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기아 타이거즈 이야기
■ 8월 한 달간 기아 타이거즈에는 어떤일이?
- 8월 3일 광주 수창초에 우승 지원금(2백만원) 전달(제 2회 천안 흥타령배 전국대회 우승)
- 8월 3일 두산 베이스 경기 승리로 47일만의 4위 복귀(8월 6일 이후 4위 고수)
- 8월 10일 이강철 코치, 귀국(6개월간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연수)
- 8월 12일 장문석, 1군 선수 명단에서 제외(우측 어깨 근육통)
- 8월 12일 한기주, 중간 계투로 보직 변경(시즌 5번째 보직 변경 및 3번째 계투진 합류)
- 8월 13일 전광판을 통한 응원 메시지 상영 시작(선수 가족과 KBS 개그콘서트 팀)
- 8월 14일 제15회 아시안 게임 예비엔트리 발표(31명 중 김진우, 윤석민, 장성호, 이용규 선발)
- 8월 16일 양현종(동성고), ‘07 신인 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로 기아 행(모두9명 선발)
- 8월 16일 홍세완, 1군 선수 명단에서 제외(우측 옆구리 통증, 올 시즌 3번째 2군행)
- 8월 18일 제1회 기아 타이거즈기 호남지역 중학교 대회 개최(~24일, 10팀참가, 화순중 우승)
- 8월 22일 신용운, 1군 복귀(오른쪽 팔꿈치 부상, 2005년 8월 5일 이후 1년만의 복귀)
- 8월 26일 미르 치과의 날 행사 개최
- 8월 26일 김진우, 부상(오른쪽 어깨)으로 선발 등판 취소(선수 명단에는 계속 포함)
- 8월 27일 사랑의 홈런 쌀 전달식(홈런당 20㎏ 쌀 1포를 적립,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
- 8월 28일 우천으로 순연된 잔여경기 일정 발표(10월 2일까지 23경기, 세 번째 최다 경기)
- 8월 28일 강철민, 오른쪽 팔꿈치 인대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9월 2일 수술 예정)
- 8월 29일 ‘Back to School Day’ 행사 개최(~31일 한화전, 중/고/대학생 대상)
- 8월 29일 송진우(한화 이글스),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기아 타이거즈 상대로 통산 200승 달성
- 8월 30일 이종범, 1군 복귀(부진으로 7월 28일 제외 이후 34일만의 복귀)
- 8월 31일 이대진, 1군 합류. 등록은 9월 1일 예정(2년 4개월 9일만의 1군 등록)
■ 8월 기아 타이거즈 알짜말
◎ 5할 - 5할의 마법은 8월에도 이어지며, 팀을 4위로 올려놓았다.
◎ 매력적인 두 커플 탄생 - 투수 : 한기주-윤석민, 타자 : 이용규-김원섭
◎ 신인 2차 지명 - 8월 16일 실시한 2007 신인 2차 지명에서 타이거즈는 모두 9명의 선수를 뽑았다. 전년도 최하위 팀에게 1순위권을 주는 혜택에 따라 타이거즈는 전체 1번을 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과거 지역 내 유망주였음에도 지명 혜택을 받지못해 제춘모(2002년), 김대우, 이성열(2003년), 김수화(2004년), 나승현(2006년) 등을 눈앞에서 놓쳤던 타이거즈는 지역 내 유망주였던 동성고 좌완 에이스 양현종을 전체 1번으로 뽑을 수 있었다.
이번 지명의 특징은 지역 출신 고교선수들을 1명도 선발하지 않았던 전년에 비해 올해는 3명이나 선발했다는 것이고, 권윤민, 성민규와 같은 해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뽑은 것이 눈에띈다. 특히 권윤민의 선발은 그가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향후 그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선발로 평가된다.
◎ 잔여 경기 일정 - 지난 28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우천으로 순연된 잔여경기 일정을 발표했다. 타이거즈는 자이언츠, 베어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23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블헤더도 무려 2경기가 배정이 되는 등 만만치 않은 9월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은 기회도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체력이나 부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최종 결과는 10월 2일 나오도록 예정되어 있다.
