈구장이 위치한 타이거즈 팬들에게 이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난해에 비해 할인율(50%:3천원→33%:2천원)이 줄어든 것도 매력을 감소시킨 요인. 2천원 할인은 또 다른 회원제인 평생회원이나 다른 제휴 카드사 할인을 통해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기아 타이거즈 성인 회원증 앞 뒷면. 왼쪽은 2007년, 오른쪽은 2008년

 ◆ 줄어든 선물

 미국 프로야구의 다양한 캐릭터 상품에 눈높이가 맞혀져 있는 팬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회원 유치를 바라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물론 납부하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 밥의 그 나물’ 구성은 큰 호감을 갖지 못하게 했다. 여기에 지난해에 비해 주어지는 선물수도 1개가 줄어들었다.

 특히나 굳이 회원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개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 구성은 더더욱 매력을 떨어뜨렸다. 휴대폰 줄이나 응원 타월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비록 자필 싸인과 공식 공은 아니었지만 간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싸인볼이 제공되었는데, 올해는 이와 유사한 선물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마땅한 상품이 없었다면, 모자나 팬북에 선수들의 정성스런 싸인이 들어간 제품을 보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었지만, 아직은 기대하기 힘든 희망사항 일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7년(왼쪽)과 2008년(오른쪽) 성인 회원 구성품. (2007년 구성품에는  미니 쿠션이 없음)

 ◆ 실속 없이 비싼 가입비

 이처럼 선물 구성은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2만원의 가입비는 지나지게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이는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가장 비싼 금액으로 다른 구단과 비교해 혜택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 상황에서 선뜻 내키지 않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슷한 구성에 오히려 많이 관람한 회원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한화 이글스(택배비 포함해서 1만원)와 비교해 봐도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다.

 결국, 팬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기대거나, 연속적인 소장 가치 측면만으로 가입을 유도하기에 2만원은 적정하지 못한 매력없는 고비용 투자라고 할 수 있었다.

 ◆ 다양한 메뉴 마련 필요

 지금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편적인 회원 가입 내용으로는 다양한 혜택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팬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도 만들고, 회원제를 뛰어넘어 다양한 파생 상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 예로 성인 회원에 가입하고 싶어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해 가입을 주저하는 회원들을 위해 그 부분이 제외된 반값 회원 제도를 만든다거나,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일괄적인 선물이 아닌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회원 가입자에게만 제공되는 문자 제공 서비스의 경우 따로 파생 상품으로 만들어 해당 서비스만 원하는 팬들을 위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이외에 다른 구단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관람 횟수에 따른 부가 서비스 도입도 필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왼쪽부터 순서대로 2006년 평생회원, 2007년 성인회원(미니 쿠션이 빠져있음), 2008년 성인회원 구성품


 팬들이 기대하는 눈높이는 항상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단은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변화 없는 똑같은 서비스가 그 증거다. "응원하는 팀의 팬들이니까 알아서 좋아해 주겠지"라는 낡은 기대심은 이제 버려야 한다. 어김없이 내년에도 구단 회원을 모집하게 될 텐데, 그 때는 고르는 기쁨이 넘쳐서 비명을 지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