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22
2006년 12월 20일 스포홀릭 기사

 1982년 출범이후 25살을 맞이했던 2006 한국 프로야구. 올해 프로야구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WBC 4강 위업, 아시안게임 참패, 삼성 라이온즈의 2연패, 투수와 타자 3관왕 탄생 등 야구사에 기록될 수많은 이야기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많은 뉴스 가운데 경기외적인 부문에서 다시 되풀이되지 말았으면 하는 5가지 중요 뉴스를 선정해 보았다.


◈ 5위 - 야간 경기 시간 환원

 KBO는 올 시즌 개막전 달라지는 사항에 대해 공지했다. 그 중 혹서기인 7, 8월 평일과 토요일 경기 시작 시간이 종전 오후 6시 30분에서 오후 7시로 변경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예정대로 7월이 되자 모든 경기는 오후 7시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19일만에 KBO가 후반기 첫 경기부터 종전대로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유는 당초 예상했던 관중 동원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관중과 선수들의 늦은 귀가 시간을 초래하고, 선수단이 원정 경기를 떠날 때 체력적 부담이 크다는 구단의 요구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유만 놓고 본다면 팬, KBO, 구단, 선수 중 어느 한 곳도 환영받지 못했던 경기 시간 변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과 20여일만 시행하고 변경하기에는 성급한 판단이었다. 관중 동원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간 변경이 문제가 아니라, 잦은 우천 취소가 원인이었다. 해당되는 56경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4경기가 취소가 되었으니, 들쑥날쑥한 경기 일정탓에 관중 동원 실패는 당연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선수들과 구단의 게으른 태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분명 시간 변경은 선수나 구단보다는 팬을 위한 정책이었다. 선수나 구단에 있어서는 평소보다 퇴근 시간이 늦어질게 뻔하기 때문에 불편이 충분히 예상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변경된 제도에 불과 1달도 못되어 불평을 호소했다. 팬 없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인데, 그들 스스로 편한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 4위 - 취객의 사직구장 난동

 5월 11일 부산 사직야구장. 당시 롯데 자이언츠는 7승 17패로 꼴찌를 달리고 있었고, 팀은 6연패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에이스 손민한이 이날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그는 연패를 끊기 위해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었다. 1-0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졌고, 승리에는 아웃카운트 두 개가 남아있던 1사 1-2루 상황, 느닷없이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졌다. 한 만취한 관중이 1루측 응원 단상위에 올라가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연패를 끊느냐’, ‘동점이 되느냐’, ‘역전을 허용하느냐’, ‘완봉은 어떻게 되느냐’를 집중해서 봐야 할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엉뚱하게도 모든 관중들의 눈은 경기장이 아닌 그 관중을 향해 있었다.

 그 취객은 ‘응원단’을 단상에서 밀어낸 것을 시작으로, 보안요원과 카메라맨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물 파손과 다른 관중들에게 폭력이 이어졌고, 이 와중에 싸움을 말리던 관중은 단상에서 떨어져 실려가기도 했다. 공포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고, 주변에 있던 많은 관중들이 힘을 모아 취객을 제압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때 아닌 난동을 통해 ‘성숙한 관전문화’를 위한 자세는 무엇인지, 구단에서는 관중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는지, 그리고 경기장내 주류 반입이나 판매를 적절하게 제재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한편, 그 사이 경기는 벌써 종료되었다. 손민한이 위기 상황을 스스로 마무리하며, 팀의 1-0 승리를 지켜낸 것이다. 연패는 마감되었고, 손민한은 무려 3년여만의 완봉승을 기록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이런 기쁜 소식은 느닷없는 소동으로 묻히고 말았다.


◈ 3위 - 월드컵 축구 응원단, 야구장에서 낮잠자다

 6월 13일 한국은 들떠있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06 독일 월드컵 예선 첫 경기(토고전)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주요 회사와 학교에서는 조기 퇴근과 하교가 이뤄지는 등 월드컵 응원 열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밤 10시(한국시각)에 시작될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몇 시간전부터 붉은 옷을 입고 미리 응원을 준비했다.

