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3. 00:43
[ 함평 야구장, 첫 시즌을 맞아 ] - 4월 13일 작성

 2006 시즌 프로 야구 2군 리그가 소리 소문없이 개막되었다. 화려한 행사를 통해 4월 9일 개막한 1군 리그에 비해, 2군 리그는 4월 11일 경기를 시작으로 개막되었다. 애초 개막은 4월 10일이었고, 놀랍게도 TV 중계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2군 경기가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경기가 개막전이 되었다.

 한편, 기아 타이거즈 2군팀은 삼성 라이온즈 2군팀과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올해 처음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지는 전남 함평 야구장에서 3연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날 경기가 비로 인해 취소가 되었고, 둘째날 경기는 맑은 날씨이었음에도 운동장 사정으로 취소가 되었다. 천만 다행으로 셋째날 경기는 전날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되었음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정상적으로 개막전을 치를 수 있었다. 경기는 1회초 강봉규 선수의 만루 홈런등으로 경기 초반 10-0으로 앞서 나간 삼성 라이온즈가 기아 타이거즈를 11-3으로 물리쳤다. 승리투수는 몇 일전 2군으로 강등된 안지만 선수, 패전투수는 선발 곽정철 선수였다.


▲ 함평군과 기아 타이거즈의 만남, ‘함평 타이거즈’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 시즌 기아 타이거즈 2군팀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될 함평 야구장은 많은 야구팬들에서 낯선 경기장이다. 아직도 많은 야구팬들은 광주 무등 경기장에서 예년처럼 1군이 원정을 떠날 때, 경기장을 사용하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기아 타이거즈와 전남 함평군이 전략적 제휴를 맺어 올해부터 이 곳에서 2군 경기를 치르기로 서로 협의를 맺었다.

 함평 야구장. 이름 그대로 전라남도 함평군에 위치한 야구장이다. 그러나 함평 군민들에게 ‘함평 야구장’이 어디냐고 질문을 하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게 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곳은 원래 전남 야구장으로 불리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지어져 주로 사회인 야구팀을 위한 용도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 함평군이 스포츠 파크를 통해 지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많은 외부 손님들을 유치한 남해군을 벤치 마킹하고, 마침 1군과 2군의 운영을 차별화 하려고 고심하던 기아 타이거즈와 뜻이 통해 시설에 대한 개선과 경기장을 사용한다는 조건을 서로 교환함으로서 올해부터 함평야구장으로 이름을 변경하게 된 것이다. 또한, 양측은 야구장 근처에 위치한 나비 베이스 타운과 실내 야구연습장을 선수단의 연습과 합숙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기아 타이거즈 2군의 연고지는 함평군으로 이전한 것과 다름없게 된 것이다.

 함평 타이거즈. 낯설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지난번 글(4월 10일 게재한 '그들만의 리그, '06 2군 리그 개막' 참고)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2군 제도도 1군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단계가 확실한 연고지 분리를 통한 독립적인 팀 운영이다. 고무적인 것은 기아 타이거즈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팀들이 이런 식으로 독립해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기아 타이거즈는 늦은 선택이었지만, 의욕적으로 올해부터 시작한 제도인 만큼 함평에 뿌리를 잘 내려 새로운 지역 연고팀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그들만의 리그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함평군과 기아 타이거즈는 이 곳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에 대한 홍보가 많이 부족하다. 광주에서 2군 경기에 대한 팬들의 성원을 기대하기 힘든게 사실인데, 그 곳을 벗어나 스포츠 경기를 경험하기 힘든 지역으로 이동해서 경기를 갖는다는 것은, 비록 2군 경기지만 함평군이나 기아 타이거즈나 잠재적인 야구팬들의 야구장 방문을 내심 기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노력을 위한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함평군이나 기아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2군 경기에 대한 안내와 구장 소개 등은 찾을 수가 없다. 그나마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에서는 소식을 접할 수 있으나, 짤막한 단신으로만 전해질 뿐이다.

 함평에서 뿌리를 잘 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도록 방치를 해서는 안 된다. 광주에서 2군 경기가 펼쳐졌던 작년까지는 아무의 관심도 없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함평군이나 구단측에서 이 곳이 기아 타이거즈 2군의 홈구장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손님들을 함평군으로 끌어 모으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함평군은 ‘나비 도시, 함평’ 이외에 ‘야구 도시, 함평’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 낼 것이고, 기아 타이거즈는 얼마 되지 않는 관중이라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관중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가져와, 양 측 모두 윈-윈 효과를 이끌어 낼 것이다.

 프로 스포츠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함평군과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기아 타이거즈나 올 해가 원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혼란스럽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부디 함평 타이거즈가 이 곳에 뿌리를 잘 내려, 지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팀으로 성장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여기에서 뛰는 2군 선수들은 이 곳이 절망의 땅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축복의 땅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어, 한국 프로야구 스타의 산실은 함평이라는 공식을 성립해 나가길 바란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