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의 함평 야구장, 그들만의 이야기 [060423]
■ 더블헤더?
지난해부터 1군 리그에서는 경기 질적 향상을 위해 2004년을 마지막으로 더블헤더 게임을 과감하게 폐지했다. 관중들로서도 평균 6시간이 넘도록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하는 불편을 겪지 않게되었다. 이제는 더블헤더 게임이 추억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더블헤더 게임을 경험하고 싶은 야구팬이 있다면 2군 리그 일정을 잘 살펴보도록 해라. 아직 2군리그에서는 더블헤더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문 경기를 할 경우 고급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되는 1군 선수단과 달리, 2군 선수단은 낮은 등급의 숙박 시설에 묵거나 당일 이동을 하고있다. 이렇다 보니 게임이 취소되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가 않다. 이런 이유로 더블헤더 제도가 존속되고 있다.
그 더블헤더 경기가 23일 함평 야구장에서 기아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간의 경기를 통해 치러졌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취소된 경기를 소화해야만했기 때문이었다.
■ 2군 경기에도 관중이?
23일에는 기아 타이거즈 지역 연고지 팬들에게 있어서, 관심있는 경기가 연이어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지역 고교 출신 서재응 선수의 메이저리그 시즌 첫 승 도전 선발 경기와 오후 2시부터 시즌 5연승에 도전하는 기아 타이거즈 1군 경기가 그것이다. 빅게임이 연이어 있었기에 가뜩이나 팬들의 관심이 저조한 2군 경기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경기 초반만 하더라도 그랬다.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만이 운동장을 메아리 치고 있었다. 그러나 한두시간이 지나자 관중들이 하나둘 좌석을 메우기 시작했다. 비록 수천, 수만의 관중은 아니었지만 더블헤더 1차전은 약 15명정도의 관중이, 더블헤더 2차전은 약 8명의 관중이 이날 경기를 지켜보았다. 낯선 곳으로 2군 경기의 연고지를 옮긴 첫해임에도 이 정도의 관중은 예상외의 폭발적(?)인 성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낙관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상황이다. 왜냐하면 진정 야구만을 보기위해 자리를 채운 관중이라기보다는, 휴일을 맞아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나왔다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야구장을 보고 호기심에 찾은 관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중은 더블헤더 경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서너명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함평야구장에서 기아 타이거즈 2군 홈경기가 펼쳐지는 사실에 대해 많은 야구팬들이 모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 나쁜것은 아니다. 또한, 입장료 수입에 기대는 2군팀 운영이 아님을 생각해봐도 관중의 많고 적음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나그네 관중이라 할지라도 경기장을 찾아와 음지에서 양지를 향해 열심히 땀을 흘리는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 함평 야구장에서 힘겹게 경기를 치러내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 2군팀
계속 반복된 이야기지만 올 시즌부터 기아 타이거즈 2군팀은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함평 야구장으로 2군팀 경기장을 변경했다. 많은 관심속에 시작된 만큼 KBO측에서도 기아 타이거즈 2군팀 일정을 계획할 때, 야구붐 조성을 위해 4월 한달간은 방문 경기없이 13경기를 모두 함평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도록 배려를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기대가 현재까지는 많이 어긋나고 있다. 원인은 날씨 때문이다. 11일 개막전 경기와 그 다음날 경기가 비로 인해 취소되는 바람에 13일에 개막경기를 가졌다. 이후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 꼭 경기가 있는 날은 비가 내리거나 이로 인한 운동장 사정으로 경기가 취소되었다. 결국, 23일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예정된 7경기 가운데 불과 2경기만 소화해 냈을 뿐이다. 다른 팀들이 같은 기간 평균 7경기에서 많게는 10경기를 치른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경기를 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23일 치러진 현대 유니콘스와의 경기도 예정된 일기예보에서는 비 소식이 없었으나, 더블헤더 2차전부터 하늘이 흐려지더니 급기야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려 어렵게 어렵게 5회말까지 마쳐 강우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자연적인 현상으로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렇게 경기 취소가 잦은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절대 좋은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언제든지 1군으로 보내야 하는 2군팀의 특성상 경기를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그 판단의 장이 마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함평 야구장을 외면했던 하늘의 신이, 앞으로는 계획된 경기를 모두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랄뿐이다.
