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2. 02:58

 타이거즈와 이글스의 맞대결이 펼쳐진 지난해 8월 21일 광주 무등야구장. 1-4로 뒤진 타이거즈는 8회말 1점을 따라 붙으며 이글스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상황은 무사 2-3루 역전찬스까지 이어졌다. 타석에는 거포 최희섭. 자연스럽게 이글스 외야수들은 뒤로 물러서며 깊숙한 수비 위치를 선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변화구를 툭 갖다댄 최희섭의 타구는 중견수 앞쪽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포물선을 그렸다. 당연히 김수연(이글스 중견수)은 안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를 한 뒤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일은 벌어졌다. 자연스럽게 미끌어질것을 예상했는지 몸을 날렸지만 무등 야구장 인조잔디의 강한 마찰력에 몸이 그대로 쳐박히면서, 그 반동으로 딱딱한 바닥에 얼굴을 정면으로 부딪혔던 것이다. 충격을 받은 김수연은 한동안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를 않아 걱정을 자아냈으나, 잠시 뒤 스스로 일어나면서 지켜보고 있던 모든이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부축을 받으며 덕아웃으로 향하던 김수연은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천연 잔디나 고급 인조 잔디에서 선수들은 다이빙 이후 몸이 미끄러지도록 운동장에 몸을 맡긴다. 이는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한 교과서적인 플레이다. 일부러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설치된 광주 무등야구장 인조 잔디는 선수들이 맡기는 몸을 철저히 거부해왔다. 특히 해가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소위 카페트 잔디.

 이를 가장 잘 아는 타이거즈 선수들은 이를 눈치채고 언제부터인가 몸을 날리는 것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근성있는 플레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 나온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무등 야구장이 익숙하지 않은 방문팀 선수들은 자신들의 홈구장과 같겠지라는 당연한 생각으로 몸을 날렸다가 김수연 선수처럼 큰 화를 입곤했다.

 2006년 5월 7일 콜리어(당시 이글스 2루수)는 3회말 장성호의 안타성 직선 타구를 몸을 날리며 잡아내는 명장면급 호수비를 펼쳤다. 놀라운 장면이었다. 여기에는 수준급 수비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과연 어떻게 무등 야구장 인조 잔디위에서 과감하게 몸을 날릴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콜리어는 곧바로 부상으로 교체되고 말았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커서 이후 1군 제외와 재활을 거쳐 다시 경기에 나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5월 30일 경기 출장)이 필요했다.

 2007년 6월 19일에는 팀의 키스톤 콤비가 모두 부상의 피해를 입는 장면도 나왔다. 이날 유격수로 나온 김민재(이글스)는 4회말 자신의 머리위로 넘어가는 이현곤의 안타성 타구를 껑충뛰어 잡아냈으나 착지하는 과정에서 손목에 부상을 입었고, 5회말 2루수 한상훈(이글스)은 이재주의 안타성 타구를 잡기위해 몸을 날리는 과정에서 역시 손목에 타박상을 입고 말았다. 그 결과 김민재는 다음날 경기에 결장했고, 한상훈은 경기 중반이후 투입되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부상의 피해자였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인데, 이제 올 시즌부터 이글스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은 이런 걱정을 조금은 덜어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무등 야구장의 인조 잔디가 새로운 형식의 인조 잔디로 교체가 되어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에게 선 보일 준비를 모두 마쳤기 때문이다. 10여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난 1월 중순부터 3월초까지 이어진 작업의 결과다.

 새로운 잔디는 시범 경기 기간인 13일(목)부터 21일(금)까지 8 경기를 통해 미리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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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시즌을 앞두고 인조 잔디 교체 공사가 끝난 광주 무등야구장 모습




          ● 새로운 잔디를 만나기전에 악명 높았던 무등 야구장의 '카페트 인조잔디' 되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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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눌려 붙을만큼 눌려서 탄력을        ◎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 비가 조금만 와도 고이는건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잔디 상태          경기 전 물을 꼭 뿌려야한다                물방개 시절이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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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환경에서 선수들은 연이어 쓰러졌다.(왼쪽 : 이용규, 오른쪽 : 홍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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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2006년(왼쪽)과 2007년(오른쪽) 무등 야구장에 걸린 팬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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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못하지만 선수들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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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등 야구장의 새로운 인조 잔디 구경 하기(부제 : 변화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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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초 인조 잔디 관련 자제가 야구장 앞에서 공사를 앞두고 쌓여 있는 모습. 인조 잔디 교체가 현실화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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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트'는 이제 안녕...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