◎ 프랭크 조브 박사 - 미국 LA에 있는 프랭크 조브 박사가 임준혁(2004년 8월), 신용운(2005년 9월)에 이어 강철민을 만나게 되었다. 3년 연속 이어지는 반갑지 않은 인연이다.
■ 8월 기아 타이거즈 성적
8월에도 타이거즈의 5할 지키기는 성공했다. 월간 성적과 전체 성적 모두 5할이었다. 그래서일까? 타이거즈의 8월을 분석할 때도 15일을 기준으로 절반으로 나눠 볼 수 있었다.
먼저 15일까지 8월 전반기 타이거즈는 8승 5패를 거두며, 8개 팀 중 가장 주목받는 팀이었다. 여기저기에서 타이거즈의 상승세를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3위 한화 이글스를 턱밑(0.5게임차)까지 추격했다. 이는 팀의 기둥인 이종범과 심재학 그리고 외국인 타자의 부진이 지속되었음에도, ‘그레이싱어-전병두-김진우’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너무나도 탄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2일부터 15일까지 3연승을 거두며 팀 분위기가 최고의 절정에 다다랐을 때 이들이 3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15일 이후 8월 후반기는 장문석, 한기주가 선발진에서 탈락하며 삐걱거리더니, 김진우마저 부상 재발로 하차하며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타선 부진마저 겹치며 4승 7패라는 부진한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5할 승률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되며, 팀은 다시 정확히 5할 고지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변함없는 5할 고수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다른 팀의 상황 변화에 따라, 가만히 앉아서 위치가 뒤바뀌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8월에는 두산 베어스가 부진했다. 이로 인해 4위였던 팀 순위가 6위까지 내려갔고, 변함없는 성적을 보인 타이거즈가 그 자리를 이어받아 한 달 가까이 4위 자리를 지속할 수 있었다.
■ 투수
8월 전반기 상승세를 선발진이 이끌었다면, 8월 후반기 위기를 막은것은 계투진이었다. 왜 이러한 모습이 나오게 되었는지 선발진과 계투진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 선발진
그레이싱어와 전병두, 이 두 명만이 선발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7월의 타이거즈 선발진은 8월을 앞두고 두려웠다. 왜냐하면 장마전선이 물러가 정상적인 경기가 예상되는데 반해, 이 두 명을 받쳐줄만한 나머지 선발투수의 공백이 크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 전반기까지 이것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왜냐하면 8월이 시작되자 김진우, 한기주, 장문석이 모두 선발진에 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레이싱어-전병두-김진우’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만큼 위력을 뽐냈다.
그러나 부상(장문석, 김진우)과 부진(한기주)이 발목을 잡아 8월 후반기 선발진은 붕괴되었다. 이로 인해 위력적인 5선발 체제는 4선발 체제로 변화되었다. 장문석과 한기주의 공백을 메운 이상화는 그런대로 제 몫을 다했지만, 김진우를 대신한 이동현과 박정태는 둘 다 1회를 넘기지도 못하고 무너지며, 그 공백을 실감했다. 설상가상으로 꾸준한 모습을 이어오던 전병두마저 8월 후반기부터 한계를 드러내며,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레이싱어만이 에이스로서 자기 자리를 지킨것이 위안이었다.
한편, 선발진 강화를 위해 애타게 기다려온 강철민은 팔꿈치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며, 올 시즌에는 더 이상 팀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선수가 되었다. 이제 그의 모습은 내년 후반기에나 볼 수 있게 되었다.
★ 그레이싱어 - 5경기 3승 1패(2.62) 7월에 비해 부진해 보이지만, 8월도 대단한 성적이다.
★ 전병두 - 6경기 2승 3패(6.21) 체력적 부담인가? 전후 3경기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 김진우 - 4경기 3승 1패(2.63) 잘 나가는가 싶었지만, 부상으로 모두를 실망시켰다.
☆: 한기주 - 2경기 1패(8.00) 결국 그는 계투진으로 변신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장문석 - 2경기 승패없음(0.00) 갑작스런 보직 변경 때문이었을까? 몸에 이상이 생겼다.
