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1. 01:05
10월 10일 선수협회 기사


 지난 4월 6일 개막 이후 알게 모르게 170일 동안을 달려온 2007 2군 리그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2일 삼성과 롯데의 경산 경기를 마지막으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올해 2군 리그는 전년에 비해 증가된 경기수와 비연고지(남해, 춘천)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등 예년과 다른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던 시즌이었다. 특히 그 동안 선수협회가 꾸준히 제안했던 2군 올스타전이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것은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2군 리그도 전체적으로는 ‘그들만의 리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항상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되는 1군과 달리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가운데 펼쳐졌던 2007 2군 리그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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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21일 기아와 두산 2군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함평 야구장


◆ 2007 2군 리그 어떻게 치러졌나?

 2군 리그는 기존 8개 구단과 상무, 경찰청이 포함되어 모두 10개 팀이 참가한다. 그리고 1군 리그와 달리 남부(기아, 롯데, 삼성, 한화)와 북부(경찰청, 두산, 상무, 현대, LG, SK)로 나뉜 양대 리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남부리그는 18경기, 북부리그는 12경기를 동일 리그 팀과 펼쳤고, 타 리그팀과도 인터리그 6경기를 각각 치르면서 최종적으로 남부는 90경기, 북부는 84경기를 소화했다. 이는 지난해 경기 수(남부 78경기, 북부 76경기)보다 많아진 수치였다.

 이처럼 증가된 경기수를 소화하고 지난해 우천연기로 막판까지 늘어진 일정을 빨리 소화하기 위해 2군 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1군과 동시 개막을 했다. 하지만 8월 이후 계속 내린 비의 영향으로 1군처럼 우천취소 경기가 속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추석 연휴에도 2군 경기를 치를 뻔 했으나 연휴 전날이자 지난해와 똑같은 9월 22일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2군 리그가 막을 내렸다.


 ◆ 북부는 상무의 독주, 남부는 롯데의 역전 우승

 우수한 선수를 발굴 육성해서 1군으로 승격시켜야 하는 2군의 임무를 생각한다면, 2군 리그에서 나온 승패와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이런 가운데 북부리그는 상무가 개막이후 14연승(1무 포함)을 달리는 등 시즌 내내 1위를 지킨 가운데 마지막 4경기를 남겨놓고 여유 있게 4년 연속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반면 남부리그는 2군 리그 최종일까지 가서야 우승팀이 확정되었다. 당초에는 시즌 내내 2위 팀과 4~5게임차를 유지하며 앞서나간 기아의 우승이 점쳐졌지만, 8월 이후 연패에 빠진 사이 2위 롯데가 간격을 좁혔고, 급기야 마지막날 경기에서 롯데가 순위를 뒤집고 남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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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아마추어 대회임에도 지난 2004년부터 프로 2군 팀들이 참가하고 있는 제57회 종합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현대가 LG를 연장전 끝에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 최형우의 타격 7관왕

 올 시즌 개인 기록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는 최형우(경찰청, 우익수)를 꼽을 수 있다. 타격 각 부문 순위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KBO가 공식적으로 시상을 하는 타격, 타점, 홈런(공동) 3관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최다안타, 2루타, 볼넷, 장타율까지 무려 7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군 리그에서 5개 부문(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볼넷)에서 1위를 차지했던 김상현(현 LG, 당시 상무)보다도 더욱 ‘괴물’같은 결과다. 

 지난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2차 6순위로 입단한 최형우는 공격형 포수로 큰 기대를 모으며 성장했지만, 2005년 시즌이 끝나고 충격적인 방출 통보를 받고 야구를 중단할 위기에서, 마침 새로 창단한 경찰청 야구단 입단으로 병역 해결과 함께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결과를 올 시즌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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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당근

 프로 리그가 아마 리그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실력에 걸 맞는 기량을 발휘 했을 때 합당한 보상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1군만 보더라도 KBO와 구단 뿐 아니라 각 언론사와 후원 업체 심지어는 팬클럽에서도 선수들에게 각종 상금과 트로피를 수여 하는 등 상이 넘쳐나고 있다.