 KBO도 이러한 월드컵 분위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이날 전국 4개 구장에서 예정된 경기 개시 시간을 앞당기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잠실야구장은 경기 뒤 이곳에서 예정된 단체 응원에 협조하기 위해 무려 3시간 30분을 앞당긴 오후 3시에 경기를 시작했다. 평일, 그것도 더운 한낮을 감안한다면 파격적인 조치였다. 실제로 이날 관중석은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하지만, 응원전을 주최한 회사들의 표 구매로 공식 입장 관중은 3만500명으로 기록되었다.)

 그런 가운데 일부 관중들의 모습이 이날 경기를 중계 방송했던 TV 카메라에 잡혔다. 한창 야구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경기에 관심이 없다는 듯 의자에 단체로 누워 자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태극기가 이불인양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붉은 상의를 입고 있어서 한눈에 봐도 축구 응원을 하러 온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열심히 뛰는 야구선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분명 이들의 행동은 야구팬이든 아니든 관중으로서 예의에 어긋난 몰지각한 행동이었다.

 한편으로 이 장면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출전 52년만의 원정 첫 승을 거둔 역사적인 날이었던 반면, 한국 야구에 있어서는 굴욕적인 날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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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대 SK 와이번스의 2006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진 6월 13일 잠실 구장 모습. 야구장은 거의 텅빈 상태로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사진 오른쪽, 출처-연합뉴스), 일부 관중들은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사진 왼쪽, 출처-당시 'KBSSKY 스포츠' 방송 화면)


◈ 2위 - 송진우 200승 경기 생중계 불발

 8월 29일 광주 무등야구장. 홈팀인 기아 타이거즈는 패배로 경기를 마쳤다. 그럼에도 운동장에는 폭죽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여기에 방문팀의 한 선수는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행가래를 받고 있었다. 이날 경기 선발 투수였던 한화 이글스 송진우였다. 이날 경기 승리로 5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200승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 야구사에서 처음있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그의 기록이 얼마나 값지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200승을 기록한 그의 투구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사람은 현장에 있었던 3천여명 뿐이었다. 왜냐하면 이날 경기를 중계방송하기로 되어 있었던 ‘SBS스포츠채널’이 녹화 방송으로 편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경기가 녹화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승엽이 출전하는 일본 프로야구 생중계 때문이었다. 한국 야구사에 처음 있는 기념비적인 순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홈런 앞에 가로막힌 것이다. 그나마 경기 마지막 부분이 생중계로 나왔지만, 거기에는 주인공인 송진우도 없었고 이미 승패도 결정난 상황이었다.

 이날 생중계가 무산되자, 팬들의 비난이 쏟아진건 당연했다. 거기에는 어느 팀 팬이 따로 없었다. 그 뒤로도 해당 방송사는 일본 프로야구 생중계 원칙을 고수했다. 내년에도 그 원칙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싸게 구입한 중계권과 높은 일본 프로야구의 시청률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를 외면한 방송사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날 경기만이라도 생중계를 해주지 못한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송진우는 2002년 통산 최다승 신기록(147승)을 세울때에도 무관심속에 기록을 수립했다. 당시에는 방송사뿐만 아니라, KBO의 무관심까지 받았지만, 이번에는 KBO의 관심은 받았으니 거기에 위안을 삼아야했다.


◈ 1위 - 최신 시설의 ‘드림파크’, 5년만에 철거

 70억여원을 들여 완공한 야구장의 수명이 불과 5년이었다면? 야구장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현실속에 이런일이 올해 벌어졌다. 지난 2001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며 문을 열었던 SK 와이번스 2군 구장인 ‘드림파크’가 5년간의 부지 사용기간 만료로 올해부터 철거가 시작된 것이다.

