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7:15
2007년 5월 7일 선수협회 기사


 “일시적 행사로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난 22일 춘천 의암야구장에서 만난 대다수 강원도 야구팬들의 이야기다. 어릴적 삼미 슈퍼스타즈의 경기를 본 이후 이제는 가장이 되어 아들을 데리고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는 관중에서부터 아이가 야구를 너무 좋아해 아예 가족 전체가 돗자리를 들고 봄 소풍을 나온 관중까지 이날 야구장에는 모처럼의 경기를 통해 남녀노소와 세대를 아우르는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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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친화적으로 설계된 외야 관중석에서 돗자리를펴고 관람하고 있는 야구팬 (사진 = 공짜)
 
갑작스런 경기 개최와 부족한 홍보에도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은 것은 야구계에 많은 점을 시사하게 만든다. 과연 강원도의 야구팬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그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어보았다.
 
 우선은 경기부터

 이날 관람객 중에는 전날 잠실에서 펼쳐진 경기를 보고 왔다는 3명의 젊은 야구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LG 트윈스 응원 방망이를 직접 챙겨들고 관중석에 자리한 이들은 KBO 홈페이지에서 직접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왔을 만큼 평상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팬들이었다.

 이들은 “야구팬으로서 춘천 경기가 반가운건 당연하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서울까지 야구를 보러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춘천에서 경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러한 고생을 줄일 수 있도록 “춘천에서 앞으로 많은 경기가 개최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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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개최부터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춘천의 젊은 야구팬들, 안경철(26), 한향선(26), 장소영(22)씨
 
 또한, 많은 팀들이 춘천 경기에 대한 흥행을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의 생각은 거침이 없었다. 우선은 “경기부터 하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가 마지막 경기였는지 모를 정도로 그 동안 이 지역 야구팬들을 소외시키며 등을 돌리게 만든 건 생각도 않고, 당장의 흥행부터 걱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꾸준히 이 지역에서 경기를 개최하면서 그 동안 관심이 멀어졌던 야구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향하는 작업이 먼저지, 당장의 흥행부터 걱정하는 것은 올바른 일의 순서가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우리도 응원하는 팀이 생겨야 

 이날 의암야구장 분위기는 분명 다른 야구장과 달랐다. 홈팬들이 대부분인 다른 구장의 경우 박수와 환호가 극단적인데, 의암 야구장에서는 공평한 응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 가운데 특정팀을 응원하기 위한 팬보다는, 단지 야구를 보기 위한 관중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를 펼친 두 팀이 강원도 연고팀이 아니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현재 강원도를 연고로 하고 있는 SK 와이번스가 이들 관중이 응원하는 팀도 아니었다. 사실상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 야구팬들에게 응원하는 팀은 없는 상태였다.

 
이에 대해 춘천 토박이 김인섭(48)씨는 “이러한 응원 모습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춘천이나 강원도를 연고로 하는 프로 야구팀 창단 밖에 없으며, 이를 통해 지금의 2군 경기에 대한 관심이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팀으로 이어져 지속적인 야구 사랑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 새로운 문화코드 '야구' 

 타시도 지역민들에게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는 산 좋고 물 좋은 살기 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어 부러운 시선을 받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 지역을 찾는다. 실제로 의암 야구장이 위치한 주변만 둘러보아도 바로 옆에 ‘의암댐’과 ‘의암호’가 있으며,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한 ‘중도 유원지’가 있다. 여기서 범위를 더 넓히면 관광 코스는 더욱 더 많아진다.

 하지만 다른 지역민들과 달리 이 지역민들에게 이러한 장소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고, 항상 지켜봐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지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적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대학생 안경철(26)씨는 “야구장이 그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젊은층의 경우 놀이문화라고 해봐야 영화관이나 술집이 전부다. 그런 점에서 이곳 춘천에서 지속적으로 야구가 개최되고, 연고팀도 생긴다면 즐길 문화가 전무한 춘천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춘천에 야구가 자리 잡기를 환영한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야구장답게 많은 경기 개최가 시급과제

 “많은 경기 개최로 야구팬들과 함께 하는 의암 야구장이 되기를 바란다.” 의암 야구장을 관리하고 있는 심우환(30, 춘천시 시설관리공단)씨의 바람이다.

 
지난 2005년 말 정식으로 문을 연 의암야구장은 사실상 지금까지 개점휴업이었다. 애당초 큰 기대를 모으며 추진했던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양한 경기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그것도 대부분 사회인 야구팀들이 이용하며 겨우 야구장으로서 근근이 버텨왔다.

 이렇다보니 운영 첫해였던 지난해 적자는 당연했다.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조명, 전광판, 음향 시설은 가동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유지비만 소요하는 애물단지가 되었고, 수입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야구장내 매점, 식당과 같은 공간은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아직도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뭣 하러 지었느냐”는 지역 언론의 따가운 비난을 받는 건 무리는 아니었다.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적자와는 분명 다를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올해부터 춘천시가 의욕적으로 대회 유치에 나서면서, 적극적인 야구장 활용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야구 2군 리그 가운데 12경기를 유치했고, 8월에는 전국 대회인 중학야구선수권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곳 경기장은 심우환씨를 비롯해서 모두 3명이 관리를 하고 있는데, 심 씨는 그동안 경기가 없었음에도 정성스럽게 관리를 해왔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잔디 상태도 양호했고, 관중석과 주변 시설들은 이제 막 문을 연 경기장처럼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다만 경기가 거의 없어 활용도가 극히 낮았음을 심우환 씨는 매우 아쉬워했다. 관중석이 아직까지 때를 타지 않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이제 심 씨의 바람은 단 한가지뿐이다. 이 경기장에 많은 관중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많은 야구 경기가 개최되어, 자신의 일이 바빠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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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야구장과 다른 방법으로 줄을 표시하고 있는 의암야구장. 사진 속 인물은 경기장을 관리하고 있는 춘천시 시설관리공단의 심우환(30)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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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시설임에도 활용도가 극히 낮은 춘천 의암 야구장 모습. (사진 = 공짜)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