■ 김원섭 선수, 불운이 이어지다.
시작은 좋았으나,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빠른발과 성실한 플레이로 경기 후반 감독의 선수 기용 폭을 넓혀 주는 김원섭 선수는 그 덕으로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당당히 포함되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대주자나 대수비 요원으로 2경기에 출장했다. 하지만 타석에는 들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4월 13일 첫 타석의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당시 1무 2패로 아직 시즌 첫 승을 거두지 못한 가운데 두산 베어스와의 광주 홈경기였다. 3-1로 시즌 첫승이 가능한 8회말 1사 2-3루 중요한 상황에서 그가 시즌 첫 타석에 들어섰다. 벤치에서는 승리를 굳히기 위해 그에게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짜내기(스퀴즈) 작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파울을 기록해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바로 김경언 선수로 교체가 되었다. 다음날 변경된 선수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2군행이었다. 전날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이 짙은 2군행이었다. 그리고 그는 2군에 쭉 머물고 있다.
23일 현대 유니콘스와의 경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군팀에서 그는 선발 6번 타자였다. 경기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경기장 한쪽에서 열심히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불행한 사태가 그에게 이날 찾아왔다. 삼진과 볼넷에 이은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상대 좌완 전승윤 선수의 3구에 강하게 다리를 강타당했다. 10여미터 떨어진 관중석까지 ‘퍽’하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는 쓰러졌고,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 밖으로 나와야 했다. 이로인해 2차전 출전 명단에서도 그는 제외가 되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가 모두 끝난 이후, 정강이 부근에 붕대로 칭칭맨 그의 절뚝거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은 그때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듯 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건강한 신체가 생명인 운동선수에게 있어서 부상은 최대의 적이다. 특히 2군 선수들에게는 1군 무대로 하루 빨리 승격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부상은 모든 꿈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나 김원섭 선수에게는 불명예스런 2군 강등이었던 만큼, 하루 빨리 부상에서 회복되어 1군 무대로 승격되길 바란다.
■ 경기 내용
▲ 더블헤더 1차전(4-2 기아 타이거즈 승)
더블헤더 1차전 경기는 기아 타이거즈가 잘했다기보다는 현대 유니콘스 투타의 난조로 인해 4-2로 기아가 승리 할 수 있었다.
2-1 한 점차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기아 타이거즈는 6회말 안타 하나 없이 상대 투수진으로부터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로 주자를 모아 김준무 선수의 밀어내기로 한 점을 달아났다.
그러나 현대 유니콘스는 7회초 강정호 선수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쫓아왔으나 8회말 허무하게 점수를 헌납하며 승리를 상대팀에게 넘겨주었다. 8회말 안타와 유격수 실책, 볼넷으로 허용한 무사 만루 위기에서 전승윤 선수의 폭투가 나오면서 1점을 헌납하면서 1차전 승리는 기아 타이거즈가 가져갔다.
기아 타이거즈로서는 상대 투수진의 난조를 틈타 4번의 만루 찬스를 잡았지만, 화끈한 공격력으로 점수를 뽑지 못하고, 상대 투수진의 도움으로 점수를 뽑아내는 타선의 난조를 보였다. 한편, 현대 유니콘스 타선도 매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무려 10개가 넘는 잔루를 기록하며 패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 더블헤더 2차전(4-0 현대 유니콘스 승)
소식에 없던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일찍 마무리 되었다.
1차전 경기가 펼쳐질 때만해도 함평 야구장 하늘은 뜨거운 햇살이 가득했다. 그러나 1차전 경기가 끝날 갈 무렵부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급기야 2차전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한방울 내리기 시작한 비가 거센 바람과 함께 강해지기 시작했다. 비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강한 바람으로 인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경기를 치르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결국, 5회말이 종료가 되고 난 뒤 양 팀은 경기 종료를 합의했다.
