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6일 첫 방송이후 1년 3개월을 달려온 대조영이 12월 2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실 지난 2000년 4월 1일부터 2002년 2월 24일까지 정확히 200회가 방송되었던 태조 왕건에 비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는 최근의 방송 환경과 힘겨운 사극 제작 현실에서 (물론 고무줄 연장 방송탓도 있지만) 1년 넘은 투자와 제작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조영'이라는 드라마는, 지난 2004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중국의 '동북 공정' 역사 왜곡으로 고구려와 발해사에 대한 재고찰이 큰 화두가 된 가운데 안방에 모습을 드러낸 드라마다. 하지만 이는 KBS만의 추진은 아니었다. MBC는 '주몽', SBS는 '연개소문'을 내세우며, 결과적으로 비슷한 아이템으로 방송 3사가 모두 뛰어든 형국이었고, 자의든 타의든 회사의 명예를 건 진검 승부가 되었다.
하지만 '대조영'은 앞의 두 드라마보다 뒤늦게 시작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방송 시간대가 다르긴 했지만 송일국의 '주몽'은 신화를 써 나갔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화제를 모은 '연개소문'은 초반 이슈에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이 어려움을 '대조영'은 KBS 사극 제작 노하우와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력으로 극복하면서, 점차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주인공이 아닌 연기자들의 활약은 대단히 빼어났다. 사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수종(대조영), 최철호(걸사비우), 김학철(흑수돌)을 중심으로 정보석(이해고), 김규철(신홍), 이덕화(설인귀) 등이 중심이 되어 전개해 나갔지만, 짧은 분량과 낮은 비중이었음에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연기자들로 인해 드라마가 안정을 찾아갔고 그 현상이 계속 유지되었다.
대표적으로 뽑아본다면 이렇다.
◇ 검모장 장군 역의 김명수(중견 연기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축에 속한다. 그리고 출연 비중도 크지 않았지만, 위 사진에서 잠깐 보이지만 마지막 장면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 대중상 장군 역의 임혁(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준 절제된 연기력이 드라마의 무게감을 더했다.)
◇ 부기원 역의 김하균(네 놈만 생각하면 여전히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그 만큼 연기력이..)
◇ 사부구 장군 역의 정호근(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부기원과 함께 그야말로 투톱중의 투톱.)
◇ 신성 역의 김영기(이미 기억속에서 많이 잊혀졌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
★ '답답하다 답답해' 3종 세트 ★
◇ 연남건 역의 안홍진(예전 KBS 스포츠뉴스 진행했던 성세정 아나운서가 연기자로 변신한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쏙 빼 닮은것이 기억에 남았던. 줏대없이 표리부동했던 인물 연기로 애 좀 태웠다.)
◇ 고안승 역의 강우석(이 인물 기억 나세요? 검모잠 장군에 의해서 후고구려 부흥 운동 시절 왕으로 추대되었던 그 인물. 하지만 극중에서 검모잠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연기로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 '깜짝 활약' 3종 세트 ★
◇ 당나라 거인 우골 역의 서찬호(역시 짧고 굵게 2탄이다. 정말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신 분이다. 오랜만의 브라운관 나들이였는지 그 반응은 정말 뜨거워서, 해당회가 끝난 후 한동안 인기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심형래 감독의 영화에 단골 출연 배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화제가 되었다.)
◇ 빡빡머리 설계두 역의 이달형(극중에서는 나름 흑수돌의 라이벌이었다. 인상적인 외모만큼이나 인상적인 연기로 기억에 남을만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 '마도산의 늑대' 계필사문 역의 윤용현(무식한 장수의 모습에서 마지막 의리있는 죽음의 장면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을 울게 만들었다.)
◇ 퉁소 역의 방형주(계필사문의 심복으로 무식한 캐릭터. 엉뚱한 콤비 연기로 재미를 배가시켜주었다.)
이렇게 수 많은 연기자들로 인해 드라마는 15개월 동안 평균 시청률 30%를 유지하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은 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인상적이고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극 중반부에 접어들며 긴장감이 떨어지는 스토리 전개와 이미 '태조 왕건'과 같은 사극 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유사 스토리를 접목 시키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것도 사실이다. 또한 무리한 스토리 전개로 인해 아무리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실제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시험에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대충 넘어갔던 잃어버린 역사를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일깨워준 드라마 였다는 점에서 '대조영'은 고구려와 발해사에 대한 역사를 재발견 해 준 드라마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렇게 '대조영'은 끝이 났다. 그리고 항상 발목을 잡았던 토, 일요일 9시 30분~10시 30분도 이젠 안녕................
그런데 이 일을 어찌할꼬. 대조영이 끝나자 마자 이어진 다음 드라마 예고 방송이 이 굳게 다잡은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조선 시대 초기의 뻔한 스토리가 문제가 아니라, 연기파 배우로 꽉꽉 채운 선발 라인업 때문이다.
사실 역사 드라마는 이미 교과서에 모두 노출되어진 답을 찾기 위해서 보는 것은 아닐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되새겨 봄과 동시에 그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를 찾기 위해서 보는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1월 5일부터 방송되는 '대왕 세종'의 라인업은 그 이름만 들어도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영철('태조 왕건'의 왕건), 김갑수('태조 왕건'의 종간), 최명길('명성왕후'의 명성왕후), 최종원('왕과비'의 한명회). 이 뿐 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주인공 세종 대왕역의 김상경을 비롯해 연극 배우로 잔뼈가 굵은 정동환과 최주봉, 참여 정부 문화부 장관 출신의 김명곤, 각종 사극에서 내관으로 다수 출연한 황범식, '태조왕건'에서 신숭겸 장군역으로 유명한 김형일, '장군의 아들' 박상민, SBS '임꺽정'으로 유명한 정흥채, 영화배우 이원종, 신들린 연기의 이정현, 이미 '왕과 비'에서 연산군의 생모였던 폐비 윤씨역을 해봤던 김성령,그 외 에도 많은 이름있는 연기자들....
대조영을 마지막으로 이제 새해부터는 더 이상 주말 밤 시간대를 나의 것으로 만들려는 계획에 차질이 오는 것일까? 결과는 1월 5일 밤 KBS 스포츠 뉴스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