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8:26
2007년 7월 11일 선수협회 기사


 “세상에 이런 야구장이 어디에 있습니까?”

 함평 야구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혹자는 조용하고 주변의 유혹으로부터 단절이 되어 있어 야구에 전념하기 위한 최상의 조건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보기일 뿐. 실제 선수들이 뛰는 환경은 과연 이곳이 프로 야구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악하기 짝이 없다.

 몸을 날리며 그라운드에 몸을 맡기는 선수들의 모습이 오히려 대견스러울 정도로 부상 위험이 큰 딱딱한 내야와 푸른 잔디로 위장되어 있어 그렇지 자세히 보면 울퉁불퉁한 외야가 바로 이곳 야구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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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30일 함평 야구장에서 열린 기아와 롯데의 2군 경기 모습

 이러한 함평 야구장에서 14일만에 열린 기아와 롯데의 2군 경기 시작 전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졌다.

 토요일이었던 6월 30일 오전 11시. 평상시대로라면 ‘플레이볼’이 외쳐져야 했을 시각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경기는 더블헤더로 펼쳐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지체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예정 시각에 경기는 시작되지 않았고, 대신 2루를 중심으로 일반 관리인 뿐 아니라 기아 선수단 여러명도 나와서 경기 준비 대신에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한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였음에도 운동장 정비를 위해 1차전 경기를 취소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아 구단 관계자와 선수단의 열정적(?)인 노력으로 경기는 예정시간보다 6분 정도가 지난 뒤에야 가까스로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작업을 마무리 지은 것은 아니었다. 손님(롯데 2군)을 모셔놓고 경기를 취소할 수도 없어 최소한의 작업만으로 1차전을 치르고, 2차전을 앞둔 휴식 시간을 통해 나머지 작업을 하며 원상태를 회복했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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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블헤더 1차전 종료 후 내야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

 이 소동의 내막은 이랬다. 이날 함평야구장은 전날 경기가 비로 인해 취소가 되며 그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경기 전 이를 정비하기 위해 경기장을 관리하는 함평군 직원들이 해당 지점에 흙을 뿌렸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이것이 문제의 씨앗이었다.

 흙을 뿌린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 흙이 돌멩이도 걸러내지 못한 흙이었던 것. 경기장 관리의 기본 지식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발자국 하나에도 불규칙 바운드가 생겨 정상적인 경기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에서 돌멩이,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닌 여러개가 운동장에서 발견되었으니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몸이 재산인 선수들이 뛰는 환경임을 감안했을 때 이는 예상치 못한 큰 부상을 유발시킬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2경기를 치르는 동안 우려했던 돌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오히려 이를 천만 다행으로 여길 정도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한편,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도 기아 타이거즈 2군은 7월 1일까지 30승 8무 16패(승률 0.652)의 성적으로 2위보다 5게임이나 앞선 채 1위를 질주중이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