 ‘드림파크’는 2001년 팀을 창단하며 프로야구에 뛰어든 SK와이번스의 첫 번째 야심작이었다. 이에 걸맞게 야구장 뿐만 아니라 내야 전용 훈련장과 2층 규모의 실내 훈련장 그리고 각종 부대시설(숙소와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그야말로 꿈의 구장이었다. 이 시설을 위해 모기업 SK는 70억여원의 공사비 전액을 부담했다.

 하지만 올 시즌 SK 와이번스 2군팀은 이 훌륭한 야구장 대신, 과거 인천을 연고로 했던 팀들이 사용했던 도원동의 ‘숭의 야구장’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드림파크’에서는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와 구단이 맺은 부지 사용계약(5년)이 2006년 4월로 만료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은 인천의 대표적인 뉴타운 개발지역인 ‘용현·학익지구’에 포함되어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 문제는 SK 구단의 책임이 가장 컸다. 이미 ‘드림파크’ 부지가 향후 개발될 예정이 높았음에도 면밀한 조사없이 건설을 강행한 측면이 크고, 오랫동안 야구장을 유지해야함에도 장기 계약을 하지 못한 과실도 크다. 또한 시의 철거 방침에 선뜻 수긍한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인천광역시도 개발 논리만을 앞세워 거액을 투자한 시설을 쉽게 철거하겠다고 나선것도 공공기관으로서 올바른 자세는 아니었다.

 ‘드림파크’ 철거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단과 팬들에게 다가왔다. 2군 선수단은 뛸 공간이 없어진 건 물론이고, 훈련장과 숙소도 없어짐에 따라 안정적인 운동과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졌다. 항상 2군 북부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왔던 팀 성적이 올해 처음으로 최하위(6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드림파크’는 여러 사회인 야구팀들의 경기장으로 사용이 되어왔고, 어린이들의 야구 클리닉 그리고 견학과 체험을 위한 장소였으나 이제 그런 행사는 중단되고 말았다.

 한편, 내년에도 SK 와이번스 2군팀의 험난한 여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인천광역시가 ‘숭의 야구장’이 포함된 ‘숭의 운동장’ 일대도 내년부터 재개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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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은 12월 16일 현재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중인 '용현·학익 지구' 공사 현장 모습.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그물망이 예전 이곳이 '드림파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 공짜)
◎ 오른쪽 사진은 당시 박용오 KBO 총재(왼쪽에서 네번째)가 참석했던 개관식 모습. (출처-SK 와이번스 홈페이지)

Posted by 공짜
2007. 10. 5. 15:18
2006년 12월 13일 스포홀릭 기사


 '이제는 한국 야구 개혁을 위한 무대 마련에 힘을 쏟을 시기'

 11일 골든 글러브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2006 한국 프로야구의 공식 일정이 막을 내렸다. 올해 야구계는 WBC 4강 위업 달성으로 최고의 순간까지 오르며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막판 아시안 게임 참패로 이제는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예년 같았으면 각종 시상식과 행사 등으로 연말을 보낸 뒤,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평범한 '스토브 리그'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유는 아시안 게임 참패 때문이다. 이 대회를 통해 한국야구의 위치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러한 참패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 되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하일성 사무총장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하고 난 뒤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야구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 방안을 내 놓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는 자칫 큰 대회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난 뒤 의례 반복되는 모습으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그는 이전에도 두 차례(9월, 10월)에 걸쳐서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면, 한국 야구를 백지 위에 놓고 전면 개혁 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야구인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안게임 뒤의 인터뷰는 참패로 인해 그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 총장은 이 세 번의 자리에서 ‘프로 야구 발전을 위한 리그와 구단의 전면적인 개혁’을 언급했었다. 특히 세 번 모두 유소년 야구 활성화를 언급한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 야구의 취약한 구조가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문제였기 때문이다.

