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46
2007년 3월 9일 스포홀릭 기사


 지난 2월 23일 KBO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구단의 정규시즌 경기 장소 변경을 알렸다.  여기에는 한화 이글스가 대전이 아닌 청주에서 6경기, 롯데 자이언츠가 부산이 아닌 마산에서 9경기를 개최한다는 제2홈구장 경기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올해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약속한 두 팀은 지금까지 제2홈구장 경기를 꾸준히 개최해온 대표적인 팀들이다. 이를 통해 폭 넓은 팬 서비스와 야구의 저변 확대에 크게 공헌했다.

 현재 이 두 팀 외에 제2구장 경기가 가능한 팀은 군산 또는 전주의 기아 타이거즈와 춘천 또는 수원의 SK 와이번스가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두 팀은 제2구장 경기 계획이 없다. 특히, 지난 2005년 군산에서 최악의 경기장 상황을 경험했던 기아 타이거즈(올해 인조잔디 설치)는 그렇다 해도, SK 와이번스가 이 계획에서 빠져있는 것은 다소 의외다.

   '스포테인먼트’와 배치되는 경기 계획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추구하는 지향점을 ‘스포테인먼트’라고 밝힌 바 있다. ‘팬을 위한 야구를 하겠다’는 뜻의 이 목표는, 더 나아가 ‘구단이 먼저 팬들에게 다가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인천 이외의 연고 지역(경기, 강원)을 찾아가지 않는 것은 이 목표와 맞지 않아 보인다.

 물론 2009년부터는 지역연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인천 이외의 지역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은 한 스포츠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에 밀착하는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천의 팀이라는 입지를 강화해 나가는데 신경을 쓴 나머지, 남은 2년 동안 새로운 야구팬을 만들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19년 동안 야구 불모지가 된 강원도

 경기 가능 지역 가운데 수원은 현대 유니콘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가 크지만, 강원도 춘천에서 경기를 갖지 않는 것은 설명하기 힘들다. 이미 춘천에는 17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지난 2004년 11월 완공된 ‘춘천 의암야구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기장은 춘천 종합야구장이 철거되며, 새로 지어진 경기장으로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야간 경기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프로야구 경기를 치러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동안 SK 와이번스는 완공이후 적극적인 경기 개최를 약속한 것과 달리, 작년에야 겨우 2군 경기를 한차례 치른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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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시 송암동에 위치함 의암야구장       (사진출처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올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강원도에서는 프로야구를 보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 1988년에 마지막으로 정규리그가 펼쳐졌으니, 올해로 무려 19년 동안 프로야구의 불모지가 된 셈이다(참고로 1995년과 1999년에는 시범경기 한차례, 작년에는 춘천과 횡성에서 2군 경기 세 차례 개최). 야구 경기가 개최된 흔적을 소설책(‘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작)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래된 것이다.

 사실 인천 연고 팀과 춘천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창단 첫 홈경기가 개최된 곳이 인천이 아니라 춘천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초대 故 박현식 감독은 이곳에서 벌어진 OB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대역전패 한 뒤 13경기 만에 경질되었고, 1986년 시즌 개막 후 7연패를 달리던 청보 핀토스가 첫 승을 거두며, 당시 허구연(현 mBC 해설위원) 감독의 데뷔 첫 승을 안긴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인천 연고팀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으며, 와이번스가 계속해서 인천 야구를 계승하는 한 춘천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성공이 불확실하지만 극복해야

 그렇다면 SK 와이번스가 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지난 2005년 시범경기 추진을 무산되게 만들었던 운동장 상황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도 전체인구는 146만명(‘05 인구주택총조사)으로 인천의 253만명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고, 10만명이 넘는 도시는 춘천(26만명), 원주(28만명), 강릉(22만명)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2구장 경기가 펼쳐지는 청주(64만명)와 마산(43만명)과 비교해도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또한 그동안 야구 경기가 펼쳐지지 않다보니 SK 와이번스가 연고팀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시들해진 관심도 개최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SK 와이번스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경기 개최와 홍보에 소홀히 해온 업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연고팀이 없는 제주도에서 프로야구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점을 SK 와이번스는 적극 참고해야 한다. 또한 이승엽 선수가 소속된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도쿄돔을 떠나 도쿄 주변의 야구장뿐만 아니라, 라이벌 지역인 오사카 지역까지 가며 홈경기를 개최하듯이 ‘스포테인먼트’에 걸맞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실패가 두렵다면 이 기회에 야구의 사업적 능력을 활용해보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 2002년 ‘삼미 슈퍼스타즈 유니폼 데이’를 통해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이벤트처럼, 삼미와 청보 시절의 춘천으로 떠나는 야구 답사 투어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전지훈련 기간 ‘오키나와 팬 투어’를 마련했듯이, 야구팬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특히 춘천은 소양호 주변의 볼거리와 닭갈비로 대표되는 먹거리가 있기 때문에, 야구와 관광을 연계시키면 충분한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다. 여기에 주5일 근무제와 여름철 휴가 기간을 고려한다면, 가족 단위 위주의 여행 상품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개최 의지가 없다면, 미리 연고권을 반납해야

 SK 와이번스는 지난 전면 드래프트 도입 때 반대를 주장했었다. 그 이유는 인천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강원도까지 넓은 연고권을 내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제쳐두고라도 강원도에서 팬들을 위해 연고 구단으로서 노력해왔음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염치없는 모습이었다.

 현재도 강원도는 SK 와이번스의 연고지역이다. 만약 남은 기간에도 경기 개최와 같은 연고팀으로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미리 연고권을 반납하는 게 좋다. 다른 팀이라도 그 지역에 뿌리를 내려 야구의 저변 확대라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에만 눈이 멀게 아니라, 진정한 야구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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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시 송암동에 위치함 의암야구장       (사진출처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이제 2009년이 되면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는 프로야구에 있어서는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 유니콘스 매각 불발에서 보듯이 팀 창단도 쉬운 게 아님이 증명되었다. 특히 강릉은 축구, 원주는 농구, 평창은 동계스포츠 그리고 춘천은 야구의 도시로 전략적 육성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입지 조건은 타시도보다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강원도에서 야구를 본다는 것은 당분간 어려운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앞에 두고, SK 와이번스가 2년 동안 어떠한 ‘스포테인먼트’를 강원도 춘천에서 선보이게 될 지 주목된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