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7. 16:28
[기아 vs 두산, 서울 잠실 야구장, 시즌 11차전]  - 2005년 6월 12일


 선두권 팀이 되기 위한 교훈을 배운 기아 타이거즈

선두권을 달리는 팀과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팀의 차이를 보여준 경기였다.

기아 타이거즈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1차전에서 상대 선발 이혜천 선수의 호투에 눌려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의 집중력을 지켜보면서 1대 4 패배를 당했다. 기아는 지옥의 9연전을 패배로 마무리하고, 3승 6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마감하게되었다. 오히려 패배에도 불구하고 두산과의 팀간 전적에서 6승 5패의 우위를 지킨 점에 만족해야 했다.

더운 날씨와 뜨거운 햇살 그리고 9연전을 하면서 치친 선수들에게서 점수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두산은 4회말 홍성흔 선수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기아는 7회초 갑자기 난조를 보인 이혜천 선수를 상대로 선두타자 김상훈 선수의 볼넷 출루와 김종국 선수의 우전 안타로 1점을 만들어 냈을 뿐이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매트 블랭크 선수와 컨트롤 난조로 초반 무너지던 이혜천 선수가 선발로 등판한 이날 승부는 초반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양팀 모두 두 선수에게 이렇다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승부는 두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난 동점상태에서 맞이한 8회에 결정이 났다.

먼저 기아타이거즈는 8회초 선두타자 홍세완 선수가 바뀐 투수 이재우 선수의 초구를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재우 선수는 후속타자 마해영 선수에게 볼 3개를 던져 위기 상황으로 몰렸다. 투수 전에서 놓칠 수 없는 확실한 득점 기회였다.
하지만 두산 선수단은 선두 팀답게 당황하지 않고 분위기 반전을 위한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몰린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해영 선수를 3루 파울 플라이로 아웃 시키고, 후속 타자들을 차례로 투수 땅볼과 2루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다. 기아로서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위기의 순간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산 베어스는 8회말 선두 타자 장원진 선수가 10구끝에 볼넷을 얻어 1루로 걸어나갔다. 하위권에 쳐져있는 기아로서는 위기감을 감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광우 투수코치가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마운드로 걸어나와 진정을 시켰다. 그리고 강봉규 선수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비어있는 1루에 김동주 선수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병살로 위기를 넘기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두산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선두 팀답게 전날 집중력 부족으로 경기를 졌던 전철을 밟지 않았다.
1사 주자 1-2루. 홍성흔 선수의 타구는 병살 플레이를 위해 2루 베이스에 치우쳐 있던 홍세완 선수에게 큰 바운드 타구가 나왔고, 공은 글러브를 지나 좌익수쪽으로 굴러가 이날 경기의 결승 타점이 되었다. 그리고 힘이 빠진 기아는 손시헌 선수에게 좌전 1타점 적시타, 대타 문희성 선수에게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허용하면서 순식간에 점수가 3점차로 벌어졌다.

전날 양팀은 집중력을 가진 팀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단 2번의 기회에서 모두 득점을 올렸던 기아타이거즈가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이날도 집중력이 승부를 위한 열쇠였다.
두산 베어스는 2위를 달리는 선두권 팀이었다. 전날 패배를 반복하지 않는 강팀의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양팀의 투수전 속에 확실한 득점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두산이 이날 승리를 할 수 있었다.


한편, 기아 선발 블랭크 선수는 6회말 두산의 선두 타자 김동주 선수가 때린 타구에 왼쪽 팔꿈치 부근을 강하게 맞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하지만, 진찰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졌고, 갈길바쁜 기아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상 부위가 공을 던지는 왼팔이기 때문에 다음 등판을 주목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됐다.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전까지 블랭크 선수는 한국에서 3번째 등판이자 첫 번째 낮 경기였던 이날, 지난 경기보다 부진한 투구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다양한 구질과 노련한 투구로 140Km에도 못미치는 직구 구속을 커버하면서 5.1이닝동안 1실점의 호투를 보였다. 치기 좋은 만만한 공을 던짐에도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그가 경기를 거듭하면서 증명하고 있다.

두산 선발 이혜천 선수도 고질적인 컨트롤 난조를 극복하고 투구수 관리가 되면서, 7이닝동안 사사구 2개만을 내준 채 1실점의 호투를 보여주었다. 7회초 갑자기 찾아온 난조만 아니었다면 승리투수도 바라볼 수 있었던 호투였다.

