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4:06
2006년 5월 1일 스포홀릭 보류 기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린 4월 30일, 인천 문학 야구장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세계적인 선수’, ‘천재 골프 소녀’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위성미(미국명 미셸위) 선수의 시구와 시타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예정된 행사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며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위성미 선수측과 SK 와이번스 구단측의 미숙한 행동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강행된 행사

 SK 와이번스의 공식 발표대로라면, 그녀가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시간은 오후 1시 10분이었다. 그래서 30분가량 시구와 타격 연습을 통해 관중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인 후 경기 시작 시간인 2시에 정식 시구와 시타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2시가 가까워 오자 그때서야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뒤늦게 예정된 행사가 진행되었다. 자연스럽게 경기 시작 시간은 뒤로 밀려지기 시작했고, 오후 2시 9분부터 경기가 시작될 수 있었다.

 행사 강행으로 인해, 정작 이날의 본 무대인 야구 경기를 보기위해 현장에서 뜨거운 햇빛, 그리고 황사 바람과 싸우며 경기 시작을 손꼽으며 기다린 2만 여명의 관중들과 다른 프로그램 대신 야구 시청을 선택한 시청자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 비록 이날 경기가 지상파에서 중계를 하지 않았지만, 정규 방송 시간으로 인해 중계 방송이 중단되는 상황을 경험한 시청자들 입장에서 늦춰진 경기 시간을 곱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녀의 지각은 같은 운동 선수입장에서 바라봐도 올바르지 못했다. 운동 선수들은 상당히 민감한 존재이다. 일반인들에는 사소해 보이는 자연적, 인위적 환경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골프 선수들에게 있어 샷이나 퍼팅을 하기 전, 갤러리들의 사소한 소음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위성미 선수 본인이 너무나도 잘 알 것이다.

 이날 야구선수들에게 그녀의 지각은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어떤 종목을 통틀어 자신이 출전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종목은 없다.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 자신의 신체 리듬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지각을 해버린 그녀의 행동은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운동 선수들에게 너무나도 큰 피해를 준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이날 행사는 약식으로 진행되거나, 후일을 기약하는 한이 있더라도 취소가 되었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녀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 구단의 속모를 사정으로 행사는 강행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번 고국 방문은 빡빡한 LPGA 일정을 뒤로하고, 국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 대회 스폰서는 SK의 통신회사였다. 어쩔 수 없이 SK 와이번스 구단은 위성미 측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던 이희아 씨 시구 행사

 이렇게 강행된 행사는 현대 유니콘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4월 16일 수원 구장의 모습과 너무나도 대비가 된다. 이 날 경기를 앞두고 현대 구단은 이숭용 선수를 좋아한다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의 시구 행사 예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시구는 그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경기는 예정대로 시작이 되었다. 행사 내용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1회말이 끝나고 그녀가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관중들에게 인사만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행사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지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사로 대신하고 운동장을 떠나야 했던 것이다. 무리수를 두었다면 시구 행사는 강행 되었겠지만, 자신으로 인해 받게 될 많은 사람들의 피해를 생각해서 아쉽게도 인사로 대신 했던 것이다. 위성미 선수측과 SK 와이번스 구단측은 이날 이 모습을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하인스 워드 선수의 빛나는 행동
 
 지난 4월 3일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슈퍼볼 최우수 선수에 빛나는 하인스 워드 선수가 어머니와 함께 고국을 방문했었다. 그는 거친 풋볼 선수답지 않은, 좋은 매너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잃지 않는 미소로 모든 이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4월 8일 그의 모습이 빛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전날 숨쉴틈 없던 일정과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다며 돌연, 향후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당장 예정되었던 모든 행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그는 다른 행사 일정은 포기 하더라도, 이날 잠실에서 예정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 행사만큼은 참석을 했다. 한두 사람과의 약속이 아닌, 2만 여명과의 약속이라, 운동선수로서 참석 취소에 대한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피로한 몸을 이끌고 예정대로 행사를 치른 것이다.

 더군다나 오후 4시부터 예정된 경기 시간을 지키기 위해 편법이긴 했지만, 이동을 위한 구급차 2대를 미리 준비 한 것은, 프로 선수로서 팬들과의 시간 약속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위성미 선수의 지각 사건과 대비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녀의 이번 고국 방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뜻 깊은 방문이다. 왜냐하면 지난 2003년 이후 무려 2년 7개월 만에 다시 고국을 찾은 것이고, 한국에 있는 동안 PGA 최경주 선수와 골프를 통한 남녀 성대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소아암 환자 돕기에도 나서는 등 인상 깊은 한국 방문으로 채워져 있다. 4월 30일 프로 야구 경기도 그녀의 예정된 행사 효과로 인해 개막전 이후 최다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시구 행사 지각으로 그 빛이 바랬다.

 올해 10월이면 만 17살이 되는 아직은 어린 소녀라는 점과 올해부터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한 ‘초보생’임을 감안하면 그녀의 소속사측과 SK 와이번스 구단의 원활한 행사 진행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그녀도 프로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이 기대가 되고, 실제로 그렇게 나와야 할 것이다. 그녀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보자.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