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5:53
2007년 3월 30일 스포홀릭 기사


 정말 어려운 결정을 기아 타이거즈가 내렸다.

 기아 타이거즈는 29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파 복귀 선수 우선 지명 대상자로 김병현(콜로라도)과 최희섭(탬파베이 트리플A)을 놓고 저울질 한 끝에 최희섭을 지명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왼손 거포가 필요한 팀 사정과 국내 무대에서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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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희섭의 미국 프로야구 성적 (1999~2006)

   좀 더 이른 국내 복귀가 가능한 최희섭

 사실 타이거즈의 최희섭 선택은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그것은 김병현과 최희섭 가운데 현실적으로 빠른 국내 복귀가 가능한 쪽이 최희섭이었기 때문이다.

 김병현은 얼마 전 선발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충분히 주전이 가능한 선수이다. 실제로 얼마 전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를 탐내는 구단이 많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김병현은 지금 당장 지명을 해도 언제 팀에 입단할지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6년간 5개 팀의 유니폼을 입어야 했을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심어주지 못한 최희섭은 김병현보다는 좀 더 빠른 국내 복귀가 점쳐졌다. 특히 지난 23일(한국시간)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면서 이 추측은 더욱 신빙성을 얻었다. 그는 이미 한 달 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면 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겠다.”라고 밝힌 터였다. 참고로 최희섭은 마이너리그로 떨어질 경우, 조건 없이 팀을 떠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타이거즈에게 절실한 거포형 타자 최희섭

 지난 몇 년간 타이거즈에는 3대 부재가 있었다. 좌완, 마무리 그리고 거포 부재. 이 중 거포 부재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그동안 타이거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수(2002년), 박재홍(2003년), 마해영(2004년)을 영입했지만 그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팀 타선은 ‘3점 이상은 승리, 2점 이하는 패배’라는 공식을 만들 정도로 무기력한 타격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거포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래리 서튼을 영입했다. 그는 지난 2005년 홈런왕 출신이다.

 하지만 연습/시범 경기를 통해서 ‘서튼 영입’ 효과는 나오지 않았다. 서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아니라, 서튼 다음에 나서는 5번 타자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재주, 조경환, 홍세완 등이 나섰지만 모두 기대 이하였다. 상대 투수들은 껄끄러운 서튼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수월한 5번 타자와 승부하려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투수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결론지어졌다.

 이렇다 보니 서튼 영입에도 불구하고, 타력은 지난해에 비해 나아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기아 타이거즈가 ‘장성호-서튼’ 다음에 이어질 무게감 있는 타자를 원한 건 당연했고, 이 적임자로 최희섭을 선택한 것이다. 기존에 있던 선수와 포지션이 겹치고, 최희섭이 중심 타선에 들어서면 팀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좌-좌-좌’ 라인이 탄생하게 되는 약점이 있음에도 최희섭을 선택한 것은, 그 만큼 현재의 기아 타이거즈 타선에 무게감 있는 거포가 없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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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황에 따라 예상해 본 2007년 기아 타이거즈 중심 타선.


 김병현과 최희섭. 기아 타이거즈 구단은 두 명을 놓고 엄청난 고민을 했음은, 보지 않고도 충분히 예상되는 장면이다. 마음 같아서는 선택의 고민 없이, 두 명 모두 지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기아 타이거즈는 마침내 최희섭을 선택했다. 과연 올 시즌 최희섭은 기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뛸 것인가? 이제는 최희섭의 대답만이 남아있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