☆ 이상화 - 3경기 2패(3.94) 임시, 승운은 없었지만 선발 공백을 잘 메워주었다.
☆ 이동현 - 1경기 1패(108.0) 임시, 1회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계투진으로 내려갔다.
☆ 박정태 - 1경기 승패없음(0.00) 임시, 이동현과 마찬가지로 1회 공포증이 문제였다.
▲ 계투진
8월 계투진은 선발진과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전반기는 불안했고, 후반기는 막강했다.
우선 전반기 부진의 이유는 계투진을 이끌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즌내내 정원, 이상화, 윤석민을 차례로 배출해낸 타이거즈 계투진은 정원이 부상으로 출장할 수 없었고, 이상화는 피 홈런이 급격히 늘어나며 구위 저하가 눈에 띄었고, 윤석민은 승리 경기에만 나오는 마무리 투수로 보직 변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선발진의 급격한 변화가, 계투진의 변화로까지 이어지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한기주가 있었다. 부진으로 인해 시즌 내내 선발과 계투진을 왔다갔다하던 그는 8월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계투진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선 본인이 만족해했다. 선발보다는 오히려 아슬아슬한 승리 경기를 지키는 계투진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8월 27일 현대 유니콘스와의 경기는 그가 왜 거액의 몸값을 받고 입단한 선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경기였다. 이후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윤석민으로 이어진 경기는 어김없이 승리를 따내며 ‘한기주-윤석민’으로 이어지는 젊은 승리 계투진을 완성시켰다. 여기에 부상을 털고 1년여만에 1군에 복귀한 신용운의 가세도 계투진에 도움을 가져왔다.
■ 타격
지속적인 타선의 분발이 아쉬운 8월이었다. 8월 전반기만 해도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며, 활발한 타격을 선보였다. 8승 가운데 4승을 8점 이상 득점한 경기에서 선보이며, 서서히 타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듯 했다. 하지만 8월 후반기로 갈수록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선발진의 난조속에, 타선도 동반 난조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해 5할 승률을 뛰어넘지 못하고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왔다.
▲ ‘3점 이상은 승리, 2점 이하는 패배’ 공식, 이제 당연한 것?
8월에도 어김없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먼저 승리 경기의 경우 12승 가운데 11승을 3점 이상 득점한 경기에서 거뒀고, 2점 이하에서는 단 1승만 기록했다. 반면, 12패 가운데 2점 이하로 득점한 경기에서는 9패를 당했다. 이중 영봉패가 3번이 포함되어 있다. 3점 이상 득점하고도 패한 경기는 3번이었고, 그 중 5점이 최다득점이었다.
이 지표가 자꾸 문제가 되는 것은, 최소 점수가 나올 확률이 높음 에이스끼리의 맞대결이나 포스트 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분명히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해결사의 부재를 통감한 실속 없는 타선
지난 8월 26일 홈경기로 치뤄진 현대 유니콘스와의 경기를 되짚어 보자. 경기는 타이거즈가 1회초 투수진의 난조로 대거 7점을 내주며, 2-8 패배로 끝났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한 가지. 이날 경기에서 타이거즈 타선이 기록한 안타는 몇 개였을까? 참고로 승리를 거둔 유니콘스는 8득점에 걸 맞는 12안타를 기록했다. 타이거즈 타선의 안타 수 정답은 무려 15개였다. 그럼에도 뽑아낸 점수는 고작 2점이었다. 이 점수도 홈런이나 적시타에 의한 것이 아닌, 희생타와 내야안타로 가까스로 기록한 점수였다.
이날 경기는 8월 타이거즈 타선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8월 들어 타이거즈 타선은 이용규, 김원섭의 활약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마무리가 신통치 않았다. 결국, 밥상을 차리는 과정은 훌륭했지만, 먹지를 못한 것이다. 다른 팀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중심 타선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 상하위타선의 실력차가 원인이었다.