 반면 2군 리그는 똑같은 프로 선수임에도 열심히 던지고 치고 달려도 그 결과에 해당하는 상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KBO가 시즌 종료 후 일부 타이틀(타격, 홈런, 타점, 다승, 평균자책점) 수상자에게 시상하는 상과, 선수협회가 지난 2001년부터 매달 4명의 선수들에게  꾸준히 시상해 오고 있는 ‘이달의 선수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남해 인터리그 종료 후 우수타자와 투수를 뽑아 시상했고, 2군 올스타전 대회를 통해서도 선수 선발과 함께 최우수상과 같은 수상자를 배출해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무관심속에서 묵묵히 운동하는 선수들에게 이러한 당근책이 늘어난다는 것은, 2군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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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클링 히트’를 쳐낸 추승우

 지난 6월 16일 구리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기록이 수립되었다. 주인공은 LG의 6년차 내야수 추승우. 그는 이날 경기에서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한경기에서 모두 기록해야만 가능한 ‘사이클링히트’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26년 역사의 1군에서도 단 12차례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쉽지 않은 기록인 점을 감안하면, 비록 2군 경기였지만 대단한 기록이었다. 추승우의 이번 기록 외에 그 동안 2군 리그에서 주목받을 만한 기록으로는 지난 2001년 김희걸(당시 SK)과 2005년 고우석(당시 상무)이 기록한 노히트노런이 있었다.

 한편, 추승우는 이후 기록 달성의 영향 때문인지 정확히 열흘 뒤에 올 시즌 첫 1군 승격의 기쁨도 누렸지만, 단 한 타석 출장에 만족하며 사흘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오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 경찰청, 상무 상대로 첫 승

 승패가 의미 없는 2군 리그에서 그 동안 라이벌 관계를 찾기란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경찰청이 2군 리그에 합류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 상무에 이어 같은 성격의 팀이 또 하나 탄생했기 때문이다. 야구계 주변에서도 이들 두 팀이 침체된 2군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지난 시즌 현격한 실력차를 보이며 그 꿈이 무너지고 말았다. 12경기에서 1무 11패의 참담한 성적. 실제로 경찰청은 2006 시즌을 앞두고 급하게 만들어진 팀이다 보니 선수구성이나 조직력 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전망 역시 어두웠다. 손시헌, 박병호, 조태수와 같은 우수한 선수들을 새로 영입한 상무와 달리 경찰청은 내부 사정으로 새로 영입한 선수 없이 창단 멤버 그대로 올 시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즌 초반 5경기에서 1무 4패로 열세에 놓였다.

 하지만 6월 5일 벽제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5대3 역전승을 거두며 무려 18경기만에 상무 전 승리의 기쁨을 맛본데 이어, 다음날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거두는 수확을 보았다. 그리고 상무의 홈구장에서도 승리를 거두는 등 상대전적에서는 비록 열세였지만 모두 12경기에서 3승 1무 8패의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 벽제 시대 개막

 경찰청 야구단은 2군 리그에 가세한 지난해 실질적인 홈경기를 단 한경기도 치를 수 없었다. 그것은 홈구장인 벽제 야구장이 당장 실전 경기를 치르기엔, 그라운드 사정이 아주 미흡했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팀들의 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르기도 하고, 심지어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 야구장에서 경기를 갖기도 했다. 안 그래도 객관적인 선수 구성이나 조직력이 뒤쳐진 상황에서 구장 사정으로 인한 이동의 번거로움은 팀이나 선수들에게 좋을 게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첫 홈경기였던 4월 10일부터 한 시즌 내내 벽제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바로 팀 성적과 선수들의 기록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할을 넘지 못했던 팀 승률은 올해 5할을 가뿐히 넘기며, 팀 순위를 4위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크게 일조했다. 또한 지난해 단 한명의 1위 수상자도 배출해내지 못했지만, 올해는 무려 4명(최형우, 곽용섭, 조용원, 이석만)의 1위 선수를 배출해 냈다.  

