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4:13
2006년 5월 9일 스포홀릭 기사


 신임 KBO(한국 야구위원회) 사무총장 자리에 하일성 전 KBS 야구 해설위원이 8일 선임됐다. 이로써 KBO는 지난 4월 5일 이상국 전 사무총장이 돌연 사퇴를 발표한지 한달만에 새로운 살림꾼을 영입했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경기인 출신으로 야구 전반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고 지난 28년 동안 팔도의 야구장을 누빈 하일성씨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2009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그가 재임기간 동안 어떤 족적을 남길지 자못 궁금해진다. 야구팬 입장에서 하일성 신임 사무총장에게 바라는 점을 밝힌다.
 
 ‘현대 유니콘스’ 연고지 문제의 조속한 해결

 하일성 신임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야구장 건립’과 ‘프로야구 2개 구단 창단’이 그것이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어떤 로드맵이나 청사진 없이 말뿐인 공약에 반신반의 하고 있다.
 실제로 10년 전인 1997년 1월에도 당시 홍재형 총재와 박종환 사무총장이 “2000년까지 10개 구단으로 프로리그를 운영 하겠다”고 모 스포츠지를 통해 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프로야구팀은 여전히 8개다.
 타 종목과 달리 야구팀은 창단부터 구단 운영까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볼륨과 위험부담이 너무 커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기존 구단들도 매해 적자로 울상인데 과연 선뜻 팀을 창단하겠다고 나서는 대기업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급을 회피해 버린 ‘현대 유니콘스’ 연고지 이전 문제가 더 시급한 사안이다. 1년여 만에 시즌 1위에 등극했음에도 홈 팬들로부터 외면받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팀을 살리는 게 급선무다. 새로운 팀 창단은 ‘현대 유니콘스’ 연고지 문제를 매듭짓고 난 뒤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해도 늦지 않다.

 큰 변화보다는 작은 변화가 우선이다.

 해설가 출신답게 그는 시작부터 거침없이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야구장 환경 개선은 건립이 전부가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직 야구장은 인조 잔디에서 천연 잔디 구장으로 변모했다. 여기저기에서 ‘잔디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라는 말이 나왔다. 야구장다운 모습이 드러난 것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운동장에 몸을 맡겼다. 작은 변화였지만 피드백은 바로 나왔다. 롯데는 4월 한 달간 팀은 하위권에 머물렀음에도 관중 동원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작년에 비해 약 50%가 늘어난 수치였다.
 작은 변화를 통해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일들이 야구계 주변에는 산적해 있다. 프로야구에 대한 역사와 기록이 등한시하고 있는 KBO 공식 홈페이지부터 시급히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KBO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야구 기록에 대한 정보는 1위 수상자를 기준으로한 단편적인 내용들이다. ‘어떤 팀의 특정 년도 라인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 년도의 야구 시즌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와 같은 마니아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이런 사소한 것들 하나가 야구팬들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새로운 야구장 건립은 피할 수 없는 대세

 그렇다고 야구장 건립을 포기하란 말은 아니다. 야구인 모두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숙원사업임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현재의 야구장은 잠실 야구장과 인천 문학 야구장을 제외하면 야구팬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특히, 대구, 대전, 수원, 광주의 야구장은 야구 발전에 역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딱딱한 카페트 같은 인조 잔디위에 몸을 뒹구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뜨거운 태양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차단막하나 없는 곳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새 구장 건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때가 됐다. 새 구장 건립은 야구단 창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로축구가 14개 팀까지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월드컵을 통해 생겨난 쾌적한 구장도 단단히 한 몫했다. 새 야구장 건립은 새로운 야구팀 팀 창단으로 이어지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구단과 지자체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KBO가 새로운 야구장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일성 사무총장은 움직이기도 힘든 협소한 공간에서 중계방송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임기중 새 구장 건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앞서 언급한 4개 구장 중 어느 한 곳에서는 반드시 첫 삽을 뜨는 장면이 나와야 한다.