 【 하일성 KBO 사무총장의 개혁안 관련기사 모음】
1차 - “내년 프로야구, 분명 달라질 것” (9월 8일, 모 방송예술원 초청 특강)
2차 - "리그 운영 전반 재정비 논의" (10월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직전 기자 회견)
3차 - "전면 개혁하겠다" (12월 2일, 아시안게임 2차전 일본 경기 패배 직후 인터뷰)


 그런 가운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이 나온게 없는 공청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한 선행 조건은  무엇일까?

◆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시안 게임 참패 뒤에 이러한 모임이 예정되어있어,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될까 우려된다. 분명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자리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뻔한 ‘개혁 논의의 장’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리 KBO가 꼼꼼한 준비를 해야한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여론과 자료를 수집하고, KBO 홈페이지에서도 일반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묻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런 모습도 없이 불쑥 '공청회' 자리가 마련된다면, 분명 ‘그 밥에 그 나물’과 같은 자리로 비칠 수밖에 없고, 결론 역시 그렇게 내려질 것이다.

◆ 전 야구인들의 ‘대동단결’된 모습이 필요하다.

 이 자리는 어느 특정 세력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모두의 자리다. 그래서 출신학교가 다르다고, 나이차가 있다고, 비야구인 출신이라고 해서 누구는 배제가 되고, 누구는 빠지겠다고 나온다면 절대 안 된다. 야구계 전반에 걸친 문제를 개혁하는 자리인 만큼 전 야구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이해득실은 접어두고, 야구 발전을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 야구는 뜻하지도 않은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아시안 게임 참패로 WBC 4강의 공든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지만, 더 튼튼한 탑을 다시 세운다는 자세로 전 야구인들이 힘을 모을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실체도 드러나지 않은 '공청회'가 모든 야구인들의 지지와 참여속에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의 머리를 맞대어 이 난국을 풀어나가길 바란다.


 

Posted by 공짜
2007. 10. 5. 15:16
2006년 12월 7일 스포홀릭 기사


 며칠 전, “내년 시즌 우승은 기아 타이거즈가 될 것이다.”라는 김응룡(66) 삼성 라이온즈 사장의 기사가 났었다. 김 사장은 그 이유를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마운드’로 꼽았다. 그리고 자신이 타이거즈 감독으로 있던 당시보다, 지금의 투수진이 더욱 낫다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김응룡 사장 말대로 타이거즈 투수진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젊고, 유망한 선수들로 구성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은 2006년 타이거즈 마운드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 확실히 젊어진 타이거즈 마운드

 그간 팀을 이끌어왔던 노장선수(곽현희, 최상덕, 이강철, 리오스 등)들은 최근 몇 년간 은퇴와 이적을 통해 세대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그리고 올 시즌 타이거즈 마운드는 대부분 프로 경력 5년 이하의 선수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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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함께 팀별로 올 시즌 1군 무대에 등판한 선수들을 196,70년대 출생한 선수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선수로 나누어 비교해 본 결과, 타이거즈는 베어스, 와이번스와 함께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함된 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전체 투구 이닝을 통해 분석했더니, 그 차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8개 팀 가운데, 1980년대 출생한 투수들의 비중이 다른 팀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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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드를 이끌 노련한 선수가 없다.

 자이언츠의 염종석이나 손민한, 이글스의 송진우나 구대성처럼 각 구단에는 마운드를 이끌 경험 많은 선수가 반드시 있다. 타이거즈와 함께 젊은 선수들이 많은 와이번스나 베어스에도 조웅천이나 김원형, 리오스나 박명환과 같은 노련한 선수가 있다.

 하지만 타이거즈 마운드에서 그런 존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우선 이미 많은 노장 선수들이 팀을 떠났으며, 남아있는 노장이라고는 이대진이 유일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이대진은  2군에서 뛰는 시간이 많아, 젊은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문석이나 강철민 등도 팀 적응 문제와 부상 등으로 다른 선수를 챙길 처지가 아니다. 나이로 보면 리더가 되기에는 빠르지만, 김진우도 부상으로 인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김응룡 사장이 우승을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아마도 몇 년 뒤의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선수들은 경험도 부족하고, 특히나 이들을 이끌 노련한 선수가 마운드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노련한 선수 왜 필요한가?