두산의 타선을 2안타와 2타점을 올리며 승리로 이끈 홍성흔 선수가 이끌었다면, 기아는 김종국 선수가 팀의 6안타 중에서 3안타를 쳐내고 팀의 유일한 타점을 올리면서 맹활약을 했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 123 456 789---R H E B
기아 000 000 100 | 1 6 0 4
두산 000 100 03x | 4 7 1 7

승리투수 = 이재우(5승 4패 1세이브, 2.51)
세이브 = 정재훈(1승 2패 18세이브, 0.65)
패전투수 = 김희걸(1승 1패, 6.05)

홈런 = 두산 : 홍성흔 7호 (4회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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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가 본 승리 - 두산, 0612 ]

1. 8회말, 점수를 내야할 분위기를 알았던 두산 베어스
초반 대량 득점으로 일찍 승부를 낼 수 있었던 1회말,
선제 득점이후 흔들린 블랭크 선수로부터 추가득점이 아쉬웠던 4회말,
대주자 기용과 도루로 작전의 성공 분위기를 탈수 있었던 7회말

이상의 기회를 아쉬움으로 간직하고 있었다면 8회말 공격도 무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두산은 선두 팀답게 위기의 8회초를 잘 막아내고, 찬스를 만드는 분위기 속에서 집중력을 발휘 중요한 3점을 만들었다.

2. 두산의 특급 계투진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이 두산 베어스를 상위권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그것은 얇은 선수층과 지명도 낮은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는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재우-정재훈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승리 계투진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날도 기대에 부응하는 투구를 선보여, 승리투수와 세이브를 나눠가졌다.
이재우 선수는 8회초 무사 2루의 위기를 가볍게 처리했고,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정재훈 선수는 9회초 기아의 마지막 공격을 단 6개의 공으로 막아냈다. 두 선수의 계투모습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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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가 본 패배 - 기아, 0612 ]

1. 투수 교체 타이밍 실패
'김희걸 선수의 극과 극'
- 전(6타자) : 1.2이닝 무안타 1삼진 1사사구 무실점 투구수 19개 (6, 7회)
- 후(4타자) : 0.1이닝 1안타 무삼진 2사사구 3실점 투구수 28개 (8회)

기록에서 나타나듯이 블랭크 선수의 부상으로 한 템포 빠른 등판을 했음에도 6회와 7회에 보여준 투구는 분명 훌륭했다. 하지만 기아 벤치는 너무 욕심을 부렸다. 김희걸 선수는 분명 8회에 마운드에 올라오기에는 지쳐있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이날 등판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고 난 이후 1군에서 무려 한 달만에 등판한 경기이기 때문이었다. 19개의 투구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1달만에 등판한 선수에게는 분명 많은 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8회말에는 다른 투수로 교체가 되었어야 했다. 8회말 선두타자 장원진 선수에게 2S-1B에서 10구까지 간 끝에 볼넷을 내준 다음에는 더더욱 교체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계속 끌고 가다, 결승 적시타를 허용하고 나서야 교체가 이루어졌다.

이런 마운드 운용을 갈 수밖에 없었던 점 충분히 이해한다. 왜냐하면 최근 기아 마운드에서 믿음이 가는 투수가 차정민과 윤석민 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전날 벌어진 경기에서 다소 많은 투구를 했다. 그래서 쉽게 마운드에 올리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지친 기색이 역력한 투수를 끌고 가는 것은 패배를 그대로 눈뜨고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 정도로 기아 마운드가 약해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2. 기회를 위기로 내준 8회
기아 타이거즈는 8회초 선두 타자 홍세완 선수의 2루타로 만든 절호의 찬스를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했다. 하지만 후속 3명의 타자가 차례로 아웃을 당하면서 두산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분위기를 심어줬다.

3. 7회초 동점 적시타 이후 후속타 불발
김종국 선수의 행운의 안타로 동점을 만든 기아 타이거즈. 찬스는 계속 이어졌다. 1사 주자 1-2루. 특히, 전날 승리의 일등공신 이종범 선수였기에 더욱 분위기는 고무되었다. 하지만 잘맞은 타구는 3루 직선타로 아웃이 되었고, 후속 장성호 선수도 2루 땅볼로 아웃이 되면서 역전의 분위기로 갈수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이는 두산이 점수를 뽑을 때 계속 만들어낸 8회말 상황과 대비가 된다.

4. 성급한 기아 타선
이날 분명히 두산 선발 이혜천 선수는 호투를 했다. 고질적인 컨트롤 난조가 보이지 않고 무려 7이닝을 소화하면서 1점만 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기아 타자들이 도와주었기에 가능했다. 왜냐하면 이혜천 선수는 이전 선발 등판경기에서 무려 8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면서 5이닝밖에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를 마운드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끌어냈다면 이날 경기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아 타자들은 초구부터 방망이를 주저없이 돌려댔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아웃이었다. 이혜천 선수의 기를 살려준 것은 당연했다. 평소보다 느린공을 던지면서 초구부터 맞춰잡는 피칭에 기아 타자들은 계속 말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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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 of the Game] 홍성흔, 김종국 外

- 홍성흔(UP)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결승 타점.
최근 당한 부상으로 인해 비록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해 반쪽 짜리 선수가 되었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한 그의 플레이는 빛났다.
팀의 선제점이었던 1점 홈런과 결승점이 되었던 좌전 안타는 지명타자이기 때문에 수비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없기에 공격에서 펼칠 수 있었던 최고의 플레이였다. 더군다나 모두 결정적인 점수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값어치가 크다.

