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4:17
2006년 5월 17일 스포홀릭 기사


 지난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는 박찬호가 선발 등판하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박찬호가 투타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구원 투수들의 난조로 승수 추가에 실패하고, 팀도 연장전끝에 지면서 경기는 2시간 47분만에 아쉽게 끝이났다.

 깔끔했던 박찬호 선발 경기와 한국 야구 실태

 우리는 이 경기가 연장 혈투였음에도 3시간이 되기전에 끝난점에 주목해야 한다. 20개의 안타, 8명의 투수 교체 그리고 연장전 승부까지 성의없는 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경기내용이었다. 특히 7회말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문제로 5분 넘게 경기가 중단되는 보기드문 상황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정규이닝 9회를 마친 시간은 2시간 10여분이었고, 연장전을 마치고도 소요된 시간은 불과 2시간 47분이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경기가 시작되고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사이가 되면, 그때서야 5회말이 끝나고 클리닝 타임을 갖는게 보통이다. 그리고 치열한 승부로 인해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 진행 속도는 더욱더 늘어진다. 이로인해 보통 3시간에서 3시간 30분 가량의 소요 시간을 보인다. 정규 이닝 9회를 마쳤을 때를 말한다. 만약 연장전으로 넘어가면 4시간이 넘는건 각오해야 한다.

 왜 메이저리그와 똑같은 야구 경기를 하면서도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진행 속도는 느린 것일까? 제도적으로 경기 진행을 느리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메이저리그보다 더 빠른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 5회말이 끝나고 클리닝 타임 때 오래 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수교대 시간도 짧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관중들을 위한 체조 시간 등 갖출 건 다 갖추고도 여유 있는 경기 진행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방송사 수익 창출을 위한 TV나 라디오 광고 시간 제공을 위해, 공수 교대 시간도 우리보다 길다. 우리나라는  미리 투아웃부터 투수가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라와 투구로 이어지는 반면, 메이저리그는 타자들 공격시에 투수들은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뒤 공수교대 시간에 연습 투구를 하는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보다 더욱 짧은 경기 시간을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선수들의 경기 내용에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불필요한 동작들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문제점 1. 타석을 벗어나는 타자의 행위
 우선 타석을 벗어나는 행위는 언제부터인가 노련한 타자라면 반드시 보여주어야 할 행동으로 권장(?)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많은 타자들이 긴박한 상황과 관계없이 타석을 벗어나는 행동을 많이한다. 물론 잠깐 벗어나는 행동과 경기 시간에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번의 이런 행동들이 모아지면 제법 긴 시간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타자들의 이런 행동이 있고 난 뒤에는 투수들도 심리적인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바로 다음 투구동작에서 투수판을 벗어나거나 1루에 견제구를 던지는 행동이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결국,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갖춰진 것이다.

■ 문제점 2. 타자와 3루 코치간, 빈번한 작전 교환
 작전 교환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 야구 중계방송에서 타자와 3루 코치간 작전 교환 장면이 유난히 많다는 점에서 출발할 수 있다. 감독과 코치, 타자로 연결되는 시간도 길고, 동작도 많다. 이 동작이 한번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공 한 개, 한 개 마다 새로운 작전이 부여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자와 3루 코치간 작전 교환 장면이 많지 않다. 있다하더라도 중계 카메라가 오랫동안 보여줄 만큼 길지 않고 간결하다.

 이 문제로 인해 지난 5월 13일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경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1-2로 뒤진 기아의 7회초 공격. 대타로 나온 선두 김상훈이 안타를 치며 동점을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서브넥이 들어섰고, 여느 때처럼 코치와 긴 작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는지 3번에 걸쳐 싸인이 반복해서 이어졌다. 결국, 그는 공을 쳐보지도 못하고, 한규식으로 교체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상대팀의 작전을 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던 삼성 선발 브라운이 짜증 섞인 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오해가 될 만한 상황으로 이어져, 김종윤 코치와 브라운을 중심으로 양팀 모든 선수가 마운드에 모이는 험악한 일이 발생했다. 이런 모습이 익숙치 않았던 외국인 선수를 통해, 긴 작전 전달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례였다.


■ 대안 1. 타자의 타석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일체 금지
 타석에서 벗어나는 행위에 대한 문제는, 타자로 하여금 해당 행동 자체를 일체 금지시켜야 한다. 투수들의 빠른 투구 유도가 선결과제지만, 그보다 타자에게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타임’을 외치는 권한을 주어서는 안 된다. 메이저리그처럼 주심 스스로가 ‘타임’을 불러 경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타자는 투수의 투구에만 신경을 써야지, 경기 진행까지 관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혼신의 투구를 위해 힘을 잔뜩 모았던 투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금지가 되어야 한다. 또한 팬들 입장에서도 관전에 대한 흐름이 끊겨 흥미를 반감시키는 불필요한 동작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 대안 2. 간결한 작전과 선수에게 맡기는 야구 문화 정착
 앞선 문제 해결책과 달리 작전 교환 행위는 강제적으로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 왜냐하면 야구 경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그 행위 자체가 다른 종목에서는 볼 수 없는 야구 경기만의 독특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것일수록 때로는 아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잦은 작전 지시를 줄일 필요가 있고, 동작 자체도 간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코칭스태프가 하나, 하나 관여하는 것보다, 선수 스스로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야구 문화를 바꿔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3시간이 넘도록 야구에만 집중하며 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 박진감이 넘치고, 결과를 예상할 수 없도록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다면, 야구 경기 시간의 길고 짧음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시간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스포츠다. 지루함을 불러일으키는 불필요한 동작들로 인해, 자꾸자꾸 야구의 시간 문제가 불거지지 않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