 하지만 이러한 향상 뒤에는 ‘한국판 쿠어스 필드’라고 불릴 만큼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의 영향도 컸음을 부정할 수 없다.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다보니 많은 홈런이 양산되었고, 그 결과 벽제에서 열린 42경기 가운데 무려 40경기에서 홈런이 나왔고, 그 가운데에는 무려 세 번이나 양 팀 합쳐 11개의 홈런 쇼가 나온 경기가 펼쳐졌다.


 ◆ 춘천과 남해, 비 연고 지역 경기 개최

 올 시즌 2군 리그가 이전에 비해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라면, 비 연고지역인 춘천과 남해에서 경기를 개최했던 것이다. 당초 시즌 시작 전만해도 남해 경기만 예정되었으나 뒤늦게 춘천 경기가 성사되면서, 2곳에서 사상 첫 비 연고지역 2군 경기가 열리게 되었다.

 그 동안 야구에 소외되어 있었던 강원도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던 춘천 경기는 프로 야구 8개 구단 2군 팀들이 한 번 이상 선을 보일 수 있도록 4, 6, 7, 8월 네 번에 걸쳐 모두 12경기를 계획했다. 그러나 우천 취소와 장비 고장으로 일부 경기가 취소되며 아쉽게  7경기만 선을 보이는데 그쳤지만, 강원도 야구팬들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뜨거운 성원은 7월에 춘천 의암 야구장 개장이후 첫 야간 경기를 가능하게 했고, 사상 첫 2군 올스타전을 춘천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춘천 경기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면, 남해 경기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던 무대였다. 상무와 경찰을 제외한 8개 팀들이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2군 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장소에 모여 인터리그 방식으로 총 21경기를 소화했던 남해 경기는, 리그가 나누어 열리는 2군 리그 특성상 지금까지 상대 리그의 팀과 선수단과 접촉할 기회나 정보 교류가 없었던 단점을 해소하며 2군 야구 발전을 논할 수 있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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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27일 남해 인터리그가 열린 남해 스포츠파크 야구장


 ◆ 사상 첫 2군 올스타전 개최

 관중들로 북적거린 경기장, 그리고 곳곳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환호성. 단 한 번도 주목받을 기회가 없었던 2군 선수들에게 이날은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1990년 2군 리그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2군 퓨처스’ 올스타전이 7월 18일 춘천 의암 야구장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남부와 북부리그에서 각각 20명씩 총 40명의 미래 유망주들이 나선 이날 경기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주루 플레이와 몸을 아끼지 않은 수비를 선보였고, 이에 관중들은 이름도 낯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며 힘을 실어주었다.

 경기 직전 올드 스타와 연예인 야구 팀 간의 친선 경기와 경기 중간 홈런 레이스가 펼쳐 지는 등 볼거리도 제공했던 이날 2군 올스타전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년을 기약하지 못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가운데 막을 내려진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야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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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18일 2군 퓨처스 올스타전 종료 후 개인 부문 시상식 장면


 ◆ 연예인 경기에 밀린 2군 경기

 지난해 2군 리그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한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사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2군 경기를 사상 처음으로 중계한 것이다. 많지는 않았지만 6경기가 안방에 전달되었고, 그 중 4경기는 생중계로 선보이며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올 시즌 안방에는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2군 경기 중계가 단 한경기도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그 자리를 연예인 리그가 채우고 있었다. 꾸준히 방송을 탔던 연예인 리그에 2군 리그가 밀린 것은 팬들이나 선수들에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현재 2군 야구장의 시설 문제로 중계가 쉽지 않은 점과 방송사라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낮은 시청률의 현실 속에서 분명 2군 경기 중계는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보였던 의욕적인 모습이 결과적으로는 1회성 이벤트 행사로 그쳤다는 점은 열악한 조건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의 힘을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