▲ 상하위 타선의 극과 극 : 상위타선(1,2,3,4,5번) VS 하위타선(6,7,8,9)
8월 타이거즈의 상위 타선 : 이용규, 김원섭, 장성호, 이재주, 이현곤
8월 타이거즈의 하위 타선 : 조경환, 스캇, 김상훈, 김종국
잘 치는 선수가 앞장서고, 부진한 선수가 뒤에 서는 것이 타순을 구성하는 이치상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김상훈은 계절적 영향과 포수라는 특수성으로 예외로 한다고 해도, 나머지 3명은 타선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스캇은 팀 내 최다인 4개의 홈런을 쳤지만, 겨우 7타점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조경환도 트레이드 직후인 7월에는 뛰어난 활약이었지만, 8월 들어 1할5푼에도 못 미치는 극심한 부진으로 돌아섰다. 김종국도 1할대였다. 이들 3명은 팀 내 최다 삼진 1,2위를 기록하며, 타석에서 얼마나 무기력한 모습이었는지 기록으로 보여주었다.
▲ 공수에서 새롭게 정리가 이뤄진 타이거즈
올 시즌을 치르며, 타이거즈 타선은 이용규, 장성호, 이재주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종범, 심재학, 손지환, 홍세완, 외국인선수가 전혀 타선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진과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거나 2군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용규가 여름에 접어들면서 부진에 빠져, 타선은 더욱 빈약해졌다.
하지만 8월 들어 타이거즈 타선에 새로운 모습이 나타났다. 우선 잠시 부진에 빠졌던 이용규가 되살아났고, 기존 선수들의 부진을 틈타 젊은피인 김원섭과 이현곤이 타선에 새롭게 가세가 된 것이다.
이들의 가세는 공격과 수비에서 안정을 가져왔다. 실제로 김원섭은 이종범과 심재학의 부재를 느끼지 않게 해주었고, 불안한 수비를 펼치던 스캇을 내야로 옮기게 했다. 이현곤도 예전 같으면 스캇이 3루로 오면 자신은 백업으로 밀려났었겠지만, 오히려 기존 유격수인 홍세완을 밀어내고 그가 새로운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그 자리는 아마추어 시절 그에게 태극마크를 달게 해준 위치였다.
▲ 새로 결성한 테이블 세터 : 이용규-김원섭 콤비
이종범과 이용규로 시작한 타이거즈의 1, 2번은 이종범의 부진으로 5월부터 이용규가 1번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김종국이 그의 새로운 파트너가 되었다. 이 둘은 7월까지 타선을 이끌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김종국이 8월들어 1할대의 부진한 모습으로 하위타선으로 내려가자 새로운 2번을 찾게 되었고, 그 동안 대수비와 대주자 전문이었던 김원섭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마침 이종범과 심재학의 2군행으로 인해, 외야 수비 한자리가 비어있어서 코치진은 그들이 복귀할 때까지 수비라도 막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경기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대이상으로 김원섭이 그동안 숨겨져 있던 타격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확실한 2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8월의 활약만 놓고 본다면,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테이블 세터진이었다.
■ 8월의 우수 선수
▲ 우수 투수 : 세스 그레이싱어
기복있는 투구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전병두, 갑작스런 낙오로 선발진의 붕괴를 가져왔던 김진우,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을 완전히 접은 강철민. 이러한 선발진의 혼란에도 그레이싱어만이 8월에도 꾸준하고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시즌 초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꾸준함이다.
8월에도 자신이 등판하는 5번의 선발 경기 중 4경기에서 7이닝 이상 투구하며(나머지 한경기도 5이닝 이상 투구였음) 승패를 떠나 선발투수로서 임무를 다 해주었다. 자연스럽게 성적 향상도 가져와 6월까지 4승 9패였던 성적이 8월을 마치고 11승 10패로 다승 공동 4위에 오르는 향상을 가져왔다. 팀은 이러한 그레이싱어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벌써부터 내년에도 재계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레이싱어 이외에도 한기주와 윤석민이 주목할만한 8월을 보냈다. 특히 한기주는 선발에서 중간 계투로 돌아선 이후 7경기에서 15이닝 동안 단 1자책점(2실점)을 기록하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 우수 타자 : 이용규
‘빛고을 바람돌이’ 이용규의 4, 5월 바람행진은 대단했다. 이종범을 밀어내고 1번으로 올라섰고, 팀 내에서 완전 소중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약점이 보이지 않던 그에게도 6, 7월 연속으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트레이드 이후 정신없이 뛰었던 작년에 비해, 완벽한 주전으로 실질적인 풀타임 첫해를 맞고 있는 올해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음을 그는 8월 성적으로 증명해냈다. 월간 팀 내 안타, 2루타, 3루타, 도루, 득점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것이다. 팀의 1번타자 다운 활약이었다. 이로써 그는 쳐져있던 주요 공격부문 순위도 회복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8월 기아 타선에서는 김원섭, 이현곤, 장성호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 중 이현곤의 발전은 놀라웠고 수비의 안정을 가져다주었지만, 한 달 내내 꾸준한 활약이 아쉬웠다.