- 김종국(UP) 3타수 3안타 1사구 1도루 1타점, 100% 출루
팀이 승리를 거두었다면 최고 수훈 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최근 불거진 과대 평가 선수에 대한 논란을 잠식 시킬만한 활약이었다. 특히 전날에 이어 연속된 활약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2003년 도루왕 출신으로서 빠른발을 루상에서 마음껏 펼쳤다. 투수와 포수의 신경을 자극시켜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가는 활약을 했다.

- 손시헌(UP) 4타수 1안타 1타점,
연습생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선수. 이날도 비록 1안타 밖에 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1안타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고 팀은 1점을 더 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돋보이는 부분은 유격수로서 보여주는 수비이다. 그의 수비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유격수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민첩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다가 1루에 뿌리는 총알같은 송구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과연 신고선수로 입단한 선수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이날도 기아의 추격의지를 꺾는 2차례의 병살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또한 굳이 넘어지거나 점프하지 않고서도 보여준 안정된 수비는 팀을 승리로 이끈 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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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완(DOWN) 4타수 1안타
3루수에서 유격수로 복귀하고 펼친 두 번째 경기. 하지만 그의 수비가 아쉽다.

상황 1. 8회말 1사 1-2루, 홍성흔 선수의 큰 바운드 타구를 어려웠지만 공을 뒤로 흘려보내지 않고 막아내기라도 했으면 했던 아쉬운 상황. 2루주자가 홈을 밟았다.
상황 2. 8회말 1사 2-3루, 나주환 선수의 직선타구를 전진 수비였지만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잡아낼수 있었음. 점수 허용은 되지 않았지만 아웃 카운트를 놓쳤다.

최근 타격감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수비는 아쉬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상대팀 유격수 손시헌 선수의 수비와 비교한다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 김희걸(DOWN) 2이닝 1안타 3볼넷 3실점
잘 던졌다. 하지만 1군 복귀 무대를 더욱 그의 손으로 만들고 싶어서였던 것일까? 분명 그는 8회말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기에는 힘에 벅차 보였다.

- 용덕한(DOWN) 포수, 4타수 무안타
1점 허용과 팀의 승리로 인해 감추어지겠지만, 이날 보여준 포수로서의 플레이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김종국 선수의 루상에서의 플레이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투수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
홍성흔 선수가 부상으로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백업인 강인권 선수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중인 상황에서 찾아오기 힘든 기회를 잡은 만큼 경험을 좀더 쌓아 든든한 백업 포수로 태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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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 녹음실 ]

'골프에서는 매너를 배우고, 야구에서는 팀웍과 팀플레이를 배운다'
(하일성 KBS야구 해설위원, 12일 기아 VS 두산 경기 중계방송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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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가 본 알쏭달쏭 ]

7회말 1루주자 윤승균, 용덕한 선수의 타석때 2루 도루 - 세이프냐 아웃이냐? (기아의 위기 모면으로 별 다른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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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of the Game]

{No. 1} 두산 우익수 임재철, 3회초 2사 1-3루 상황, 장성호 선수의 키를 넘어가는 타구 호수비
{No. 2} 기아 3루수 김민철, 4회말 선두타자 김동주 선수의 3루수 옆을 빠지는 안타성 타구 넘어지며 잡아 호수비
{No. 3} 두산 2루수-유격수 안경현-손시헌, 1사 1-2루 상황, 김경진 선수의 타구 멋진 병살 플레이

이날 양팀의 경기에서는 멋진 수비가 경쟁을 하듯 펼쳐졌다. 위에 언급한 수비 이외에도 이종범, 손시헌 선수의 수비는 비록 넘어지고 재주를 넘는 듯한 수비는 아니었지만, 빠른 발과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만들어낸 멋진 플레이로 위 수비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러한 호수비들은 이날 경기를 투수전으로 가게끔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특히 경기 초반인 1회초 안경현의 좋은 수비와 3회초 임재철 선수의 호수비는 기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경기 흐름을 막아낸 멋진 호수비였다. 이를 발판으로 이혜천 선수는 수비진을 믿고 호투를 할 수 있었고 팀은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기아 역시 패배를 하긴 했지만 금요일에 보여준 실책으로 인해 패배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을 때와는 180도 다른 집중력있는 수비를 펼쳐 보였다.

승리와 홈런뿐만 아니라 호수비도 관중들을 경기장으로 끌고 오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왜냐하면 호수비는 몸을 아끼지 않은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 환상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선수들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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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