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4:04
4월 29일 스포홀릭 기사


 28일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는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시즌 첫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시즌 3승 15패의 치욕적인 상대 전적이 말해주듯 기아 타이거즈의 선수들과 팬들은 앙갚음을 하기 위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첫 경기를 승리하길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9회말 박한이 선수의 기가 막힌 빨랫줄 같은 송구가 더블 아웃으로 연결되며, 동점에 실패 0-1로 패하고 말았다. 순간, 기아 선수들을 비롯한 홈팀 관중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왜 기아 타이거즈 선수와 팬들은 승리를 원했고, 한 시즌 126경기 중에서 단지 1경기만을 졌을 뿐인데, 왜 선수들과 관중들은 허탈해 했을까? 그 원인은, 바로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알 수 있다.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역전패

 시즌 개막이후 3승 3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던 기아 타이거즈는 4월 12일 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맞이한다. 초반 0-4로 뒤진 기아는 6회말과 7회말 각각 5점과 1점을 추가해 단숨에 6-4 역전에 성공했다. 남은 두 이닝을 잘 막아낸다면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가 8회초 김한수 선수의 1점 홈런으로 1점차로 쫓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기아는 앞서고 있었고, 마운드에는 마무리 신용운 선수가 8회초부터 올라와 있었다.

 운명의 9회초. 2사 1-2루 상황이 되었다. 또 다시 타석에는 김한수 선수가 들어섰고, 그는 1S에서 신용운 선수의 2구를 좌중간 2타점 2루타로 연결시켰다. 6-7 역전. 벤치를 비롯해 홈팀 관중까지 일순간 조용해졌다. 사기가 저하된 기아 타선은 9회말 공격에서 상대 마무리 권오준 선수에게 삼진 3개를 당하며, 상대의 기분 좋은 역전승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의 잘못된 시작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아 타이거즈를 따라다녔다. 남아있던 나머지 주중경기도 무기력하게 모두 패하며, 첫 만남을 3연패로 마감했다. 이날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이전 경기를 포함, 팀은 8연패에 빠졌다.

 귀신에 홀린 듯 대구에서 연이은 역전패

 보름 뒤 양팀은 대구에서 만났지만, 기아 타이거즈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신용운 선수의 눈물 사건(?)까지 발생하고 만다.

 4월 29일 대구에서 주말 3연전 첫 경기가 있었다. 경기는 삼성이 도망가면, 기아가 쫓아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3-6으로 뒤지던 8회초 기아 타이거즈가 저력을 발휘하며, 6-6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연장으로 접어든 승부는 삼성 편이었다. 10회말 1사 만루에서 박석민 선수의 빗맞은 타구가 끝내기 중전 안타가 되면서 경기는 종료되었다. 이 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투수는 신용운 선수였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담담했다. 1년 126경기를 하면서 1패라는 다부진 마음을 가진 것 같았다.

 그리고 4월 30일 같은 장소에서 양팀이 다시 만났다. 기아는 비록 선취점을 내주긴 했지만, 상대 선발 임창용 선수의 부진을 틈타 3회초 대거 4점을 획득하면서 4-1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그러나 삼성은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3, 4회말 1, 2점을 따내며 단숨에 4-4 동점을 만들었다. 치열한 투수전이 전개되었고 전날에 이어 또다시 연장으로 승부가 넘어갔다. 그리고 10회초 기아가 먼저 1점을 따내면서 승리는 기아로 미소 짓는 듯 했다. 10회말 2사 2루에서 양준혁 선수의 2루수 땅볼이 김종국 선수에게 굴러 갈 때만해도, 드디어 기아 타이거즈가 승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승리의 신은 기아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공을 잡은 김종국 선수의 송구가 어이없게 1루수를 빗나간 것이다. 그 사이 2루 주자는 홈을 밟아 동점이 되었고, 후속 심정수 선수의 빗맛은 타구마저 우익수 심재학 선수가 넘어지며 잡으려 했지만 놓치면서, 경기는 또 다시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행운의 승리를 거둔 삼성 선수들은 경기장을 뛰어다녔고, 승리를 지키지 못한 신용운 선수는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아 삼성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던 그 한가운데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사기가 땅에 떨어진 기아 타이거즈는 남은 주말 경기마저 패하며, 팀간 전적 6연패로 빠져들었다.

 반등의 기회에서 또 다시 삼성을 만나다.

 2005 시즌 일정을 보면 눈에 띄는 기간이 있었다. 6월초 있었던 ‘죽음의 9연전’. 이 9연전이 끝나고 난 뒤에는 시즌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상위권에 있던 롯데 자이언츠가 연패에 빠지며 순위가 곤두박질 쳤고, 한화 이글스가 전승을 거두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 순위는 시즌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이런 중요한 기간 기아 타이거즈는 승부수를 걸었다. 9연전을 앞두고 팀은 마침내 탈꼴찌에 성공한 상황이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도 영입했다. 그러나 연전의 첫 상대가 삼성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3경기를 모두 내줬다. 3경기 모두 선취점을 획득한 상태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사기는 땅에 떨어져 한 이닝에 10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결국, 이 3연패가 부담이 되어, 기아 타이거즈는 9연전 이후 다시 꼴찌로 떨어졌다.

