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2:36
2006년 9월 27일 스포홀릭 기사

 프로 야구의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프로 선수들이 뛰고 있는 2군 리그가 지난 9월 22일 조용히 막을 내렸다. 관중들의 환호와 갈채보다는 그들끼리 격려하는 외침만이 운동장에 메아리쳤던 6개월간의 2군 리그를 결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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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2일 마산 공설야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2군팀간의 리그 마지막날 경기모습. 이 경기는 기아 2군의 5-2 승리로 끝이났다.                           ( 사진 = 공짜 )


◆ 2006년 2군 리그, 어떻게 진행되었나?

 지난 4월 11일 3개 구장 경기를 통해 시즌이 개막되었다. 이는 우천 취소로 인해 4월 10일 개막일에서 하루 늦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난 9월 22일 2개 구장 경기를 마지막으로 164일의 숨가쁜 일정을 마무리 했다. 비로인해 많은 경기가 연기되며, 원래 예정된 8월 24일보다 한 달 늦은 시즌 종료였다. 양대 리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2군 리그는 올해 북부 리그가 팀당 76경기씩 228경기를 치뤘고, 남부 리그는 팀당 78경기씩 156경기를 치러 총 384경기를 소화했다. 이중에는 상대리그와 펼친 인터리그 경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2군 리그 성격상 우승이 큰 의미는 없지만 북부리그에서는 상무, 남부리그에서는 한화 이글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월등한 기량을 선보인 상무는 지난 8월 23일 14경기를 남겨두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는 지난 2004년 이후 3년 연속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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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누구?

 투타에서 막강한 실력을 드러내며 다른 팀을 압도했던 상무가 기록면에서도 눈에 뛸만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냈다. 상무는 북부 타격 부문 5위까지 모두 휩쓸고, 다승에서도 5명 가운데 4명이 순위에 포진하는 등 모든 부문을 그들 이름으로 채워 넣었다. 그 중에서도 김상현(상무, LG 출신)과 김대우(상무, 고려대 출신)의 활약은 놀라웠다. 김상현은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부문에서 4관왕에 오르는 등 도루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김대우는 다승 1위, 탈삼진과 평균 자책점에서 2위에 오르며 가장 돋보인 활약을 보였다.
 한편, KBO에서는 아래 주요 부문 수상자 가운데 타격, 홈런, 타점, 다승, 평균자책점 부문에 대해서만 시상(트로피와 상금 50만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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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함께 프로야구 선수협회에서는 지난 20001년부터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매달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이달의 선수상’을 시상해왔다. 올해도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시즌 각 부문 1위를 차지한 선수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이 흥미롭다. 한편 역대 수상자 가운데에는 서한규(현대, 2001년 7월), 조동찬(삼성, 2003년 7월), 권혁(삼성, 2003년 7월), 오태근(LG, 2005년 6월), 고영민(두산, 2005년 7월)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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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2006년 2군 리그에서는 어떤 일들이 주목을 끌었을까?

■ 경찰청의 리그 가세

 올 시즌 2군 리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끈 것은 신생 ‘경찰청’ 야구단의 리그 참가였다. 경찰청의 가세는 리그에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부분은 전체 경기수 증가였다. 올해는 지난해 342경기에서 42경기가 늘어난 384경기를 소화했다. 그리고 북부리그는 홀수(5)팀에서 짝수(6)팀으로 리그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와 함께 라이벌 구도가 없었던 2군 리그에서 ‘경찰청’과 ‘상무’의 경쟁구도 형성은 새로운 볼 거리였다.
 다만 신생팀이라는 핸디캡과 절대적인 선수 부족으로 무시무시한 존재로 부상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 같은 처지의 상무가 33명인데 비해 25명의 선수로 시즌을 버틴 것은 투혼에 가까웠다. 이로 인해 리그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상무와의 맞대결은 경찰청의 일방적인 열세(1무 11패)로 끝이났다. 그럼에도 SK 와이번스를 제치고 최하위를 벗어난 것은 큰 성과였다.

