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지난 8월 5일 기아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광주 무등야구장을 찾을 야구팬이었다면 이러한 고민 한번쯤 했을 것이다.
그것은 이날 광주의 날씨 때문. 새벽부터 번개를 동반해 비를 뿌릴 때만해도 경기 취소 가능성이 높던 날씨가, 경기를 3시간정도 앞두고 갑자기 햇살이 보이며 비가 그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봐서는 경기를 해야 할 상황. 그러나 비는 그쳤지만, 이미 새벽부터 오전까지 줄곧 비가 내린 것을 알고 있는 팬들로서는 운동장이 경기를 위한 정상적인 상태인지 여부까지는 판단할 수 없어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과거에도 이런 상황에서 비가 안 온다는 사실만으로 경기장을 찾았다가, 굳게 닫힌 철문을 보고 발길을 돌렸던 사례가 적지 않았음을 떠올리면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 “한다” “안한다”, 추측 난무
이를 반영하듯 경기 시간이 가까워 오자 구단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국내 유명 야구 게시판 등에서도 날씨와 관련된 경기 개최 여부를 묻는 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수많은 글 속에서 “오늘 경기는 개최 됩니다” 또는 “취소되었습니다.”라는 그 어떤 확실한 글은 보이지 않았고, 추측성 글만이 게시판을 채우고 있었다. 이로 인해 야구장을 찾으려는 팬들의 혼란은 더욱 커져만 갔다.
◎ 이날 경기 1시간 전 기아 타이거즈 게시판 모습. 날씨 이야기가 곳곳에 눈에 띈다.
◆ 구단의 정보 제공, 어려운 일인가?
혼란과 불편의 이런 상황에서 팬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단의 한마디였다. 그것은 경기 개최에 대한 확답이 아니라, ‘현재 운동장 상태와 분위기가 이렇다’라는 있는 그대로의 정보였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경기 몇 시간 전부터 1~2시간 간격으로 알려주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지 글을 작성하거나 팝업창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었나?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구단 홈페이지에서 경기 개최와 관련된 정보 제공은 단 한 줄도 찾아 볼 수 없었다.
◎ 지난 8월 5일 경기 시작 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던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 이날 광주 무등 야구장의 관중석 비교. 경기 시작 10분전(왼쪽)과 1시간 이후(오른쪽)
그렇게 팬들이 갈팡질팡 하고 있는 사이, 경기는 예정된 시각에 정상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야구장은 주말 경기임에도 관중석이 빈자리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빈자리였고, 그 수가 겨우 몇 백 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경기가 정상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뒤늦게 약 3천명까지 관중들이 모여들었지만, 좀 더 빠른 정보 제공이 있었다면 더 많은 관중들이 찾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 다른 구단 사정은?
비단 이런 현상은 기아 타이거즈 구단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같은 날(8월 5일) 대전 구장에서 경기 예정이었던 한화 이글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대전의 날씨도 광주와 비슷한 기상 상태를 보임에 따라 팬들의 반응 역시 똑같이 나타났지만, 팬들의 궁금증을 외면하기는 이곳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구단들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 8월 5일 한화 이글스 게시판에도 경기 시작 전 날씨와 관련된 글이 많이 올라왔다.
단 LG 트윈스 구단만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구단 관계자 명의로 된 적극적인 공지 서비스를 시작한 LG 트윈스는 올해부터 날씨와 관련되어 경기 개최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날의 경우, 경기 몇 시간 전 현장 상황에 대한 공지를 통해 팬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있었다. 이는 분명 침묵을 지키는 다른 구단과 대조적인 모습이었고, 팬들로부터 호평을 들을만한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 경기 전 운영자를 통해 상세한 안내가 이뤄지고 있는 LG 트윈스 홈페이지
◆ 기아 타이거즈 구단도 망설이는 팬을 생각한다면...
기아 타이거즈 구단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8월 5일 날씨와 비슷했던 지난 5월 12일 경기를 몇 시간 앞두고 “오늘의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린다.”는 요지의 휴대전화 문자를 전송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자 제공은 구단 유료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전송이 되는데 그쳤고, 이마저도 올해 전달된 유일한 이력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 지난 5월 12일 구단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전송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렇게 일부에 한정된 인원과 채널을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구장 상태 알림 서비스가 제공 되어야 한다. 그럼 점에서 앞서 사례로 제시된 LG 트윈스 구단의 서비스가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시라도 제공된 정보와 다르게 경기 개최가 결정 될 것을 우려해서 그동안 이 서비스를 주저하고 있던 것인가? 경기 개최에 대한 판단은 경기 감독관이 하는 것이다. 구단은 그 판단과는 별개로 팬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제공하면 된다. 행여 이후 비가 오거나 경기장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취소가 되었더라도, 제공된 정보를 가지고 구단을 비난 할 야구팬들은 없을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정보 제공의 부족으로 많은 야구팬들은 괜한 헛걸음이 될까봐 미리 야구장 가기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특히 야구장 소재지가 아닌 인근 지역이나 타 시도에서 야구를 보기위해 서둘러 출발해야 하는 야구팬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음에도 그 노력이 부족해 야구팬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야구의 인기가 더욱 확산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4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그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프로야구 구단들이 이러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깨닫고 진작 나섰다면, 벌써 400만 관중을 돌파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