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12
2006년 11월 24일 스포홀릭 기사


 2006 도하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이 대회 3연패에 도전하기 위해 23일 저녁 현지로 출국했다.

 이번 야구 대표팀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금메달을 따야만 하는 이유는 1998년 방콕 대회이후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해야 함과 동시에 젊은 선수들의 병역 혜택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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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23일 저녁, 카타르 도하로 떠난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 뉴스)

◆ 대표팀의 빚 - 대만 팀에게 연이어 진 빚을 11월 마지막날 갚겠다.

 “삼성 라이온즈, 대만 대표 라뉴 베어스에 2-3 역전패” (11월 11일 코나미컵)
 “한국 대표팀, 연장 12회 접전 끝에 대만에 7-9패” (11월 12일 대륙간컵)

 지난 11월 중순 한국 야구는 연 이은 국제 대회 졸전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코나미컵 우승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우승은 커녕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대륙간컵에 참가한 대표팀은 8개 참가팀 가운데 7위에 그치며 WBC 4강 명성에 흠집을 낸 것이다.

 특히 두 대회에서 대만에게 전패를 당한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 WBC에서 일본을 연파하며 강팀의 반열에 오른 한국으로서는 더 이상 대만을 라이벌로 여기지 않았던 덕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프로 2진급과 대학 선발로 구성된 대륙간컵 대표팀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가 15명이나 포함된 대만 대표팀을 맞아 연장 접전을 펼친것은 졌음에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패배는 한국 야구의 위치가 어디인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안 게임 대표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우승은 물론이고 앞선 두 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했던 두 팀의 졸전을 만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최대 난적은 대만 대표팀이다.

 대륙간컵을 현지에서 지켜보고 돌아왔던 김재박 감독도 우승을 위한 경계대상으로 일본보다 대만을 지목한 것처럼 ‘아시아 최강’ 일본은 사회인 야구와 대학에 소속된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파견해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만은 8명의 해외파(미국:5명, 일본:3명)가 포함된 강팀으로 구성되었다. 더군다나 한국처럼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까지 같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이번에도 대만의 벽에 가로막힌다면 대만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했던 야구 실력을 다시 되돌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야구계 전반의 위기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이번 아시안 게임 대표팀이 앞선 두 대회의 빚을  갚고 이겨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무대는 11월의 마지막날 양 팀의 첫 경기로 펼쳐지게 된다.
     
       
◆ 김재박 감독의 빚 - 3년 전 삿포로의 치욕을 되갚겠다.

 2003년 11월 5일 일본 삿포로 돔. 한국은 아테네 올림픽 티켓을 놓고 대만과 예선 1차전을 펼쳤다. 경기는 한국이 9회초까지 4-2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하지만 호투하던 임창용이 9회말 들어 연속 볼넷을 내주고, 구원으로 나온 조웅천도 적시타 2개를 헌납하며 승부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그리고 10회말 대만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경기는 통한의 역전패로 마무리 되었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이 경기 패배로 전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한국의 올림픽 진출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이때 사령탑이 현 대표팀 김재박 감독이었다. 그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삿포로의 수모 또는 치욕’은 바로 이 경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 유니콘스를 4회나 우승 시켰고, 현역 감독 가운데 가장 비싼 몸값을 기록할 정도로  명장 대접을 받는 남부러울 것 없는 김 감독이지만 대표팀 이야기 앞에서는 항상 작아졌다.  바로 아직도 씻지 못한 ‘삿포로의 악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불명예를 씻고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그는 이번 대표팀 구성에서부터 그 흔적의 노력을 보였다. 우선 지금까지 프로팀 감독 위주로 구성되었던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전문 코치진으로 바꾸었고, 그 면면은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측근들로 배치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많은 논란을 남겼던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병역 미필자나 유명 선수 보다는 자신이 잘 파악하고 있고, 그의 야구 스타일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선수들이 중용되었다. 결국,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팀 구성에 있어서 고려대상은 우승밖에 없었고, 그 목적에 따라 우승을 위한 팀 구성을 했다. 거기에 누구의 눈치나 비난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3년전 빚을 들고 23일 도하로 떠난 김재박 감독은 이제 그 빚을 갚고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할 것이다. 이번에도 목표인 우승에 실패한다면 자존심 회복은 물거품이 되고, 또 다른 멍에를 뒤집어 쓸 것이다. 그리고 지난 선수 선발과 관련된 비난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며, 그의 책임 소재가 스토브 리그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빚을 갚게 될 첫 상대는 3년전 수모를 가져다준 대만 팀이다. 지난 삿포로 대회 첫 상대도 대만이었다. ‘악몽의 재현’ 이냐 ‘악몽의 마침표’냐의 판가름은 실질적인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첫 경기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 주장 박재홍의 빚 - WBC 불참에 따른 마음의 짐을 이번에 털겠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리틀 쿠바'라 불리며 대표적인 ‘국제용 선수’로 알려져 있는 박재홍(33. SK 와이번스). 그 명성에 걸맞게 그는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까지 7번 결성된 드림팀 명단에 모두 부름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그도 그럴것이 별명과 같은 실력을 항상 대표팀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김재박 감독의 부름에 흔쾌히 수락하고,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에서 이병규, 손민한과 함께 몇 안되는 30대로서 팀을 이끌게 되었다.

 사실 그는 이번 대표팀에서 최고령자다. 지난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그 보다 어린 선수들도 부상을 이유로 국가 대표를 고사하기도 했다. 그 역시 내년을 위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그는 대표팀의 부름에 군말없이 응했다. 아니 응해야 했다. 왜냐하면 지난 3월 WBC때 ‘마음의 빚’을 졌기 때문이다. 최종 엔트리에 선발이 되고도 막판에 부상을 이유로 WBC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불참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당시 박재홍과 관련된 일들의 전개 과정이다.

- 2005년 12월 8일 WBC 예비 엔트리 60명에 포함
- 2005년 12월 20일 WBC 최종 엔트리 30명에 포함
- 2006년 1월 4일 SK 와이번스와 FA 계약(최대 30억)
- 2006년 1월 6일 왼쪽 손가락 부상(전치 4주)으로 국가대표 반납 의사 표현
- 2006년 1월 9일 대체 선수로 송지만(FA 신분, 현대 유니콘스) 선발

 그가 불참을 결정한 이유였던 부상은 알고 봤더니 오래전(2005년 8월) 경기에서 입은 부상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2차례 엔트리 발표 이전에 충분히 불참을 통보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그가 당시 FA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FA 계약을 체결하고 이틀 뒤 부상 사실을 대표팀에 알리면서 불참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당시 WBC 대표팀 감독이었던 김인식 감독의 분노를 샀던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소속팀 감독이면서 WBC 배터리 코치로 참여한 조범현(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팬들도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런 과거 때문일까? 그는 이번 아시안 게임 대표팀 선발부터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했다. 김재박 감독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그의 합류 소식을 반가워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6번의 드림팀 참가이후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이번 대회에서 후배들을 이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도 열심히 뛰어야 할 동기부여가 생긴 것이다. 팀의 주장으로서 솔선  수범하며 후배들의 병역 혜택을 위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지난 WBC때 빚은 자연스럽게 갚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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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수정 및 추가>

★ 대만 엔트리 변경 - 왼손 투수 우스요우(위 표에는 우오우요로 오기)에서 아마추어 투수 리전창으로 교체. 이로서 양팀의 최종 병역미필 선수는 '한국:14명 vs 대만:10명(해외파8명+아마 2명)'

★ 카타르 도하의 알라얀 구장 수용규모는 290석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