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4:27
2005년 5월 19일 스포홀릭 기사


 훌리오 마뇽,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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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다니엘 리오스와 함께 1시즌 동안 기아 타이거즈 외국인 선수로 활동했던 훌리오 마뇽. 2005 시즌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잊혀진 듯 했던 그의 근황이 놀랍게도 최근 빅리그에서 확인되었다. 그는 지난 5월 3일(한국 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출전 선수 명단에 오르면서, 2003년 이후 3년만에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었다. 5월 19일 현재까지 중간 계투로 활동하면서 8경기에 출장, 승패없이 2.25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한국 야구에서 활동했던 기억들

 특이한 이름과 최근에 활동한 선수라는 점 때문에, 그에 대한 기억을 가진 팬들이 많다. 그는 지난 2004년 기아 타이거즈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선발 되었다. 전년도 외국인 선수였던 마이크 존슨이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재계약에 실패하자 그가 선발된 것이다. 미국 무대에서도 줄곧 중간과 마무리로 뛰었던 선수답게 팀도 그에게 마무리 투수로 활약해주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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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 기대는 전지훈련부터 어긋났다.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시즌 개막전까지 실전무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시즌을 맞이한 것이다. 결국 개막전부터 일을 저질렀다. 비록 팀이 승리하긴 했지만, 9회말 마무리로 등판해서 두산 안경현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등 5실점하며 불을 지를 뻔 했다. 이후 2경기에 마무리로 등판했지만, 미덥지 못한건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최상덕, 김진우가 부상으로 빠지며 시즌을 시작했던 기아 선발진이 리오스를 제외하고 무너지기 시작하자, 전격적인 선발 투수로의 보직 변경이 이뤄진다. 퇴출설까지 나돌았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에 보답하듯 첫 2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며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특히 5월 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사직경기에서는 8회 투아웃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피칭으로 5여년만에 처음으로 1안타 완봉승을 거둔 주인공이 되었다. 이렇게 5월까지 4승 1패를 거두며 리오스(4승 2패)와 함께 부진한 기아를 상승세로 전환시키며, 그 자신도 기아 타이거즈를 대표해서 투수부문 올스타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미국에서도 선발보다는 주로 중간과 마무리를 오간 그에게, 갑작스런 선발 투수 역할은 무리가 따랐다. 그리고 5월26일부터 6월 6일까지 가벼운 어깨 건초염으로 선수 명단에서 제외가 된다.

 부상 복귀이후 그에게 행운보다는 불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불운은 팀타선이 터지지 않아, 호투를 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이다. 5경기 동안 5이닝 이상씩 투구를 했지만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하고, 53일 만에 어렵게 1승을 추가했다. 두 번째 불운은 여름에 접어들면서 체력적 한계를 노출한 것이다. 갑작스런 선발 투수로의 전환과 부상으로 동계 훈련을 소화해 내지 못했던 그에게 무더운 여름을 버티기에는 힘들었다. 7, 8월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지만, 이전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해 주지 못했다. 성적도 부진해졌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슬럼프에서 탈출하고 이전의 모습을 회복해 주었지만, 이때의 부진이 팀에게는 치명적이었고 팬들에게는 안 좋은 인상으로 각인되었다.

 이후 충격적인 준 플레이오프 탈락과 유남호 감독의 정식 취임으로 팀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그의 미래도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팀은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보직 변경과 어려운 팀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선전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시즌 리오스와 함께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한국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단초를 제공했던 마이크 존슨이 재등장하면서, 한국 무대와 작별을 고했다.

  메이저리그 복귀 배경과 상황

 그는 ‘추억의 외국인 선수’로 세월 속에 묻히는 듯 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3월 7일(한국 시간) 오타와 링스(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 A)와 입단 계약을 체결하며, 32살이라는 늦지 않은 나이에, 다시 한번더 마이너리그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팀의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이 맡겨졌고, 한 달간 11게임에 등판해서 8세이브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0.75로 완벽했고, 투구 내용 역시 12이닝동안 16탈삼진과 단 2개의 볼넷만 내주며 나무랄 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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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침내 5월 3일(한국 시간) 볼티모어 구단으로부터 메이저리그로 올라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예상보다 빠른 승격이었다. 지난 2003년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경험을 해본 후 3년만의 일이었다. 그의 승격 배경에는 마이너리그에서의 호투가 발판이 되었다. 또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스스로 최근 몇 년간 화려한 명성을 지닌 타자들 영입에 치중한 나머지, 투수력 보강에 소홀했던 문제가 올해도 이어졌던게 크게 작용했다.

 힘들고 어렵게 올라온 메이저리그인 만큼 현재까지 성적은 실망스럽지 않다. 크리스 레이라는 ‘불패’의 마무리 투수가 버티고 있어, 그 역할 대신에 셋업맨을 맡고 있다. 1번의 구원실패와 잦은 볼넷 허용이 흠이지만 2점대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이전에 강등되거나 방출된 투수들에 비해 볼티모어 불펜을 안정시키데 일조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성적은 뛰어나지만, 그의 지금 위치는 불안하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짧고, 나이도 많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에는 젊고 유망한 투수들이 넘쳐난다. 단 한번의 난조는 그를 더욱 위태하게 만들 것이다.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줘야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해서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영원한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못지않게, 그의 활약도 관심 있게 지켜보자.


■ 훌리오 마뇽(Julio Alberto Manon, 우투수), 어떤 선수인가?

국적 : 도미니카 공화국
출생 : 1973년 6월 10일(32세)
신체 : 185㎝ / 83㎏
메이저리그 데뷔 : 2003년 6월 5일(몬트리올 엑스포스)
경력 : ‘92 세인트루이스 - ’97 탬파베이 - ’00 몬트리올 - ‘04 기아 타이거즈 - ’06 볼티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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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