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16
2006년 12월 7일 스포홀릭 기사


 며칠 전, “내년 시즌 우승은 기아 타이거즈가 될 것이다.”라는 김응룡(66) 삼성 라이온즈 사장의 기사가 났었다. 김 사장은 그 이유를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마운드’로 꼽았다. 그리고 자신이 타이거즈 감독으로 있던 당시보다, 지금의 투수진이 더욱 낫다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김응룡 사장 말대로 타이거즈 투수진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젊고, 유망한 선수들로 구성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은 2006년 타이거즈 마운드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 확실히 젊어진 타이거즈 마운드

 그간 팀을 이끌어왔던 노장선수(곽현희, 최상덕, 이강철, 리오스 등)들은 최근 몇 년간 은퇴와 이적을 통해 세대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그리고 올 시즌 타이거즈 마운드는 대부분 프로 경력 5년 이하의 선수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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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함께 팀별로 올 시즌 1군 무대에 등판한 선수들을 196,70년대 출생한 선수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선수로 나누어 비교해 본 결과, 타이거즈는 베어스, 와이번스와 함께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함된 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전체 투구 이닝을 통해 분석했더니, 그 차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8개 팀 가운데, 1980년대 출생한 투수들의 비중이 다른 팀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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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드를 이끌 노련한 선수가 없다.

 자이언츠의 염종석이나 손민한, 이글스의 송진우나 구대성처럼 각 구단에는 마운드를 이끌 경험 많은 선수가 반드시 있다. 타이거즈와 함께 젊은 선수들이 많은 와이번스나 베어스에도 조웅천이나 김원형, 리오스나 박명환과 같은 노련한 선수가 있다.

 하지만 타이거즈 마운드에서 그런 존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우선 이미 많은 노장 선수들이 팀을 떠났으며, 남아있는 노장이라고는 이대진이 유일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이대진은  2군에서 뛰는 시간이 많아, 젊은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문석이나 강철민 등도 팀 적응 문제와 부상 등으로 다른 선수를 챙길 처지가 아니다. 나이로 보면 리더가 되기에는 빠르지만, 김진우도 부상으로 인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김응룡 사장이 우승을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아마도 몇 년 뒤의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선수들은 경험도 부족하고, 특히나 이들을 이끌 노련한 선수가 마운드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노련한 선수 왜 필요한가?

 지금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마운드는 분명 매력적인 구성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은 안정보다는 불안에 가깝다. 매 경기 닥칠 위기 상황과 시즌 도중 맞게 될 슬럼프는 항상 찾아오게 마련인데, 이 상황에서 슬기롭게 조언해줄 마법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코치진이 있지만, 그들과 직접 운동장에서 뛰며 땀 흘리는 고참 선수들의 조언이 젊은 선수들에게는 훨씬 피부에 다가올 것이다.

 이미 타선에서는 이종범이라는 존재가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9월 중순 두산 베어스와의 맞대결과 신들린 주루 플레이로 팀을 승리로 이끈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해 왜 노련한 선수가 필요한지 증명해 주었다.

 마운드에도 그와 같은 존재가 있어야 한다. 송진우나 손민한처럼 실력과 경험을 모두 겸비한 선수가 아니어도 괜찮다. 비록 나이가 들어 실력이 떨어졌더라도, 지금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그들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노련한 선수가 소중한 상황이다.

◆ 타이거즈 마운드를 이끌 노련한 선수 누구인가?

 지난 10월초 LG 트윈스는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방출자 명단을 발표했다. 거기에는 과거 타이거즈 에이스로 활동했던 최상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시장에 나오자 타이거즈는 그를 다시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뒤 고향팀인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타이거즈는 1년 전 그를 트레이드시켰고, 올 시즌 실망스러웠던 그를 왜 다시 영입하려고 했을까? 이유는 그가 젊은 타이거즈 투수들에게 가져다 줄 효과가 분명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타이거즈에서 활동 할 당시 부상을 달고 살았으면서도, 투혼을 보여주었던 모습들은 분명 후배 선수들도 기억하는 장면이다. 또한 팀의 에이스로 성장해야 할 김진우가 많이 따르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재영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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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가운데 최근 최향남(35)이 한국 무대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시즌동안 마이너리그에서 혼신의 투구를 보였지만, 노장이라는 이유로 메이저리그 초대장을 받지 못했던 그가 미국과 일본에서의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 오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자 그의 실력과 경험을 아는 많은 구단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치열한 영입전에 기아 타이거즈도 빠져서는 안 된다. 이유는 있다. 타이거즈는 그의 연고지 팀이자 프로 첫 팀이며, 그가 미국으로 진출하기 직전까지 활동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의 경험들이 타이거즈의 젊은 선수들에게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1년전까지 같이 호흡했던 선수들이기에 재입단 한다면 팀에 적응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항상 새로운 무대를 도전했던 최향남이었기에 국내로 복귀해서도 지금까지 뛰어보지 않았던 팀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요즘 진로 문제로 고민에 빠져있는 김선우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선발 경기를 펼치던 날이었다. TV화면에는 덕아웃에서 팀 동료 데이비드 콘(뉴욕 메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즈 등에서 활약하며 194승을 기록한 투수, 1999년 뉴욕 양키즈 시절, 메이저리그 통산 14번째 퍼펙트 게임의 대기록을 수립)과 나란히 앉아있는 그의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당시 중계방송을 하고 있던 국내 해설위원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서 첫 발을 내딘 ‘풋내기’ 김선우를 향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은퇴가 멀지않은 콘과 함께 할 기회를 얻기 쉽지 않을텐데, 대선수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라며 아쉬워했던 장면이 있었다. 그 해설위원은 '콘'과 같은 경험많은 선수로부터 간단한 노하우라도 전수받았음을 아쉬워 한 것이다.

 과연 내년 시즌 기아 타이거즈 덕아웃에서 '데이비드 콘'처럼 경험 많은 선수가 젊은 선수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