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의 기사/스포홀릭(스서)

2005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되돌아보며

공짜 2007. 10. 5. 14:51
2006년 7월 19일 스포홀릭 기사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2일에 펼쳐질 올스타전이 그 무대로 최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올스타전은 지난 3월 WBC 4강 진출 이후 되살아났던 야구 열기가 주춤한 가운데, 야구 열기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볼거리가 풍성했던 작년 올스타전 그 이상이라면 충분히 야구 열기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5 올스타전은 야구 도입 100주년에 펼쳐진 의미가 부여된 축제의 장이었다. 더군다나 야구를 최초로 받아들였던 인천에서 벌어져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팬서비스로 팬들을 즐겁게 했던 그 축제의 장에는 어떠한 장면들이 있었는지 그날을 되돌아보자.


 2005 올스타전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올스타전을 당초 7월 16일 오후 7시에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생중계를 맡은 모 지상파 TV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오후 5시로 경기 시간을 변경했다. 그런데 올스타전 하루 전날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 방송사가 일방적인 방송 취소 통보를 한 것이다. 방송사의 뜻대로 경기 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편의를 제공했음에도 벌어진 황당한 일이었다. 원래 예정했던 오후 7시로 되돌리기에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2005 올스타전은 오후 5시에 시작되었다.


  박현식 선생의 시구

 한국 프로야구에서 ‘시구’는 언제부터인가 연예인이나 기관장이 하는 것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2005 올스타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애초에는 유명 여자 탤런트를 섭외하려고 했지만 여의치가 않아 무산되었다. 그래서 찾아낸 인물이 박현식(당시 76세) 초대 삼미 슈퍼스타스 감독이었다. 이는 야구 도입 100주년에 걸맞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인천야구의 대부’로 칭송받을 정도로 경기 장소(인천 문학경기장)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러한 사연 속에 마련된 그의 시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왜냐하면 위암 투병으로 거동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멋지게 시구를 마친 그는 결국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전날 ‘올드스타전’에서 승리한 ‘KBO 올드스타팀’ 소속 후배들도 대선배의 쾌유를 기원하며 승리 상금 500만원을 전달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20일. 그는 “수의(壽衣)대신 ‘KOREA’가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혀 달라”는 유언을 남기며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한국 야구의 큰 별이 한 평생을 바친 야구장에서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진 것이다.


  덕아웃에 일찍 들어가고 싶었던 서군의 투·포수

 올스타전은 승부보다는 정규 시즌에서 볼 수 없었던 갖가지 재미있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그래서 가끔은 정규 시즌에서는 절대로 나오지 말아야 할 상황도 연출된다. 서군의 송진우-조인성 배터리가 올스타전이었기에 웃고 넘어갈 장면을 연출한 주인공들이었다.
  2회말 1사 1-3루 서군의 수비. 이 위기에서 서군 선발 송진우는 박기혁을 상대로 멋진 3구 삼진을 잡아냈다. 이때 포수 조인성은 공을 마운드쪽으로 굴리고 덕아웃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투수 송진우도 고개를 숙인 채 같이 덕아웃으로 향했다. 이 상황에서 3루 주자 펠로우가 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투아웃임에도 공수교대로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것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판단한 둘은 허겁지겁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펠로우는 홈에 다다른 상태였다. 순식간에 점수는 1-2로 역전이 되었고, 이어 정수근의 좌중간 2루타로 추가 1점을 내준 뒤 이닝을 마감하고, 두 선수는 그토록 들어가고 싶었던 덕아웃으로 향할 수 있었다.

  쥬얼리 서인영의 과감한 의상

 이날 올스타전에서도 여느 때처럼 연예인들의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 달랐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과 선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공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여성 4인조 ‘쥬얼리’였다. 별들이 모인 잔치인 올스타전에 걸맞게 그녀들의 타이틀곡도 ‘슈퍼스타’였다. 이래저래 환상의 캐스팅이었다. 쥬얼리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려했던 걸까?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댄스로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특히 주목의 대상은 ‘서인영’이었다. 특유의 열정적인 털기춤은 물론이고, 그녀가 입고나온 의상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그녀의 이름이 검색 순위 1위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홈런 레이스 사구와 정수근의 변신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명장면 행진은 5회말이 끝난 뒤 진행된 홈런레이스 결승전에서도 나왔다. 이날 대결은 김태균(한화)과 박재홍(SK)의 승부였는데, 박재홍이 같은 팀 보조 선수인 김승리가 던져주는 공에 팔꿈치를 맞은 것이다. 사상 초유의 ‘홈런 레이스 몸에 맞는 공’. 보기 드문 이 장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 올스타 득표 1위를 차지한 정수근이 덕아웃에서 얼른 뛰어나와 마치 트레이너인양, 박재홍의 팔꿈치에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재밌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이 모습에 관중석과 시청자들은 폭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정성훈의 152㎞

 6회말이 끝나고 ‘타자 스피드킹’을 선발하는 행사가 펼쳐졌다.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강한 송구를 하는 야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이종범이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다. 그리고 예상대로 144㎞를 찍어 1위로 올라서자 그렇게 막이 내려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어 등장한 정성훈이 2차 시기에서 일을 내고야 말았다. 무려 152㎞를 찍은 것이다.(참고로 1차와 3차에서는 각각 138, 142㎞를 기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모두가 놀란것은 당연했다. 우선 본인부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작동으로 의심되었지만 기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내려지며 1위가 되었다. 올해 두 선수는 다시 재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대호의 1안타 MVP

 병살타 1개를 기록하며 4타수 1안타. 승리를 차지한 동군에는 2안타를 친 선수가 세 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올스타전 MVP는 1안타를 기록한 이대호의 차지였다. 왜냐하면 그 1안타가 8회말 승부를 뒤집는 극적인 홈런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이 결정적 한방으로 MVP는 그의 차지가 되었다.

  한편, 그의 수상으로 롯데 자이언츠는 김용희(82, 84년), 허규옥(89년), 김민호(90년), 김응국(91년), 박정태(98, 99년), 정수근(04년)에 이어 이대호까지 9번째 올스타전 MVP를 배출하며 ‘미스터 올스타의 산실'임을 다시 한 번 더 입증했다.

  장종훈의 등장

 2005년 올스타전은 야구 도입 10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장종훈’을 위한 무대이기도 했다. 시즌 초반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던 그는 올스타전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특별초청선수 자격이 주어졌다. 중계방송을 담당했던 스포츠 케이블 TV들은 그를 생중계 자리에 앉히기 위해 모시기에 바빴고, 추억의 필름을 계속해서 내보냈다.

  그는 선배 송진우와 호흡을 맞춰 홈런 레이스에 참가를 했고, KBO총재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그리고 올스타전 맨 마지막에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5-6으로 뒤진 9회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원래 타자인 조인성 타석에서 투구가 이뤄지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듯 했지만, 뒤늦게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아쉽게도 2루 땅볼로 아웃이 되긴 했지만, 모두의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었다.


 이처럼 2005년 올스타전은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재미와 감동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7월 22일 토요일 저녁 6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다. 특히 올해 올스타전은 프로야구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준비중이다. 과연 2006년 올스타전에서는 어떠한 재미와 감동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 전야제 행사로 펼쳐진 '2005 올드스타전'이 끝난 후 문학 구장을 수놓은 불꽃놀이 (사진=연합뉴스)