 탈권위주의적 그리고 대중적인 사무총장

 초창기 프로 출범 때만해도 씨름은 야구, 축구와 함께 인기몰이를 했던 대표적인 인기 스포츠였다. 그러나 노년층에게만 의지했던 씨름은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고 지금은 그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씨름보다 사정이 낫다고는 하지만 프로야구 역시 관중수에 있어 한계점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선동열, 박찬호만큼이나 널려 알려진 인물이 하일성 사무총장이다. 비시즌 동안 오락 프로그램과 광고 출연 등으로 야구와 친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신임 사무총장이 자신의 장점을 야구 행정에도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위적이고 넥타이로 대표되는 사무적인 행정가가 아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야구 전도사'를 기대한다.

 2군 리그의 활성화

 현재 2군 리그는 팬들의 외면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고 있다. 비단 어제 오늘일도 아니고 2군 리그가 출범되고 난 뒤 계속 방치된 문제다. 어쩔 수 없는 리그 운영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올해부터 모 스포츠 채널에서 2군 경기를 편성하기도 했지만 팬들의 냉대는 여전하다.
 당장에 미국의 마이너리그처럼 당장 당당한 리그로 변모시켜달라는 것은 아니다.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도 하고 선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고 정도는 해야한다. 2군 선수들도 팬과 함께 호흡하며 희망을 가지고 운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할 때다.

 프로야구 현장 출신 야구인다운 모습 기대

 제 16대 KBO 수장에 오른 신상우 총재. 그는 이미 알려진 대로 정치인 출신이다. 평상시 야구를 좋아하고 많이 즐겨봤다고 하지만 정치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야구에 대한 전문성과 감각을 당장에 기대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부족한 부문은 하일성 사무총장이 대신해야 한다. 역대 사무총장 가운데 세번째 야구인 출신 사무총장인 그는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인 1979년부터 야구 해설을 시작해 야구장이 곧 일터인 사람이다. 해설을 하면서 했던 수많은 말들을 이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러한 역량은 재임기간 동안 충분히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상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니, 결론은 ‘수퍼맨’다운 모습을 원하는 것으로 요약됐다. 그만큼 야구 발전을 위해 산적해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해설가 시절 ‘야구 몰라요(예상할 수 없는 야구의 묘미를 표현한 말)’를 줄곧 외치던 하일성 사무총장. 이제 한국 프로야구 기구의 실무를 담당하는 최고 인사가 되었다. 그 자리에서 ‘야구 몰라요’를 외치면 안 되겠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야구 가장 잘 알아요’를 외칠 수 있는 그를 기대해 보겠다.



■ 역대 KBO 사무총장 누가 있었나?

▲ 1,2,3대 : 이용일(1981년 12월 - 1991년 2월, 3선, 경기인 출신)
: ‘이호헌’씨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 산파 역할 담당

▲ 4,5대 : 안의현(1991년 2월 - 1995년 12월, 재임)
: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중흥기
: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당시 임선동 선수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

▲ 6대 : 박종환(1996년1월 - 1998년3월, 경기인 출신)
: 외국인 선수제도 도입
: 1997년 ‘부정방망이 파동’으로 일부 구단주와 마찰이 발단이 되어 사임. KBO 이사회에서 명예퇴직에 따른 남은 임기 2년에 대한 추가경정 예산안(1억6천2백80만원)을 편성.

▲ 7개월간 공석
: 정대철 KBO 총재, 이상국 전 해태 단장 사무총장 추대 불발
: 관중 감소로 프로야구 위기. IMF로 인한 해태와 쌍방울 구단의 운영난 심각.

▲ 7대 : 최영언(1998년 10월 6일 - 1999년 12월)
: 낙하산식 KBO총재 인사를 거부하고, 민선총재 시대를 개막(박용오 KBO 총재).
: 1999년 KBO와 선수협 갈등으로 사임

▲ 8, 9, 10대 : 이상국(1999년 12월 28일 - 2006년 4월 5일, 3선)
: 타이틀스폰서 유치, 중계권 협상 시작
: SK 와이번스 창단과 현대-기아 자동차의 해태 타이거즈 인수 주도
: WBC 4강 달성

▲ 11대 : 하일성(2006년 5월 8일 - 2009년 3월까지 예정)
: 새로운 야구장 건립과 프로야구 2개 구단 창단 계획 발표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