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54
2007년 4월 20일 스포홀릭 기사


 2007 프로야구 일정 중 유일하게 ‘장소 미정’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있다. 7월 17일(화) 예정된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그것이다. 이는 시즌 초반 판도를 지켜본 다음 장소를 결정하기 때문인데, 지난 몇 년간 올스타전 장소는 항상 이렇게 결정되어 왔었다.

 그런데 올해는 8개 구단 경기장 가운데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미 잠실과 문학, 사직은 올스타전 단골 경기장이 된지 오래라 식상한 측면이 크고, 그렇다고 다른 소규모 구장에서 하자니 흥행 측면에서 선뜻 내키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비록 지금은 프로야구 경기와 관계없는 곳이 되었지만, 2007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동대문 야구장’에서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알려진 대로 ‘동대문 야구장’은 그 동안 많은 야구인과 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11월 철거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1959년 8월에 개장을 했으니, 4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의미 있고 풍성한 행사가 되기에 충분

 각 팀의 주전 선수들이 모여 뛰게 될 운동장은 부상 위험이 높은 인조 잔디고, 관중들도 경기장 내외의 미흡한 시설로 인해 편안한 관람을 기대하기 힘든 시설임에도 이곳에서 개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이기 때문이다.

 먼저 선수들에게 ‘동대문 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산실’이라 불릴 만큼 그 의미는 각별하다. 과연 현재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동대문 야구장'을 거치지 않은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곳을 거치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기 때문이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과 같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야구팬들에게도 ‘동대문 야구장’은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곳이다. 70년대 고교 야구에 대한 추억이 짙게 남아 있는 올드팬부터, 모교를 위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한데 어울려 응원했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까지 야구를 좋아한 팬들이라면 이곳에 대한 추억 한가지정도는 가지고 있을 정도다.

 결국,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된 곳에서 올스타전이 개최된다면 미흡한 시설임에도 선수와 관중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며, ‘동대문 야구장’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 마련을 통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올스타전이 될 것이다.

   기회는 이번 뿐

 지금은 아마추어 대회만 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동대문 야구장’은 프로야구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1982년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도(청룡)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기억되는 개막전(MBC 청룡-삼성 라이온즈)이 열렸으며, 또한 이 경기에서 이만수(라이온즈)가 ‘첫 안타’, ‘첫 타점’, ‘첫 홈런’를 기록한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초대 우승팀 OB 베어스가 우승을 확정지으며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장소도 바로 이 곳 '동대문 야구장'이었다. 또한 3차전까지 진행된 1982년 올스타전에서 세 번째 경기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만약 올해 올스타전이 개최된다면 무려 25년만이 된다.

 이렇게 '동대문 야구장'은 프로 원년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올해가 끝나면 여기에서 올스타전은 물론이고, 어떠한 야구 경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곳이 된다. 이번이 아니면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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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1월 철거가 예정된 '동대문 야구장'. 사진은 지난해 봉황대기 고교야구 대회 모습.   (사진 = 공짜)

 현재까지 올스타전 예정일을 전후로 이곳에서 예정된 굵직한 대회는 없어서, 올스타전을 개최하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다. 올해가 지나면 사라지게 될 ‘동대문 야구장’에서 2007 올스타전이 개최되어 지난 26년간 프로야구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대문과 함께했던 한국 야구의 역사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