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4:21
2006년 5월 19일 스포홀릭 기사(위쪽 연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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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기아 타이거즈 외국인 선수 마뇽은 자부심이 강했다. 잠깐이지만 메이저리그를 경험한데서 나오는 자심감이었다. 그런데 김진우를 보고 왜 팀 내에서 차세대 에이스라고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김진우는 그해 1월초 합동 동계훈련으로 진행된 ‘한마음 종주’이후 무릎 수술을 받아 경기에 나오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김진우를 마운드로 끌어 낸 것은 감독도 코치도 아닌 마뇽이었다.

 그해 7월 23일 마뇽은 문학에서 펼쳐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출장했다. 이전 경기에서 무려 두달만에 승리를 추가한 마뇽은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잘못 던진 공 한 개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2회말 1사후 그가 던진 공이 타석에 들어선 브리또의 헬멧에 맞은 것이다. 몸에 맞는 공으로 타자는 1루에 출루했다. 그런데 마뇽은 더 이상 공을 던질 수가 없었다. 심판이 퇴장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2003년부터 2년간은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머리 부분에 맞으면, 고의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퇴장 시킨다’는 규정이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고의가 아니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결국, 다른 투수가 마운드를 이어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때 마운드에 오른 선수가 김진우였다. 부상으로 인해 단 한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그가 뜻하지 않았던 시즌 첫 등판을 하게 된 것이다. 몸이 덜 풀린 상태였지만 그건 김진우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5.2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마뇽의 공백을 잘 메웠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그에게는 멋진 복귀 경기였다.

 마뇽에게도 처음 보는 김진우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한번으로 그를 검증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일까?
 
 8월 31일 마뇽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8월 한달간 1승도 추가하지 못했던 그로서는 8월 마지막날 승수를 추가할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힘차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공 3개만 던지고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다. 부상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던진 공이 선두 타자 김주찬의 헬멧에 맞았기 때문이다. 한달전 퇴장 악몽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더더욱 고의성이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뇽도 마뇽이지만, 팀으로서도 큰 고민에 빠졌다. 선발투수가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시 김진우가 등장했다. 실질적인 선발투수였다. 전혀 몸을 풀지 못한 그는 실전에서 몸을 풀어야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상대에게 1득점만 허용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9이닝 구원승’이었다. 현재까지도 5년간의 프로 생활동안 구원 투수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 못했던 그였지만, 마뇽의 배려(?)로 등판한 이 두 경기만큼은 구원 투수로서 최고의 피칭이었다.

 2년이 지난 올 시즌 두 선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김진우는 팀내 1선발로서 입단이후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뇽도 3년만에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며 제 2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이 두 선수가 다시 만난다면, 당시 이 일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