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34
2007년 1월 4일 스포홀릭 기사


 2006 프로야구 최고 타자는 이대호(롯데)였다. 그렇다면 대학야구 최고 타자는 누구였을까? 여러 선수가 거론되지만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보인 모창민(21, 성균관대 예비 4학년, 3루수)이 가장 눈에 띈다.

 모창민은 아직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이미 대학 무대 강타자다. 2006년 장타율, OPS, 누타수 1위와 홈런 2위, 타점 4위에 오르는 등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추계리그에서는 MVP와 수훈상, 홈런왕을 휩쓸며 소속팀을 3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추경식(롯데), 김태완(한화)이 졸업하며 허약해진 팀내 중심타선을 이끌며 거둔 수확이었다. 7월에는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대표에 선발되어 한미 대학야구대회에 참가했다.

 이런 활약으로 그는 지난해 아마 야구를 총결산하는 ‘2006 야구인의 밤’행사(12월 21일)에서 대학부문 ‘우수 타자상’을 수상했다(참고로 ‘우수 투수상’은 동향에 나이와 이름도 같은 연세대 임창민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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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팀의 외면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성장이 있기까지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주일고 졸업을 앞둔 2003년 찾아온 시련이 그것이다. ‘04 프로야구 신인 지명에서 그를 찾은 구단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특히 고향 팀의 지명을 받지 못한 것은 더더욱 큰 충격이었다.

 이때 미국 메이저리그 모 구단의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하고, 4년 후 재도전을 위해 대학무대로 발길을 돌려, 2004년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인스트럭터로 선수들을 지도했던 김성근 감독(현 SK 와이번스 감독)과의 만남은 타격의 눈을 뜨게 했고,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 2007년 목표는 ‘10(홈런)-10(도루)’

 그는 “4개의 누를 모두 돌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할 때가 가장 기분 좋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그만큼 그는 홈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팀 우승 다음으로, 전년도보다 늘어난 홈런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지난해 참가한 4개 대회 가운데 2개 대회에서 홈런왕에 올랐다. 여기에 올해는 10개의 홈런을 달성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고 그가 홈런만 노리는 선수는 아니다. 그의 최종적인 타격의 완성은 모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는 호리호리한 체형과 11초 후반의 100m 기록을 보일 정도로 빠른 발을 가졌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40(홈런)-40(도루)-40(2루타)’을 달성한 알폰소 소리아노(시카고 컵스)가 그의 타격 모델이다. 실제로 모창민의 타격 자세를 보면 소리아노가 연상된다. 재미있게도 까맣게 탄 피부 때문인지, 얼굴 생김새도 닮아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가 올해 목표로 삼고 있는 기록은 ‘10-10’이다. 홈런 10개와 도루 10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알폰소 소리아노’임을 증명해줄 것인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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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어 훈련한다
 
 2007년에도 대학 최고 타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벌써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연말을 맞아 2주간 고향에 내려와 쉬게 되었지만, 친구인 이성호(고려대 포수)와 함께 모교인 광주일고를 찾아 후배들과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남부지방에 폭설이 내리던 날에도, 전국이 영하로 꽁꽁 얼던 날에도 그는 훈련에 임했다. 집에서 휴식을 통해 재충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다”며 겸손한 태도로 훈련의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저녁에는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빼놓지 않는다.

 그가 이렇게 훈련에 열심히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야구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을 찬송가로 설정해 놓을 만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평상시 담배와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 생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여자 친구 한명 있을 법 하지만, 야구로 성공하기 이전까지는 야구가 나의 애인이라고 못을 박았다.

◆ 오키나와는 약속의 땅

 그렇다고 그에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에서 활동 중인 또래들에 비해 대학 선수들의 기록이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인 턱없이 부족한 경험 문제가 너무나도 크다. 또한 아직은 평범한 수비 능력 또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겨울 훈련을 통해 이를 만회할 생각이다. 성균관대는 작년에 이어 일본 오키나와로 한 달간 전지훈련을 떠나는데, 이곳을 약속의 땅으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 국내 프로팀과 일본 대학팀과의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을 예정이며, 수비 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성균관대에는 과거 쌍방울에서 3루수로 활약한 석수철 코치가 있어, 수비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제격이다.

◆ 웃음을 되찾기 위해 오늘도 뛴다

 작년에 10번을 달았던 그는 올해부터 16번을 달고 경기장에 나설 예정이다. 주변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등번호를 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만류했지만, 그는 기어이 번호를 바꿨다. 자신에게는 해당 없는 한낱 징크스 일뿐이며, 작년 성적이 좋았지만 거기서 만족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올해 이뤄야할 목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팀 우승이 최우선 목표이며, 개인적으로는 ‘10-10’도 달성해야 한다. 그리고 작년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한미대학선수권 대표에 다시 선발되어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년전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고향 팀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먼저 불러져 웃음을 되찾는 게 최종 목표다. 이 목표를 모두 이루기 위해 그는 오늘도 운동장을 뛰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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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