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8:43
2007년 8월 2일 선수협회 기사
“누구세요? 누구십니까?”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던 7월 27일 무등 야구장. 라이온즈의 공격이 진행 중이던 7회초 김주일 타이거즈 응원단장이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관중석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목소리 톤으로 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고, 동시에 운동장에서도 잠시 경기가 중단되었다.
사실상 처음 보는 응원단장의 화난 목소리와 경기를 중단하게 만든 이유는 어떤 관중이 경기장에 병을 던졌기 때문. 동점에서 등판한 펠릭스 로드리게스(타이거즈)가 이정식(라이온즈)에게 2점 홈런을 내준 바로 다음 타자와의 승부 때 벌어진 일이었다.
날아간 병은 김평호(라이온즈) 1루 코치가 서 있는 박스 바로 옆에 떨어졌고, 이 때 병이 깨지면서 바닥에는 파편 조각이 흩어졌다. 힘이 조금 더 실렸다면, 1루수 최희섭(타이거즈)을 강타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장면이기도 했다.
◎ 7회초 한 관중의 병 투척이후 상황. 선수와 관중 모두 시선이 한 곳으로 가 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날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관중들과 선수단은 모두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던져진 행위 자체도 문제였는데, 그 물건이 종이도 아니고 PET도 아니고 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죄라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병을 던진 것으로 추측되는 1루측 관중석은 응원 단상이 있어 항상 많은 관중들이 운집한다. 그래서 잘못 날아가 떨어진다면 무조건 누군가는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날은 방학철을 맞아 어린이와 학생 관중들도 많은 상태였다. 응원 단장이 화를 낸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 누구라도 맞게 되면 다칠 것은 뻔 한 것이고, 특히 여성을 비롯해 어린이들이 맞게 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그 병이 선수들을 직접 강타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또한 병이 깨지면서 생긴 파편 조각을 빗자루로 급히 쓸어 담기는 했지만, 미세한 조각까지 치울 수 없었기에 선수들이 몸을 구르고, 손을 짚었을 때 2차 피해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깨진 병 조각을 치우기 위해 벤치에 있던 김연훈 선수가 빗자루를 들고 나왔다.
병을 던진 관중이 순간적인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화가 났던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화가 났으면 깔끔하게 소리를 외치는 선에서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고 말았다. 홧김에 벌어진 일이라고 관대하게 봐주기에는 매우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그 관중은 끝내 찾지 못했다.
현재는 경기장 입장 때, 관중들의 편의를 위해 수색과 같은 절차를 간소화 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상황이다. 시대가 변하고 문화 의식도 높아진 만큼, 관중들 스스로가 알아서 지켜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다수 관중들은 이러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문화시민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일과 같이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이 가끔씩 그 질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단지 파울공을 잡기 위해 잠깐 운동장에 발을 디뎌도 애교로 넘어갈 수 있지만 가차 없는 퇴장이 이어진다. 그 보다 더 심한일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도 다수의 편의를 위해서 준법정신이 결여된 관중에게는 가차 없는 퇴장 조치를 취해야 하고, 더 나아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따로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야구장은 연령과 성별의 차별 없이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이기 때문이다.
무등 야구장은 시설면에서 국내 프로 구단 가운데 최악의 야구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런데 한 관중의 이러한 그릇된 행동으로 ‘관중 문화’ 역시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되겠는가? 비록 현재 시설과 성적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응원 문화나 관전 매너만큼은 항상 최고라는 명성을 들을 수 있도록, 두 번 다시 이런 장면이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