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44
2007년 2월 27일 스포홀릭 기사


 2007 프로야구 개막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 곳 저곳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그 중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플레이를 유도하고, 관중들에게는 좀 더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운동장 보수 작업도 한창이다.

 작년의 경우 부산 사직야구장은 천연 잔디 시대를 열었고, 대전 한밭야구장은 고품질의 인조 잔디를 설치해서 모두에게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올해는 잠실야구장이 16억원을 들여 지난 1982년 준공이후 실질적인 첫 보수공사를 전면적으로 펼치고 있고, 국내 최고 시설인 문학 야구장도 '띠 전광판'을 설치하는 구장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외의 구장 가운데는 기아 타이거즈의 홈인 광주 무등야구장의 보수 공사가 눈길을 끈다. 이미 지난해 일명 ‘그린 몬스터’로 불린 커다란 벽을 외야 담장에 설치했고, 외야를 확장하며 넓어진 공간에 잔디를 심는 등 분주한 작업이 있었는데 올해 또다시 보수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작업은 6억 7천여만원을 들여 지난 1월에 마무리한 조명탑 시설 교체 작업이었고, 현재는 노후화되고 심하게 파손된 관중석 의자 교체작업과 구장 내 도색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구장 안전망을 설치하는 것으로 보수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 시즌 무등 야구장을 찾게 될 관중들은 지난해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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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기에도 말끔하게 단장된 관중석, 유난히 짙은 녹색이 새로운 좌석   (사진 = 공짜)

   보수 공사의 수혜자는 광주광역시

 이 같은 보수 공사 내용은 관람이 편하고, 안전한 경기장을 만드는데 초점을 둔다고 밝힌 광주광역시의 목표와 일치한다. 그렇다면 보수 공사에 대한 수혜는 선수들이나 팬들이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어긋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보수 공사가 시행되는 1차적 목적이 야구장 환경 향상보다는 올 10월 광주광역시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인 제88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체전)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외지에서 오게 될 손님들에게 우선적으로 깨끗해 보이는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실제로 관중석 의자 교체 작업이 그렇다. 이 작업 후 관중석은 지난해에 비해 몰라보게 깔끔해졌다. 특히 3루쪽이 그렇다. 이는 3루쪽 의자가 많이 교체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관중석과 관련된 작업은 여기가 끝이다. 팬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보수 공사는 손도 못 대본 것이다.

 무등 야구장에서 관중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은 관중석의 상하좌우 협소문제다. 지금 구조는 앞쪽 의자에 다리를 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혹시 건방진 자세로 오해를 살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옆이나 앞쪽에 다른 사람이 안 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아니면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큰맘을 먹어야 하고, 3시간 내내 불편한 자세를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서 보는게 마음 편하지만, 이마저도 뒷사람의 항의가 있다면 여의치도 않다. 결국은 기분 좋게 나선 야구장에서 기분만 상하고, 차라리 집에서 편히 누워 TV를 시청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수 공사는 기존 구조에 그대로 새 의자를 갈아 끼우는 방식이다. 실제 현장에서 야구 관람을 해보았다면 충분히 느낄 문제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팬들의 고충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한 흔적 없이 이루어진 공사의 수혜자가 누구인지는 여기에서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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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의자에 새로운 의자를 끼워 넣는게 보수 공사의 전부           (사진 = 공짜)

   광주광역시, 새로운 야구장 건설 계획 전무

 지금의 형식적인 보수 공사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무등 야구장을 대체할 새로운 야구장 건설 논의가 전혀 없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구장 건설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 굳이 지금의 시설을 대대적으로 고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고, 팬들도 새로운 구장에서 편히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불편을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논의도 전혀 없는 가운데 유일한 야구장에 대한 형식적인 보수 공사는 야구팬과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일 수밖에 없다. 내야만이라도 인조 잔디를 걷어 내야한다는 야구팬들의 끊임없는 요구도 무조건 8년이라는 사용기한을 채워야만 한다는 태도다. 2011년 시즌을 마치고 나서야 지금의 인조 잔디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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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까지 그 모습을 유지 할 것으로 보이는 무등 야구장의 인조잔디    (사진 = 공짜)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김천 체전 고등부 야구 결승전에서 벌어진 일을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포항 야구장에서 벌어지기로 예정된 경기가 전날 내린 빗물이 빠지지 않아 두 팀이 경기 없이 공동우승으로 결정 난 것이다. 야구장 보수를 위해 5억원의 예산을 사용했음에도 이 해프닝이 발생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겉치장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무등 야구장은 포항 야구장과는 다르다. 체전은 일시적 이지만, 새로운 야구장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수많은 관중들과 함께 이곳에서 아마 야구뿐만 아니라 프로야구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근본적인 재보수를 하거나 새로운 구장에 대한 논의가 있기 전까지는 지금의 야구장에 대한 불만은 끊임없이 재기될 것이다. 이러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선수와 관중을 먼저 생각하는 광주광역시의 결단이 필요하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