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5. 14:15
2006년 5월 11일 스포홀릭 기사


  2006년 5월 10일은 2006 독일월드컵을 30일 앞둔 시점이었다. 이번 월드컵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4강 신화로 인해 그 어느 월드컵보다 관심이 가는 대회이다. 그 관심에 국내 지상파 3사(KBS, mBC, SBS)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축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했다. 이는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 대한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2006 독일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편성이었다.

☆ 5월 10일 월드컵 특집 방송 비율
* KBS 1TV - 3개 프로그램, 3시간 15분
* KBS 2TV - 3개 프로그램, 4시간 35분
* mBC - 2개 프로그램, 약 3시간
* SBS - 전체 22개 프로그램 중 12개 프로그램이 월드컵 특집, 전체 20시간 중 약 14시간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었던 월드컵 특집 방송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는 치열한 방송사간 경쟁 구도로 인해, 독일 월드컵 무대에서 자사의 프로그램이 좀 더 높은 평가를 받기위한 위치 선점용 편성이었다. 그리고 독일월드컵에 대한 열기를 고조시킨 원조는 바로 자신들이라는 명분을 찾기 위한 편성으로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방송사마다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었던 편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지금으로서는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며, 월드컵에 대한 열기를 고조시키는 하나의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은 여기서 접기로 하자. 문제는 이날 편성에 있어서 아쉬움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K-리그가 빠진 월드컵 특집 방송

 이날은 전국 7개 축구 경기장에서 K-리그 14개 팀이 모두 경기를 펼친 날이었다. 2006 삼성 하우젠 프로축구 전반기 마지막 날 경기이면서, 월드컵 최종 선수 명단 발표를 하루 앞두고 펼쳐진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또한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소집되는 월드컵 대표 선수들로 인해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는 그들을 K-리그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이렇게 의미가 담긴 경기가 펼쳐졌지만, 수많은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 가운데 방송 3사 어느 한 곳에서도 K-리그 경기는 볼 수 없었다. 월드컵 무대는 아닐지라도 정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축구가 외면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날 경기 장소 중에는 2002 한일 월드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부산, 대구, 인천, 대전에서 경기가 펼쳐졌기 때문에 K-리그 경기를 통해서 그날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을 자연스럽게 꺼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 지상파 3사는 K-리그 대신에 가수들로 대표되는 월드컵 특집 쇼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최근에는 지상파 3사 모두 스포츠채널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쪽에서 스포츠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지상파에서는 축구뿐만이 아니라 야구와 농구 등 인기 종목의 스포츠 현장 중계를 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월드컵 특집 방송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인 것에 비해, 축구 현장을 외면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SBS의 경우 시청자들로 하여금 축구 전문 채널로 변신한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월드컵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파격적인 방송을 했다. 하지만 그 많은 프로그램에 K-리그 아니 국내 축구 현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국가대표 팀으로 집중되는 관심에 비해, K-리그에 대한 무관심 문제가 제기되었다. 축구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축구 사랑으로 인해, 한국 축구는 갈수록 불균형적인 축구 발전을 해 나가고 있다. 급기야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월드컵 관련 스태프가 축구장을 찾았는가에 관심이 갈 뿐 경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그래서 ‘월드컵의 해’를 맞아서도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불균형적인 문제’ 중심에 지상파 3사가 놓여있다. 그리고 ‘월드컵 D-30’을 앞두고 K-리그를 외면하는 모습으로까지 이어졌다. 팬들은 벌써부터 우려를 하고 있다. ‘D-20’, ‘D-10’ 그리고 ‘D-1’ 그리고 한국 경기까지. 지상파 3사가 월드컵 열기를 조성하는데 이의를 달자는 게 아니다. 열기를 조성하는데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싶다. 다만 그 무대에 K-리그가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그곳에 국가대표 선수가 없는가? 그곳에 붉은 악마와 같은 열정을 가진 팬들이 없는가? 안타깝게도 5월 10일 그곳에는 지상파 3사의 관심만이 빠져있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축구로부터

 한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클럽(실업이나 K-리그 구단)보다는 한일전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표경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그 문화를 바꿔야 한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축구로부터 일으켜야 한다. 연예인 몇 명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축구 문화는 당장 효과를 볼지 몰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기에는 역부족이다.  K-리그를 통해 축구에 대한 열기를 조성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부족한 K-리그일지라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하는 마음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 지상파 3사의 K-리그 전반기 중계방송 실태

* KBS1 - 2회
: 3월 12일 (일) 14:00 수원 : 서울 / 수원월드컵
: 5월 5일 (금) 15:00 서울 : 부산 / 서울월드컵

* MBC - 1회
: 4월 9일 (일) 15:00 수원 : 전남 / 수원월드컵

* SBS - 2회
: 3월 26일 (일) 15:00 전남 : 포항 / 광양 전용경기장
: 4월 29일 (토) 14:30 제주 : 전남 / 서귀포월드컵
 

Posted by 공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