 마침내 첫 승을 거두다. 그러나....
 
 한 달만인 7월 5일 다시 삼성을 만났다. 그리고 첫 승리에 대한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전패의 위기에서 7월 1일부터 출장이 가능했던 최향남 선수의 구원 성공으로 7-5 승리를 거두며 9연패를 끊고 가까스로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김진우 선수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완봉패를 당했다. 한편, 삼성과 연전을 펼치고 있던 이 기간 기아 타이거즈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팀내 에이스 역할을 해주었던 외국인 선수 리오스 선수를 방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 소문은 사실이 되었고, 리오스 선수는 김상훈 선수와 마운드에서의 포옹을 보여준 7월 7일 삼성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타이거즈 유니폼을 벗게된다.

 삼성은 정규 시즌 1등, 기아는 창단 첫 꼴찌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른 9월 21일. 이때까지 기아는 삼성과 모두 16경기를 펼쳐 3승 13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여전히 팀은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탈꼴찌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또 다시 삼성 앞에서 무너졌다. 삼성과 남아있었던 9월 21일과 22일 홈에서 두 경기를 모두 패한 것이다. 특히 9월 22일 양팀간의 마지막 경기는 양팀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승리를 거둔 삼성 라이온즈는 신임 선동열 감독에게 부임 첫해부터 정규 시즌 1위를 안겨주었다. 반면, 홈구장에서 상대에게 1위 축하 무대를 내준 기아 타이거즈는 이날 경기를 패함으로써,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꼴찌가 확정되었다. 우승을 9번 차지할 만큼 앞만 보고 달려왔던 팀 역사상 첫 꼴찌의 수모였다.

 이렇게 기아 타이거즈는 2005 시즌 삼성과의 18경기에서 3승 15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15패 가운데 선취점을 뽑거나 앞서있는 상황에서 역전패가 무려 8패나 됐다. 이런 성적을 받게 된 출발점은 승리를 눈앞에 두었던 시즌 첫 경기 역전패로부터 출발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28일 경기에서 기아 선수들과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승리를 간절히 바랬던것이다. 작년에는 한번 두번 패하다가 결국은 3승 15패를 당했다. 그 전철을 올해는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것이고, 첫 경기부터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를 것이다’라는 강한 의지가 1차전에서는 아쉽게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 2005 시즌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 성적(승패는 기아 기준)

<1차전> 4월 12일(화) 삼성  7 : 6 기아 광주  패 (1점차 역전패, 1점차)
<2차전> 4월 13일(수) 삼성 14 : 4 기아 광주  패 (경기 종반 대량실점)
<3차전> 4월 14일(목) 삼성  4 : 3 기아 광주  패 (1점차 패배)

<4차전> 4월 29일(금) 기아  6 : 7 삼성 대구  패 (연장전 1점차 패배)
<5차전> 4월 30일(토) 기아  5 : 6 삼성 대구  패 (연장전 1점차 역전패)
<6차전> 5월  1일(일) 기아  1 : 5 삼성 대구  패 (무기력한 패배)

<7차전> 6월  4일(토) 삼성  8 : 5 기아 광주  패 (역전패)
<8차전> 6월  5일(일) 삼성  9 : 3 기아 광주  패 (역전패)
<9차전> 6월  6일(월) 삼성 12 : 4 기아 광주  패 (역전패, 한 이닝 10실점)

<10차전>7월  5일(화) 기아  7 : 5 삼성 대구  승 (최향남 세이브, 팀간 첫 승)
<11차전>7월  6일(수) 기아  0 : 1 삼성 대구  패 (완봉패, 김진우 완투패)
<12차전>7월  7일(목) 기아  1 : 7 삼성 대구  패 (역전패, 리오스 고별전)

<13차전>7월 22일(금) 기아  1 : 3 삼성 대구  패 (무기력한 패배)
<14차전>7월 23일(토) 기아  5 : 7 삼성 대구  패 (역전패, 한 이닝 7실점)
<15차전>7월 24일(일) 기아  5 : 2 삼성 대구  승 (역전승, 그레이싱어 승리)

<16차전>8월 20일(토) 삼성  1 : 5 기아 광주  승 (역전승, 그레이싱어 승리)
<17차전>9월 21일(수) 삼성  7 : 2 기아 광주  패 (무기력한 패배)
<18차전>9월 22일(목) 삼성  5 : 3 기아 광주  패 (역전패)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