▲ 기량 발전 : 김원섭
8월의 우수 타자에 뽑아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활약이었다. 벌써부터 올해 타이거즈가 발굴한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가 나오고 있다.
그의 급부상은 정말 놀랍다. 지난 1999년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사상 처음으로 누를 당시 주전멤버로 뛰는 등 대학 생활 내내 태극 마크를 달았던 그는 ‘제 2의 정수근’이라는 찬사를 받고 2001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지난 2003년 이동수와 맞트레이드되며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타이거즈에도 그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주로 2군이 그의 무대였고, 1군에서는 주로 대주자와 대수비가 전부였다. 혹시라도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주어지면, 그는 항상 다른 선수로 교체되어 벤치에 앉아야만 했다. 지난 2005년 초 발병한 간염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도 개막전 엔트리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경기 중 번트 작전 실패로 다음날 바로 2군으로 떨어졌다. 2군에서도 경기 중 상대 투수의 공에 발목을 강하게 맞고 부축에 이끌려 나오는 등 불운이 계속 이어졌다.
이후 1군과 2군을 오르락내리락하던 그는, 뜻하지 않은 기회가 주어졌다. 이종범, 심재학이 부진과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것이다. 외국인 선수 스캇의 외야 수비도 불안했다. 그래서 수비라도 안정시킬 목적으로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7월에 가능성을 보였던 그는 마침내 8월 들어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게 된다.
본격적인 주전으로 나선 8월 9일 이후 송진우의 200승 도전에 묻힌 7연타석 안타 기록을 시작으로 안타와 도루 등 대부분의 주요 부문에서 한 달 동안 지난 5년간 프로에서 수립한 모든 기록을 뛰어넘었다. 출장한 대부분의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며 4할 4푼대의 고타율로 월간 팀 내 타율 1위에 올라, 뒤늦게 아마시절 타격왕 출신다운 재능을 뽐냈다.
항상 노력하는 선수로 소문난 그는 무려 6년간의 기다림 끝에 대기만성형의 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상에서 풍기 듯 성실함의 대명사인 그는 이제 어렵게 잡은 주전 자리를 지키고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것만이 8월의 기록들이 깜짝 활약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줄 것이다.