■ 2군 리그 사상 첫 중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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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군 리그는 1990년부터 시작되었지만 낮은 관심도로 인해 지금껏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어 왔다. 그렇게 외면받기를 16년. 마침내 2006년 들어 2군 리그의 모습이 팬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것은 한 케이블 스포츠 채널(mBC-ESPN)이 16년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2군 경기를 중계방송 해주었기 때문이다. 방송사, KBO 그리고 구단이 함께 경기가 없는 월요일로 일정을 조정해가면서까지 이뤄낸 중계였다. 방송사 사정과 운동장 시설 미비로 매주 중계는 불가능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6경기가 선을 보인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는 1회성 이벤트 행사가 아닌 꾸준한 관심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도 과거에는 무관심속에서 목적 없이 운동을 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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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군 전용 경기장 마련

 기존 2군 경기는 1군이 원정 경기를 떠났을 때를 이용해 그곳에서 경기를 갖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삼성의 경산 볼 파크와 현대 유니콘스의 원당 ‘쇠똥 냄새’ 효과 등으로 프로야구 구단들도 2군만을 위한 구장을 갖으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한화 이글스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그 모습을 완성시켰다.

 먼저 두산 베어스는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베어스 필드를 작년 12월 개장하고, 올해부터  2군 홈경기를 치러냈다. 기아 타이거즈도 작년까지는 1군과 함께 무등 경기장을 사용해왔으나, 올해는 기존 전남 야구장을 개보수 시킨 함평 야구장에서 시즌을 보냈다. 특히 기아는 유일하게 군소재지에 홈구장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롯데는 사직구장의 천연 잔디화로 2군이 마산으로 홈구장을 이전했고, SK는 기존의 드림파크가 부지 사용기간 만료로 인해 철거됨에 따라 도원 구장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있었다. 한편, 올해 새로 리그에 참여한 경찰청은 홈구장 없이 우울한 한 시즌을 보냈다. 이유는 벽제 구장의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외딴곳(횡성 민족사관고)까지 가서 경기를 하거나 다른 팀 구장에서 홈팀 옷을 입고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이러한 1군과 2군의 독자적인 구장 확보가 가져온 눈에 뛸 만한 변화는 동일 구단의 1,2군 팀이 인근 지역에서 경기 개최가 가능해져, 엔트리 등록과 말소와 같은 신속한 선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만든점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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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2군 리그에 대한 아쉬움

 해가 갈수록 구단이나 팬들의 2군 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마이너리그’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는 미국 프로야구의 영향력이 크다. 모두들 우리의 2군 리그가 ‘마이너리그’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많은 부분 닮아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형태만 유지하고 있을 뿐, 실제 환경은 열악하고 시스템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2군 경기는 1군 경기보다 정보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렇다 보니 KBO나 해당 구단 홈페이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정보가 제각각이며, 이마저도 틀리다면 어떡할 것인가? 대표적인 것이 ‘그들만의 경기 시작 시간’이다. 2006 시즌을 본다면 KBO가 안내하는 시간 대부분은 틀린 정보였다. 해당 구단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경기를 벌이는 팀들 편의에 의해 경기 시간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지만, KBO나 해당 구단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변경 사항을 충분히 수정하고 공지한다면 유연하게 해결될 문제였다. 그러나 6개월 동안 이런 모습은 눈 씻고 찾아 볼 수가 없었다.

 2군 리그도 프로 스포츠다. 그 곳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프로 선수들이다.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있을 수 없다. 2군 선수들도 팬 앞에서 경기를 뛸 자격이 있다. 그 기회를 KBO나 구단이 차단해서는 안 된다. 2군 리그를 보고 소위 ‘그들만의 리그’라고 한다. 이러한 사소한 움직임도 마다한다면 그 멍에는 지울 수 없을 것이다. 2007년 2군 리그가 올해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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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