 지금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마운드는 분명 매력적인 구성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은 안정보다는 불안에 가깝다. 매 경기 닥칠 위기 상황과 시즌 도중 맞게 될 슬럼프는 항상 찾아오게 마련인데, 이 상황에서 슬기롭게 조언해줄 마법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코치진이 있지만, 그들과 직접 운동장에서 뛰며 땀 흘리는 고참 선수들의 조언이 젊은 선수들에게는 훨씬 피부에 다가올 것이다.

 이미 타선에서는 이종범이라는 존재가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9월 중순 두산 베어스와의 맞대결과 신들린 주루 플레이로 팀을 승리로 이끈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해 왜 노련한 선수가 필요한지 증명해 주었다.

 마운드에도 그와 같은 존재가 있어야 한다. 송진우나 손민한처럼 실력과 경험을 모두 겸비한 선수가 아니어도 괜찮다. 비록 나이가 들어 실력이 떨어졌더라도, 지금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그들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노련한 선수가 소중한 상황이다.

◆ 타이거즈 마운드를 이끌 노련한 선수 누구인가?

 지난 10월초 LG 트윈스는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방출자 명단을 발표했다. 거기에는 과거 타이거즈 에이스로 활동했던 최상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시장에 나오자 타이거즈는 그를 다시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뒤 고향팀인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타이거즈는 1년 전 그를 트레이드시켰고, 올 시즌 실망스러웠던 그를 왜 다시 영입하려고 했을까? 이유는 그가 젊은 타이거즈 투수들에게 가져다 줄 효과가 분명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타이거즈에서 활동 할 당시 부상을 달고 살았으면서도, 투혼을 보여주었던 모습들은 분명 후배 선수들도 기억하는 장면이다. 또한 팀의 에이스로 성장해야 할 김진우가 많이 따르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재영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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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가운데 최근 최향남(35)이 한국 무대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시즌동안 마이너리그에서 혼신의 투구를 보였지만, 노장이라는 이유로 메이저리그 초대장을 받지 못했던 그가 미국과 일본에서의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 오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자 그의 실력과 경험을 아는 많은 구단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치열한 영입전에 기아 타이거즈도 빠져서는 안 된다. 이유는 있다. 타이거즈는 그의 연고지 팀이자 프로 첫 팀이며, 그가 미국으로 진출하기 직전까지 활동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의 경험들이 타이거즈의 젊은 선수들에게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1년전까지 같이 호흡했던 선수들이기에 재입단 한다면 팀에 적응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항상 새로운 무대를 도전했던 최향남이었기에 국내로 복귀해서도 지금까지 뛰어보지 않았던 팀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요즘 진로 문제로 고민에 빠져있는 김선우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선발 경기를 펼치던 날이었다. TV화면에는 덕아웃에서 팀 동료 데이비드 콘(뉴욕 메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즈 등에서 활약하며 194승을 기록한 투수, 1999년 뉴욕 양키즈 시절, 메이저리그 통산 14번째 퍼펙트 게임의 대기록을 수립)과 나란히 앉아있는 그의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당시 중계방송을 하고 있던 국내 해설위원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서 첫 발을 내딘 ‘풋내기’ 김선우를 향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은퇴가 멀지않은 콘과 함께 할 기회를 얻기 쉽지 않을텐데, 대선수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라며 아쉬워했던 장면이 있었다. 그 해설위원은 '콘'과 같은 경험많은 선수로부터 간단한 노하우라도 전수받았음을 아쉬워 한 것이다.

 과연 내년 시즌 기아 타이거즈 덕아웃에서 '데이비드 콘'처럼 경험 많은 선수가 젊은 선수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