■ 8월의 기아 타이거즈 2군
8월 2일 방동민, 요통으로 인한 입원 치료(~11일)
8월 5일 진민호, 1군 등록(~10일)
8월 8일 김민철 재활(우측 어깨 통증) 마치고 2군 합류, 8월 23일 다시 재활(~28일)
8월 10일 이대진, 선발로 보직 변경
8월 10일 정원, 재활 시작(우측 어깨 통증)
8월 10일 송산, 재활(우측 어깨 통증) 마치고 2군 합류
8월 10일 손영민, 1군 등록(~19일)
8월 15일 장문석, 재활 시작(우측 어깨 통증)
8월 23일 이종범, 2군 합류 및 경기 출장(7월말 2군행 이후 개인훈련)
8월 23일 홍세완(우측 늑연골 통증), 임준혁(우측 어깨 통증), 이성준(상완골 골절) 재활 시작
8월 30일 이범석 2군 경기 등판(우측 팔꿈치 통증으로 1년간 재활)
8월 31일 문현정, 재활(요통) 마치고 2군 합류
▲ 2군을 거친 신용운, 이종범, 이대진
2군에서 1군 복귀를 준비하던 선수들이 차근차근 1군으로 올라가는 한 달이 되었다. 첫 주자는 신용운이었다. 22일 1군 승격으로 지난해 8월 5일 이후 1년여만의 1군 등록이 되었다. 2005년 연이은 마무리 실패로 불운의 중심에 있었던 그는 팔꿈치 수술까지 받으며 그동안 2군에서 생활해왔다. 복귀하자마자 그는 무너진 선발투수의 뒤를 받치는 롱릴리프로 자리를 잡으며 계투진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다만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 된 투수에게 무리한 페이스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그 뒤를 이종범이 뒤따랐다. 포스트 시즌을 대비해서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계속 2군에 머물 것으로 보였으나,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많다는 판단 때문인지 예상 보다 빠른 30일에 1군으로 승격했다. 7월말 2군행 이후 재활군과 함께 개인훈련을 해오던 그는 8월후반 2군에 합류, 앞 경기는 모두 소화하면 다음 경기는 절반만 소화하는 방법으로 번갈아 가며 실전 감각을 쌓아 1군 승격을 대비했다.
앞의 두 선수와 달리 이대진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7월초부터 일찌감치 실전 경기에 투입이 되었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미 과거에 성급한 1군행으로 부상이 악화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7월에 중간 계투로 실점 감각을 쌓은 그는 8월 중반이후 선발로 보직을 변경하며 1군 승격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그는 9월 1일 1군 승격을 앞두고, 8월 31일 꿈에도 그리던 1군에 합류했다.
◎ 이종범이 출장했던 지난 8월 24일 와이번스와의 2군 경기 모습. 이날 그는 2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4회말 수비에서 류재원으로 교체되었다. 와이번스 투수는 김태환. (사진 = 공짜)
▲ 아직은 기량 미달?
비록 2군 리그지만 진민호, 손영민은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다시 2군으로 돌아와야 했다. 먼저 진민호가 8월 5일 시즌 두 번째 1군 승격의 기쁨을 누렸지만, 불과 5일만에 손영민과 맞바꾸며 2군으로 돌아왔다. 손영민도 10일 가까이 머물렀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손영민의 경우 2군행 이후 등판한 경기에서 난타를 당하며 부진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2군의 중심타자로 떠올랐던 류재원이 1군에서 어이없는 견제 아웃이후 2군에서 슬럼프에 빠져있는 것과 마찬가지 모습이다. 하지만 실망 할 것은 없다. 이들에게는 9월 1일 확장 엔트리(5명) 적용이후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 지난 8월 24일 인천 도원 숭의야구장에서 펼쳐진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온 손영민의 투구모습. 이날 그는 3이닝 동안 6실점하며 난타를 당했다. 뒤에 보이는 선수는 이종범. (사진 = 공짜)
▲ 기아 타이거즈 2군의 8월
2군리그는 지난 8월 24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1군과 마찬가지로 비로 인해 순연된 경기가 발생해, 9월 중순까지 일정이 이어지게 되었다. 이미 2군 북부리그는 상무의 압도적인 독주속에 우승이 확정되었다. 반면, 기아 타이거즈 2군팀이 속한 남부리그는 아직 우승팀이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잔여 경기가 남았음에도 타이거즈 2군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하다.
8월의 부진이 컸다. ‘곽정철-손영민-진민호’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성한 2군팀은 8연패의 깊은 부진에 빠지며 7승 15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남부리그 3위를 유지한 것이 위안이었다.
* 4월 전적 : 남부리그 2위, 9경기 5승 4패
* 5월 전적 : 남부리그 2위, 8경기 3승 5패(총 전적 : 8승 9패)
* 6월 전적 : 남부리그 3위, 14경기 6승 1무 7패(총 전적 : 31경기 14승 1무 16패)
* 7월 전적 : 남부리그 3위, 13경기 6승 2무 5패(총 전적 : 44경기 20승 3무 21패)
* 8월 전적 : 남부리그 3위, 22경기 7승 15패(총 전적 : 66경기 27승 3무 36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