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07
2006년 10월 5일 스포홀릭 기사


 지난해 창단 첫 꼴찌의 아픔을 딛고 기아 타이거즈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렇게 전년도 꼴찌팀이 다음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예는 타이거즈가 6번째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타이거즈는 걱정이 많다. 우선 마지막 경기까지 두산 베어스와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느라 선수들의 피로가 극에 달했다. 벌써 팀의 에이스였던 그레이싱어는 팔꿈치 부상으로 등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맞대결을 펼칠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현대 유니콘스와 함께 타이거즈가 열세를 보인 팀 가운데 하나다. 더군다나 1차전은 응원의 힘에 눌리기 쉬운 원정 경기로 치러진다. 그리고 상대는 올 시즌 투고타저속에 유일한 세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선을 자랑한다.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타이거즈에게는 이것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올해 유난히 저조했던 ‘낮 경기’ 성적이다. ‘5할 본능’이니 ‘5할 신공’이니 하는 말로 시즌 내내 승패 관리를 잘해왔던 타이거즈도 ‘낮 경기’앞에서는 무기력했다. 3할대에 그친 7승 11패의 성적으로 ‘낮 경기’ 성적만 놓고는 LG 트윈스와 꼴찌 다툼을 벌였다. 반면, 맞대결을 펼칠 이글스는 12승 8패의 성적으로 전체 2위에 오르며 ‘낮 경기’에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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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도 ‘낮 경기’에 약했나?

 원래 타이거즈는 ‘낮 경기’에 강한 팀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최하위로 쳐진 팀 사정을 감안해 예외로 치고, 2001년 이후 ‘낮 경기’에서는 항상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뒀다. 특히 2003년의 경우엔 21승 9패로 다른 팀에 비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보인 2004년과 비교해도 분명, 올해 타이거즈의 ‘낮 경기’성적은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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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조한 팀 성적의 원인은?

 지난해처럼 팀 성적이 추락한 것도 아닌데, ‘낮 경기’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올 시즌 개막전이 펼쳐진 4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사로 뿌연 날씨속에 타이거즈는 경기 중반까지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경기 막판 통한의 역전 3점 홈런과 홈 쇄도 아웃이 겹치며 역전패하고 말았다. 그 때의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이글스였다. 뜻하지 않게 기가 꺾인 타이거즈는 다음날 ‘낮 경기’도 패하며, 이후 한 달간의 ‘낮 경기’에서만 6연패 수렁에 빠졌다. 결국 부진은 첫 경기가 꼬이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시즌 마지막 ‘낮 경기’도 역전패로 끝났다. 한편, 이글스와는 6번이나 ‘낮 경기’를 펼치며, 1승 5패로 완패했다.

 이러한 부진 뒤에는 올 시즌 팀의 투타 핵심인 그레이싱어, 윤석민, 이용규 등이 유독 ‘낮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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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경기’ 최고의 히든카드는?

 포스트 시즌은 정규시즌과 다르다. 매 경기가 결승전일 만큼 모두 중요한 경기다. 그것은 관중들의 응원 함성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의 심리적인 압박도 크다. 이렇다 보니 기대가 컸던 선수보다는 예상치 못한 선수의 깜짝 활약이 매번 펼쳐진다. 이런 선수들을 ‘큰 경기에 강한 사나이’나 ‘미칠 줄 아는 선수’로 부른다.

 현재 타이거즈에서 이에 근접한 선수는 손지환이 가장 유력하다. 그는 지난 2년간 주전이었지만, 올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외야수 변신에 실패하며,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큰 경기에서 그의 오기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타이거즈 선수 중에서 ‘낮 경기’에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비록 적은 경기수지만 ‘낮 경기’에서는 타율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시즌 기록을 훨씬 뛰어넘었다. 특히 정규 시즌 4개 홈런은 모두 낮 경기에서 나왔고, 이 중 1개의 홈런은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나왔다. 시즌 막판 출장이 이어지며 경기 감각을 살린것도 그의 활약을 예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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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경기’부진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


 타이거즈가 나서게 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지난 1989년부터 시작된 준플레이오프 제도하에서 1차전 승리팀은 예외없이 ‘100%’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또한 1차전을 패하게 된다면 타이거즈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10월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광주)이 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단일리그 제도하의 3전 2선승제(1999, 2000, 2005년 제외)로 치러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지난 1998년 이후 모든 시리즈가 2경기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2년전 준플레이오프(광주)에서 타이거즈는 두산 베어스에게 2연패로 무너졌다. 그 날도 10월 9일이었다. 실패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1차전 승부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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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