이로 인해 3회초 터진 전근표 선수의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3점홈런과 5회초 권도영 선수의 적시타로 4-0으로 앞서고 있던 현대 유니콘스가 승리를 가져가면서 이날 펼친 두경기는 사이좋게 1승씩 나눠가졌다.
■ No병오, No히트 No런 대기록 달성?
2003년 12월 박종호 선수가 삼성 라이온즈와 FA 계약을 체결 했을 때, 보상 선수로 선택되어 현대 유니콘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던 노병오 선수.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2002년 입단 했을때도 그랬고, 유니폼을 갈아입었을 때에도 각각 소속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그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성적은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저조해졌고, 급기야 1군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갔다.
올 시즌에도 개막전 명단에 포함이 되지 못하면서, 2군에서 시즌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23일 함평 야구장에서 그의 투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블헤더 2차전 경기에 등판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참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까지 불어왔다. 체감 기온은 10도 아래로 떨어질만큼 추위가 느껴져왔다. 부상 전력이 있는 그로서는 이런 날씨가 조심스러울만 했다. 하지만 그는 선발 투수로서 책임져야할 5이닝을 모두 소화해내며 씩씩한 투구를 선보였다.
투구수가 많은게 흠이었지만, 5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잡아냈다. 이러한 위력적인 투구로 무실점을 기록했고, 상대에게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가 날씨로 인해 5회말까지 진행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행운의 노히트 노런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한편, 노병오 선수의 경우처럼 9이닝 미만 경기를 통해 노히트 노런 기록을 인정받은 경우는 1군 무대에서 딱 한번 나왔다. 지난 1993년 5월 13일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박동희 선수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상대로 6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후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인해 강우 콜드게임이 선언되면서 운 좋은 대기록을 수리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규정상 분명한 대기록임에도 지금도 한쪽에 번외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에도 2군 무대에서는 그 동안 두 차례의 노히트노런이 기록되면서, 무관심속에서 치러진 2군리그가 잠깐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다.
◇ 리그 1호 : 김희걸(SK), 2001년 8월 9일 vs LG(용현 드림파크)
◇ 리그 2호 : 고우석(상무), 2005년 5월 8일 vs 현대(상무구장)
■ 이 선수를 주목하라 : ‘이현곤 선수’
몇 일전 신문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004년 병역비리로 인해 2005년 군에 입대했던 이현곤 선수가,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인해 의병 제대를 함에 따라, 올 시즌 팀에 복귀할거라는 소식이었다. 2007년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한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되었던 터라 팀이나 팬들에게 그의 복귀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23일 함평 야구장에서 경기에 출장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블헤더 두 경기 모두 1번 타자에 3루수로 출장을 했다. 오랜만에 운동장에서 동료들과 경기를 한다는 사실에 파이팅을 불어넣는 모습에서 그 자신이 누구보다 신난 것 같았다. 큰 기대를 갖고 입단했으며, 그의 성장을 믿고 정성훈 선수를 현대 유니콘스로 과감하게 트레이드 시켰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이 더 큰게 사실이다. 특히 수비보다는 빈약한 공격력이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공격력에서 화끈한 모습만 보여준다면, 아마추어 시절의 화려한 명성을 다시 증명 시켜 줄 것이다.
▲ 1차전 [3타수 1안타 1볼넷. 단, 첫 번째 타석 기록 제외]
1회말 (기록못함) // 2회말 우전안타(1사1루) // 4회말 유격수 땅볼(1사후)
6회말 3루수 땅볼(1사 만루) // 8회말 볼넷(무사 1-2루)
▲ 2차전 [2타수 무안타 1볼넷]
1회말 2루 땅볼(선두) // 3회말 볼넷(2사 2루) // 5회말 삼진(2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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