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01:11
 2006년 4월 9일

전병두 선수, 절대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

 

기아 타이거즈 팬들이라면 1년 전 4월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신용운 선수도...

4월 29일 대구에서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4차전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신용운 선수는 삼성 박석민 선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이때만 해도 그는 마운드를 내려오면서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주위 코치와 선수들이 그를 위로하기에 애썼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4월 30일 똑같은 장소, 똑같은 상대팀을 맞아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심정수 선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그는 마운드에 주저앉았고, 삼성 선수들이 기쁨의 세레모니를 하고 있던 그 한가운데에서 그는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었다.

그 이후 신용운 선수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마무리 자리를 윤석민 선수에게 내주게 된다. 급기야 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코칭 스탭은 선발 전환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지만 색다른 경험만 간직할 뿐이었다. 결국 신용운 선수는 몇 년간 누적되어온 투구에 대한 피로로 인해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고 수술을 받았다.

시즌 개막전으로 펼쳐진 8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김진우 선수를 구원해 등판한 젊은 투수 전병두 선수가 제이 데이비스 선수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하는 순간, 1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그날부터 시작해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부 기아 타이거즈가 뒤집어 쓴 듯한, 그런 암울한 느낌이 2006 시즌 개막전 역전 홈런을 맞는 순간 다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 시나리오 악역의 역할을 전도유망한 젊은 투수 전병두 선수가 배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시즌 개막 전만해도 국가대표 막내로서 WBC 참가의 영광과 4강 달성에 일익을 담당한 멤버로서, 자긍심이 하늘을 찌른 그였다. 더군다나 병역 혜택까지 받았기 때문에 이제 그는 오로지 야구만 생각하고 전념하면 되는 선수가 되었다. 이런 꿈만 같은 변화가 어리둥절하겠지만, 달라진 그의 위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곳이 마운드며, 그 마당이 2006 프로야구 시즌이라는 점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도 개막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감이 개막 첫날, 첫 등판부터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팀의 패배로 직결되는 역전 홈런이 되었으니, 그 충격은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동료들과 팬들의 비난이 그의 앞을 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우려대로 그는 마운드에서 내려간 다음, 벤치 구석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앉아있었다.


그러나 전병두 선수!! 절대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

그의 야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로서 남은 날보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은 선수가 바로 그다. 이날 경기 내용을 통해서 자신감을 잃어버리지 말고,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아웃을 잡아내겠다는 집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전병두 선수 그 자신은 기아 타이거즈 팬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빚이 남아있는 선수다. 그 빚이라는게 무엇인가? 작년말 구단의 지원으로 ‘플로리다 인스터럭셔널리그’에 참가했기 때문에 뭔가 보여주어야 하는 빚인가? 아니면 올해 WBC 4강 혜택으로 인해 병역 혜택을 받았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빚인가? 물론 이것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앞선 빚을 그는 청산해야 한다.

전병두 선수는 지난 7월 리오스 선수가 두산으로 트레이드 될 당시 맞상대로 지목되어 기아 타이거즈로 넘어온 선수다. 당시 전병두 선수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리오스 선수가 기아 타이거즈에 끼친 영향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기에, 트레이드 상대가 누가 되든지 상관하지 않고, 기아 팬들은 리오스 선수에 대한 트레이드에 강력한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런 분위기와 리오스 선수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상황에서 그는 트레이드에 연루가 되며,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된다. 어린 선수가 트레이드로 인해 낯선 환경의 새로운 소속팀 유니폼을 입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며, 더군다나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트레이드에 대한 여론으로 인해 더욱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기아 마운드에서 취약한 왼손 투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고, 급기야 올해 국가 대표에 뽑히는 영광까지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리오스 선수가 떠나고 이동해 온 선수인 만큼, 그 자신 스스로가 리오스 선수가 이룩한 업적과 팬들에 대한 사랑을 뛰어 넘어 “이래도 내가 리오스 보다 못해?”라는 오기의 빚이 있다는 것이다. 이 빚을 반드시 전병두 선수는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금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 다시 당당하게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투구하는 그의 모습을 바로 다음경기에서 지켜보길 기대해 보겠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