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4:35
2006년 5월 24일 스포홀릭 기사


  서재응과 김병현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진 2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지난 2001년까지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박찬호의 홈구장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이곳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좌석 교체와 같은 시설 보완과 더 많은 관중을 수용하기 위한 좌석 증설 등 야구장의 모습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특히 광고 시설이 많아진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우리나라 기업 2곳의 광고도 있었다. 그 중 포수 뒤쪽 광고판을 통해 비춰진 모 항공사의 광고는 기업 고유의 색이나 로고 없이 밋밋한 문자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었다. 다른 기업의 광고판도 예외 없이 눈에 띄지 않는 짙은 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구장 현실은 어떨까? 같은 날 잠실구장을 보면 답이 나온다. 야구장을 들어서면 외야 담장과 조명탑에 설치된 광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내야 파울지역 담장에부착된 광고도 보인다. 여기까지는 잔디에 가까운 색상과 선수들 시야에 방해가 되지 않는 위치로 크게 문제될게 없다.

 하지만 포수 뒤쪽 광고판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선 TV 화면을 겨냥한 나머지 최대한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색상과 배열에 대한 규칙도 안 보인다. 글씨도 크고 모두 제각각이다. 특히 한 다국적 물류 회사의 광고(아래 사진 참고)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야구장과 어울리지 않는, 회사 고유의 색을 그대로 광고에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간 경기일수록 더욱 빛을 발휘(?)하는 색상이었다. 앞서 살펴본 메이저리그 광고판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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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진 SK-LG 경기에서 보이는 현란한 광고판들 (mBC-ESPN 방송 화면 갈무리)

 다저스타디움과 잠실야구장 광고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야구장과 조화를 이루었는가였다. 전자가 야구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겸손을 취하고 있는 반면, 후자는 야구장 환경을 무시하고 광고 효과만 극대화하기 위한 도시의 무질서한 간판들과 다를 게 없었다. 문제는 이 현상이 다른 구장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광고판이 투수들의 집중력을 흩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관중들과 시청자들도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시선이 분산되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프로 스포츠라 수익 창출을 위해 광고를 경기장 곳곳에 노출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야구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선수들과 팬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닌지 따져봤어야 했는데 우리나라 야구장은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국내 야구장 환경이 열악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군다나 이런 난잡한 광고판들이 야구장 환경을 더더욱 악화 시키고 있다. 조그만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깔끔하고 쾌적한 야구장을 만들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